지난 4월 22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는 170개국 이상의 국가정상과 정부대표가 참여하여 지난 해 12월 말 합의된 기후변화협정에 대한 서명식(공식효력이 발효되는 '비준'이 아님)이 있었다.

우리나라도 환경부장관이 공식서명하였으며 국내비준 절차를 조속히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특히 주목할 사항은 지금까지 기후협정에 소극적이었던 미국과 중국이라는 양대 강국(G2)이 이번 협정서명을 주도하고 있는 점이다.

의외로 적극적인 것이 중국이다. 금년 9월 G20회의 이전에 비준절차를 완료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지난 번 교토협정 당시 개발도상국 일원으로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없었던 중국은 항상 선진국들의 우선책임론을 강조하고 자국은 당분간 감축의무를 질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제 석탄사용 제한, 천연 가스 등 청정연료 도입확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 20%대 확대와 같은 획기적 조치들을 검토하고 있다. 한 마디로 중국은 저탄소 경제체제 도입을 통해 새로운 발전과 성장의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중대 선언을 한 것이다.

여기에다 미국도 비준 준비를 금년 말까지 완료할 것이라고 공언하였다. 물론 미국의회가 쉽게 비준에 동의할 지는 불명확하다. 그러나 제4차 산업혁명 등 인류문화 진전의 중대변화가 본격화되는 지금 세계질서 주도국으로서 기후변화와 같은 인류공통의 과제 해결에 앞장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물질이라는 경제생산의 투입요소보다 인간의 상상력, 화폐단위로 표시되는 자본보다는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가 더 중요한 미래 ‘패러다임’이 급격히 도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과 중국이 세계 정치질서 선도경쟁 과정에서 기후변화문제 해결 주도권을 다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종전까지 교토협정 등 지구환경문제 해결을 주도한 EU(유럽연합)가 영향력 상실을 걱정하는 양상이다.

EU는 28개 회원국들의 상이한 이해관계를 조정해야만 유엔 기후변화협정을 최종 조인할 수 있다. 시간이 걸리고 통일된 행동이 힘들다. 세계 기후문제해결의 첨병이었던 유럽의 탄소배출권이 톤당 6유로 수준으로 폭락한 지금 프랑스 등이 탄소세금을 톤당 30유로 수준을 주장하고 있으나 성사여부는 불명확하다.

어찌 하였든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고조되고 있다. 지금부터는 파리협정은 1년간 각국에 서명이 추가 개방된다. 55개국 이상의 국가가 비준하고, 그 국가들의 온실가스 배출량 총합 비중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5% 이상이 되면 발효된다. 당초 2020년 발효가 예정되었으나 좀 더 당겨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거대한 인류문명 방향전환에는 당연히 많은 난제들이 있다.

국가 간 이해관계 충돌과 이에 따른 국가이기주의 고조위험이 바로 그것이다. 새로운 기후변화시대 초기 정착에 가장 필요한 천연가스 등 청정에너지,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이 저유가 추세에 따라 한계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지는 ‘패러독스(역설)’ 발생가능성이 첫 번째 난관이다.

현재 일부 환경론자들은 파리협정을 계기로 주장하는 화석연료 ‘제로’시대가 온다고 한다. 이럴 경우 세계 유효 석탄매장량의 80%, 가스매장량의 절반, 석유의 가채 매장량 1/3이 활용되지 못하고 땅 속에서 버려질 것이다.

이러고도 인류는 지속적인 복지를 창출하고 현존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하다. 필요한 기술혁신과 가치창출 문화가 아직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꿈’만 꾸면 되었지만 지금부터는 현실적 문제이다. 천연가스의 미래는 신(新)기후변화시대 진전에 달려 있다. 급변하는 시류에 당황하지 말고 세심히 살피면서 천연가스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좀 더 천착하면 우리 고유의 천연가스 경쟁력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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