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지는 게임, 언제까지 할 것인가

차량 미행 등 불법 일삼아
일부선 실력행사 벌이기도

상식 이하의 가격 적용해
어렵게 가꾼 시장 초토화

[가스신문=한상열 기자] 최근 일부 고압가스충전사업자들이 벌이는 출혈경쟁의 정도가 도를 넘어서고 있어 이를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상적인 거래에서는 제조원가, 운송비 등에 적정이윤을 적용,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견적서를 제출하지만 가스공급업체 간 경쟁이 난투극보다 더 처절하게 이뤄질 경우 상식 이하의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등 시장을 파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또한 거래행위로 볼 수 있겠지만 그 결과는 전체시장에 영향을 줘 가격을 형편없이 떨어트리는 등의 치명적인 역효과만 부르게 돼 있다.

고압가스시장에서의 비정상적의 형태를 보면 실로 기가 막힐 정도다. 기존 사업자가 받던 가격보다 절반 이하로 낮추는가 하면 견적서에 자사의 회사명 등을 표기하지 않는 등 기형적인 거래도 성행하고 있다.

이 같은 가스공급업체들은 대부분 거래를 시작할 때 덤핑을 적용하고, 일단 거래가 성사돼 공급이 이뤄지면 빠른 가격인상을 통해 손실을 보전하겠다는 꼼수를 부린다. 이같은 가스사업자는 가스사용업체들이 특별히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몇몇 힘이 센(?) 가스공급업체들은 우선 싼 가격으로 소비자를 현혹해 거래를 시작한 후 주변 가스공급업체들의 협조를 받아 타 가스공급업체가 영업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비난을 사기도 한다.

경기남부지역의 한 고압가스충전사업자는 “우리 산업용가스업계의 일부 사업자들은 아직도 영업을 함에 있어서 합리적인 잣대를 적용하기보다 경쟁업체에 감정을 실어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공격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하고 “몇몇 몰지각한 사업자들은 가스운반차량을 미행하는 것은 물론 가스배달 직원 간 실력행사까지 벌여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며 하루 속히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도 독성가스를 사용하는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경쟁업체의 배달기사 간 멱살을 잡는 등 실력행사를 벌이기도 했으며, 고압가스충전소 간 경쟁에서 직원들이 칼과 같은 흉기로 위협을 가하는 일이 벌어져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처럼 고압가스업계에서의 경쟁은 앞 뒤 가리지 않고 막가파처럼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업계 일각에서는 자칫 큰 사건으로 번지지나 않을까 하는 등의 우려를 하고 있다.

고압가스업계에서는 지난 수 십 년 동안 이 같은 비정상적인 경쟁을 반복해 왔다. 그 때마다 ‘모두가 지는 게임’이라고 말해왔지만 아직도 작은 욕심 때문에 어렵사리 가꾼 시장을 스스로 초토화시키는 등 출혈경쟁의 함정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고압가스공급업체 간 경쟁에 대해 요즘은 ‘가진 자가 지는 게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몸짓이 큰 회사가 오히려 작은 회사에 당할 수 있다고 주장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외형이 큰 회사의 경우 가스수요가 더 많은 사용업체들과 거래하는 만큼 공격에 더 취약하다는 게 고압가스업계 관계자들의 한 결 같은 소리다. 가진 것이 없는 회사는 무서울 게 없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의 나고야 상도 33계명 가운데 ‘다른 가게와 벽을 쌓지 말고 정을 쌓아라. 그리고 먼 길을 가려면 함께 번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하고 이다. 33계명 중 으뜸으로 꼽은 이 교훈은 요즘 고압가스사업자들 사이에서 귀기울일만한 대목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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