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관리 수준 높여야 경쟁 줄어든다

시장안정화도 전략 필요
신뢰에만 의존하면 불안

인위적인 가격인상 단행
시장에서 실패확률 높아

[가스신문=한상열 기자] 고압가스충전사업자들이 만나서 회의를 할 때마다 가장 소리 높여 강조하는 것은 다름 아닌 ‘시장안정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9일 열린 한국고압가스공업협동조합연합회 자문위원 간담회에서도 참석자들은 시장안정화 방안을 놓고 매우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이날 회의에서 몇몇 참석자들은 “자사의 이윤 확대를 위해서는 신의를 저버리고 배신을 밥 먹듯이 하는 등 겉과 속이 다른 경우가 많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조합원들이 개별행동을 하며 사업을 하는 것보다 하나로 뭉쳐 시장 질서를 지키면 더욱 건실하게 성장해 나갈 수 있을 텐데 어째서 자신의 회사만 살겠다는 욕심으로 전체 시장을 망가트리는지 매우 안타깝다는 말을 이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몇몇 참석자들은 “지난 수 십 년 전부터 우리 업계는 잘 해보자고 외쳐 왔지만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고 만다”면서 “시장안정화는 결국 깨지게 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하는 등 부정적인 측면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처럼 사업자들은 조합을 중심으로 함께 가야 옳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몇몇 사업자들의 소모적인 저가경쟁으로 인해 공들여 쌓아 올린 시장이 붕괴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를 반드시 개선해야 할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도 그럴 것이 ‘협동조합’에 참여하는 사업자들이 영업현장에서는 각자 욕심에 따라 행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자체가 모순이라 할 수 있다.

 

허가 외 품목 공급은 불법

고압가스사업자들 대부분이 시장안정화의 첫 번째 조건으로 ‘신뢰’를 꼽는다. 하지만 신뢰에만 너무 의존하지 않는가 하는 우려도 적지 않다. 신뢰는 깨지기 쉽고, 신뢰가 깨지면 시장은 금세 큰 금이 생겨 이를 회복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요즘엔 시장안정화를 위해 신뢰를 쌓는 것도 좋지만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안전관리 수준을 높이면 경쟁요소를 줄일 수 있다는 논리가 서서히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국내 고압가스 충전 및 판매업계의 사업형태는 물량 확보를 위해 영업 확대에만 치중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단순한 유통업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사업이라 여기고 너도 나도 시장에 뛰어드는 경향이 있다.

가스안전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안전관리 수준을 높여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산업용가스 충전 및 판매업을 아무나 해선 안 되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남부지역의 한 고압가스사업자는 “그동안 고압가스충전소는 판매사업자들에게 점심밥도 주고, 밤에는 주차까지 해주는 등 편리를 많이 봐줬다”면서 심지어 허가된 품목이 아닌 가스도 충전을 해주는 등 불법을 함께 자행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형태의 불법행위는 고압가스업계에 잡초를 키우는 것이나 다름없다. 고압가스충전사업자들이 안전과 관련한 기준만 잘 지켜도 시장은 한 단계 더 건전해진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또 이것이 바로 허술한 안전관리기준을 새롭게 정비,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잡초 뽑아내야 성장 지속

현재 고압가스안전관리법의 고압가스충전시설 허가기준에는 사무실 및 주차장 설치와 관련한 규정이 없다. 이 같은 법령의 미비점을 시급하게 보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 고압가스사업자들의 한 결 같은 바람이다.

이와 관련 인천지역의 한 고압가스충전사업자는 “빌라를 지을 때도 적정한 주차공간을 확보하지 않으면 준공허가를 내주지 않는데 어째서 가스충전소를 건립하는데 있어서 주차장이 없어도 사업을 하게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면서 “고압가스사업자들은 물량  대에만 열을 올릴 게 아니라 법령 개정을 추진을 통해 건실한 사업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시장이 뒷받침되지 않는 인위적인 가격 인상은 반드시 조정을 받게 돼 있다는 것을 새롭게 인식할 필요성이 있다. 신규 수요처에는 덤핑을, 기존 거래처에는 폭리를 적용하는 가스사업자들의 얄팍한 가격정책이 경쟁을 촉진시킨다는 것을 잘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왜곡된 가격정책이 성공하지 못하는 것은 높은 곳은 깎으려고 하고, 낮은 곳은 채우려고 하는 시장의 생태적 기능을 뛰어 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신뢰 구축만으로 시장안정화를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신규충전소 대거 등장, 수급 불균형 등 시장에서 불안요소가 너무 많아 신뢰 하나만으로 시장안정화를 이룰 수 없다.

안전관리 수준을 높여 잡초들이 자라지 못하는 사업 환경을 만들어야 경쟁요소를 줄일 수 있고 결국 수익증대효과도 커진다는 당연한 이치를 잊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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