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폐가스 중독으로 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지난 3월 강원도 평창에서 발생했다.
배기통 이탈로 폐가스가 실내로 유입되면서 초등학생과 부모 등 일가족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부검 결과 이들 사망자들의 혈중 일산화탄소 농도는 치사량(25%)의 2∼3배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보일러 폐가스 질식사고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고, 가스보일러 배기시스템의 노후화 가속으로 그 증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국내에 보급되는 보일러의 경우 가정용은 밀폐식이고, 업무용은 반밀폐식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모두 배기가스를 밖으로 배출하는 구조다.
어떤 원인에 의해 배기가스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실내로 유입되면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보일러 배기시스템은 어떠한 경우에도 연소 폐가스가 실내로 유입되지 않도록 하는 안전관리가 필수다.
그렇기 위해선 보일러 배기시스템에 관한 기준에 빈틈이 없어야 하고, 그 기준에 맞게 배기시스템을 설치해야 하고 이를 유지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보일러 설치기준을 보면 성철스님의 누더기 옷이 생각난다.
엄밀히 말하면 구멍이 숭숭 뚫린 누더기 옷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보일러 설치기준은 1985년 4월 13일 제정된 이래 10여 차례의 개정을 거쳐 오늘의 모습이 됐다.
일본 기준을 벤치마킹하여 제정한 이후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일본의 기준과 유럽의 기준을 들여와 덧대기 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덩치도 커지고 환경도 많이 바뀌어 더 이상 덧댈 수가 없게 됐다. 단독주택에 맞춰 제정한 배기시스템 기준을 빌딩에 적용할 수는 없지 않는가.
누더기를 버리고 과감히 새 옷으로 바꿀 때가 된 것이다. 새 옷으로 바꾸는 김에 해야 할 것이 또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기준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가스보일러 설치기준에 빠진 것이 있다.
배기시스템 설치기준만 있지 구성요소에 대한 제품 인증제도가 없고, 배기시스템 설치 후 검사제도가 없다는 것이다.
잘 다듬어진 보일러 배기시스템 설치기준이 마련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에, 설치 시 완성검사제도와 설치 후 재검사 제도 도입에 관한 검토가 필요하다.
하지만 검사제도가 도입되어도 보일러 배기시스템을 설치한 후에는 배기통의 재질이 무엇인지 부품의 구조가 어떻게 생겼는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각지대가 남을 수 있다.
그래서 배기시스템 구성품 제조단계에서의 품질인증제도도 필요하다.
우리는 집을 안식처라고 부른다. 안식처에는 우리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보일러가 필요하고, 보일러에는 폐가스를 안전하게 배출해주는 배기시스템이 필요하다.
선진국으로 들어가는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더 이상 보일러 폐가스로 인한 희생자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스보일러 배기시스템을 선진화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