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가스업계에서는 아직도 의료용고압가스 GMP(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우왕좌왕하는 상황이다.

그동안 의료용고압가스를 전문적으로 취급해온 사업자들은 높은 관심을 갖고 이미 GMP준비에 박차를 가해 머지않아 GMP 적합판정서를 발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도 대다수 산업용가스와 의료용가스를 함께 허가를 받아 공급해온 충전소들은 적지 않은 고민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업자들은 산업용가스에 비해 의료용고압가스 물량이 상대적으로 미미하기 때문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GMP를 굳이 준비해야 하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수도권에서 산업용가스와 의료용가스를 함께 공급해온 충전소의 한 관계자는 “GMP 적합판정서를 발급받으려면 가스충전 및 저장시설 일부 개선, 품질 및 제조관리자 등 전문인력 보강, 각종 가스분석기 등의 구입에 따른 비용이 적지 않게 소요되는데 현재의 의료용가스 판매가격에 비춰보면 채산성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면서 “GMP 인증을 받아야 할지, 받지 말아야 할지 아직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사업자도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어렵사리 GMP인증을 획득했다고 하더라도 식약처 등 정부의 단속이 허술해 GMP인증을 받지 않은 업체가 시장을 흩트리는 등 위법을 일삼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면서 “정부가 GMP인증업체의 권익보호를 위해 얼마만큼 관리를 잘 할지 의문”이라며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에 반해 GMP를 보다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고압가스충전소도 많다. 의료용고압가스만 전문적으로 공급해온 충전소들은 요즘 GMP 준비에 한창이다.

의료용가스 전문충전소들은 이미 품질관리자 및 제조관리자를 새롭게 채용하거나 기존 인력을 활용, GMP인증을 주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수도권의 몇몇 의료용가스충전소들은 식약처의 각 지방청 의료제품실사과와 식약처 본부 의약품품질과의 심사관들로부터 서너 차례의 지도를 받는 등의 심사를 거쳐 현재 GMP 합격판정서를 받기 직전까지 보완을 마친 상황이다.

이들 업체들은 의료용고압가스의 GMP가 오히려 기회라고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GMP 인증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내년 7월부터 의료용고압가스 GMP가 본격적으로 적용될 경우 의료용고압가스시장에 적지 않은 변화의 물결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용가스와 함께 의료용고압가스를 충전, 출하해 오던 충전소가 GMP인증을 받지 못할 경우 그동안 거래해 오던 병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가스공급을 중단할 수밖에 없고, 의료용고압가스판매소들까지 떨어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GMP인증을 받지 않아 의료용고압가스를 공급해 줄 수 없는 충전소와는 거래를 끊겠다는 판매사업자들이 속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관계로 의료용가스 공급물량이 적은 충전소들은 막대한 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해 사업성이 떨어지는 의료용고압가스 사업을 지속해야 할지, 여기서 접어야 할지 딜레마에 빠져 있다.

경기서부지역 고압가스충전소의 한 관계자는 “많은 투자비를 들여 GMP 인증을 받고 이를 유지하려해도 의료용가스시장에서 공급자 간 과당경쟁 등으로 인해 가스가격이 형편없이 떨어져 수익성이 없어지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면서 “GMP인증에 드는 막대한 비용이 원가를 상승시킴에도 불구하고 이를 가스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게 될 것을 벌써부터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용고압가스 GMP가 벌써부터 의료용가스 전문충전소에는 유리하게, 겸업 충전소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GMP 인증을 서둘러 받아 의료용고압가스 사업을 공격적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아예 포기할 것인가 하는 기로에 선 사업자들은 향후 10년, 20년 뒤의 의료용가스시장을 전망해보면 판단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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