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재로 인해 그을음이 생긴 산소발생기. 지하실에 설치돼 있어 결코 신선한 산소가 생산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가스신문=한상열 기자] 소방대원이나 스쿠버다이버들이 사용하는 공기호흡기용 용기에 공기를 충전하는 압축기가 지하실이나 먼지가 많은 실내에서 가동한다면 과연 신선한 품질의 공기가 충전됐을까. 또 병원 지하실 등에 설치, 가동하는 산소발생기를 이용해 제조되는 산소도 마시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까.

이처럼 부적절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충전작업을 통해 충전하는 공기(Air) 및 산소(O2)에 미세먼지 또는 일산화탄소(CO) 등 독성가스가 포함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우려를 떨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 영남지역의 한 의료용고압가스충전사업자는 “사람이 흡입하기 위해 제조 및 충전한 공기나 산소의 경우 주된 성분의 농도도 그 기준을 충족시켜야 하겠지만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포함되면 안 될 것”이라며 “공기나 산소를 제조하는 충전설비의 청결성을 제고하기 위해 장소 등 세부적인 설치기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의료용고압가스분야에서도 우수의약품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을 매우 엄격하게 적용함으로써 한층 향상된 품질의 산소를 흡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산소발생기를 통해 제조, 병실로 공급하는 산소의 품질기준을 매우 허술하게 정해놓고 있어 관련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매우 크게 일고 있다.

의료용고압가스충전사업자들은 약사법에 명시된 의료용산소의 품질기준이 99.5∼101.1vol%인데 반해 산소발생기를 통해 얻는 산소의 농도는 90% 안팎이므로 기준미달임을 주장하고 있다. 산소발생기의 산소 농도가 90% 충족됐다 하더라도 나머지 10%가 어떠한 성분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도 분석을 통해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산소발생기에 대한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단전, 화재 등으로 인해 산소공급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4월 서울 영등포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산소발생기에 화재가 발생, 환자에게 산소의 공급이 중단되면서 환자들에게 위기상황을 초래하기도 했다.

이 병원은 환자들에게 공급할 산소를 제조하기 위해 산소발생기를 지하실에 설치, 가동해 왔는데 이날 산소발생기 컨트롤박스에서 화재가 시작돼 옆에 있던 백업용 산소용기까지 불이 번져 위험천만한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

수도권의 한 의료용고압가스판매사업자는 “먼지가 쌓여 있는 캄캄한 지하실에서 제조된 불량산소를 환자들에게 공급한다는 것은 산소의 농도뿐만 아니라 불순물도 그 기준을 훨씬 넘어서는 등의 우려가 앞선다”며 “특히 산소발생기를 오랜 기간 사용할 경우 산소의 농도가 90%에 훨씬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므로 전국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 년 전부터 전국 곳곳의 요양병원에서는 비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산소발생기를 설치해 환자들에게 산소를 공급하고 있는데 품질문제 뿐만 아니라 시스템 결함 등으로 인해 산소 공급이 중단된다면 환자들의 소중한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다는 게 관련업계의 지적이다.

최근 스쿠버용기에 충전된 공기의 품질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 6월 서울 송파구의 한 스쿠버 전용수영장에서 스쿠버다이빙교육을 하는 강사 등 9명이 어지럼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병원 측은 환자들의 대부분이 일산화탄소(CO) 중독이란 진단을 내려 결국 에어(Air)의 성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스쿠버용기에 일산화탄소 성분이 다량 포함돼 사망사고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지난 2011년 5월 전북 군산시 바다 속에서 해산물을 따던 해녀 2명이 사망한 것이다.

이 사고도 공기압축기로 충전 시 배기통에서 배출되는 CO가 공기흡입관으로 유입, 용기에 충전됨에 따라 잠수 작업자가 일산화탄소를 다량 흡입한 것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해 소방방재청은 소방대원들이 사용하는 공기호흡용용기 내 공기의 품질 향상을 위해 이미 ‘호흡보호장비 안전관리에 관한 기준 고시’를 정해 2005년 8월 고시한 바 있다.

호흡보호장비 안전관리에 관한 기준 고시 제4조(호흡용 공기의 품질) 제1항을 보면 △산소는 19.5~23.5 % 이내일 것 △이산화탄소는 1000ppm 이하일 것 △일산화탄소는 10ppm 이하일 것 △수분은 18mg/㎥ 이내일 것 △오일미스트는 0mg/㎥ 이내일 것. 단, 측정값이 표시되지 않는 방식의 분석기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색상의 변화가 없을 것 등을 명시해 놓고 있다.

영남지역의 한 고압가스충전사업자는 “우리 회사도 스쿠버용기에 충전하고 있는데 소방방재청이 고시한 호흡용 공기의 품질기준에 따라 충전하고 있다”면서 “스쿠버용기에 공기를 충전하는 스쿠버용품점은 대부분 무허가시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수영장에서 스쿠버용기에 공기를 충전하는 곳은 대부분 실내에서 충전하므로, 충전되는 공기의 품질이 좋지 않을 수 있으며 공기압축기의 노후와 필터 미교체 등 정비불량으로 공기의 품질이 좋지 않을 수 있다”면서 “특히 노후된 컴프레서의 경우 피스톤과 실린더 벽과의 간극이 넓어져 오일이 유입되면서 불완전연소가 이뤄질 수 있고, 이러한 가운데 일산화탄소가 발생, 용기에 충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가스안전공사는 최근 불법충전으로 인한 다양한 가스사고에 대한 경각심과 함께 공기의 충전시설 등에 대한 안전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향후 공기충전시설도 허가를 받아 설치 및 검사를 실시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는 계획이어서 그 향방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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