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신문=주병국 기자]수도권 지역난방(집단에너지) 공급세대 중 비고시지역이면서도 지역난방을 사용하는 세대수가 전체 32.5%인 70만7647호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열 배관 등 지역난방 설비시설의 노후(20년 이상) 현상이 심한 세대수만 14만5368세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노후 현상 탓에 난방과 온수 등에 불편을 겪는 세대수가 속출하면서 난방방식을 전환하는 개별세대도 늘고 있고, 심지어 아파트단지 전체가 난방방식 전환을 고려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관련업계를 통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내 지역난방 사용 세대수는 217만6917호이며, 이중 지역난방 지역지정(집단에너지사업법) 세대는 146만9270세대인 반면 비고시지역이면서도 지역난방을 사용하는 세대는 70만7647호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도권 내 비 고시지역 중 지역난방 공급이 20년 이상 된 곳은 서울권 중 노원구, 강남, 서초, 수서, 남서울(중앙), 강일1·2 및 고덕, 상암 등이 대표적이며, 경기지역은 용인, 고양, 분당, 안산, 안양, 부천 등이며, 인천지역도 인천공항신도시, 인천 논현2·서장2 등으로 서울·경기·인천 중 지역난방 시설이 노후 된 세대수는 14만5368가구로 전체 32.5%에 이른다.

용산·여의도 1554세대 전환

14만호를 넘어선 세대들은 지역난방 공급설비가 노후 되면서 온수 및 급탕, 요금문제 등으로 소비자들의 불편이 적지 않다. 이렇다보니 난방방식 전환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지역난방에서 개별난방(도시가스)으로 전환을 하려는 세대는 늘고 있다.

서울시 용산구와 여의도의 경우 지역난방 세대 중 노후시설에 따른 불편으로 개별난방으로 전환하는 세대가 1554세대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용산구 A맨션(51세대) 역시 지역난방에서 개별난방으로 전환한 소규모 단지이다.

하지만 주택법과 집합건물 관련 법률 등에서 명시한 난방방식의 변경조건과 관련 기준이 까다로워 중·대규모 아파트단지의 경우 전환이 쉽지 않은데다, 장기수선충당금마저도 활용이 제한돼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서울 노원구 중계동 G아파트(742세대, 지역난방공급 개시 1998년)단지의 경우 노후 된 지역난방시설로 주민들의 불편이 가중되자 개별난방으로 전환하기 위한 방안이 검토되었으나 무산됐다.

또 경기도 군포시 산본 A아파트(1342세대, 1994년 공급개시)와 B아파트(624세대, 1993년 개시)도 지역난방에서 개별난방으로 전환하기 위해 입주자대표에서 논의가 이루어졌지만 까다로운 난방방식 전환기준 탓에 이뤄지지 못했다.

소유주 동의 80% 이상 얻어야

현재 아파트 입주자들이 노후 된 난방시스템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주택법시행규칙(제20조)에서 명시한 난방방식 변경 조항에 충족되어야 하며, 특히 입주자가 아닌 소유자의 80%(4/5)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게다가 노후 된 아파트의 유지보수 및 난방시스템 교체 등을 위해 활용하는 장기수선충담금의 사용도 지역난방에서 개별난방으로 전환할 때는 사용 제약이 유독 심하다.

난방방식 전환시 필요한 주민 동의요건을 살펴보면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제15조, 41조)에 따라 지역난방에서 개별난방으로 전환의 경우 입주자 대표회의가 아닌 관리단집회를 통해 실소유자의 3/4 이상 결의가 이뤄지던지 아니면, 서면 또는 전자방식으로 실소유자의 80%(4/5)이상의 동의를 받아야만 가능한 실정이다.

노후 된 난방시설로 입주자의 불편이 가중되어도 실소유자의 동의가 없으면 난방전환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동의를 받는다 하더라도 지역난방에서 개별난방(도시가스)으로 전환은 공용부문의 난방이 아니라는 이유로 집합건물 관련 법률에 따라 장기수선충담금의 활용이 제한된다.

반면 세대당 400~500만원이 소요되는 지역난방 설비 교체는 실소유자의 동의가 아닌 입주자 대표회의 의결을 통해 가능하나, 열 설비 교체비용의 1/3 수준인 개별난방 전환은 장기수선충당금마저 사용할 수 없는 실정이다.

결국 아무리 노후 된 지역난방 아파트단지라 할지라도 개별난방 전환은 과다한 동의요건과 장기수선충담금 사용 제한 등으로 전환이 사실상 어렵다.

아파트단지 전체의 난방전환 보다는 세대별 개별 전환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세대들은 교체비용 부담 외 지역난방을 사용하지 않아도 기본요금을 내고 있는 실정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지역난방 의무공급지역이 아닌 비고시지역이라도 난방 방식 전환요건을 완화하여 소비자에게 연료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이 절실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게다가 유독 개별난방에만 사용제한을 둔 장기수선충담금의 사용기준을 보다 합리적으로 개선하여 아파트 주민들의 경제적 부담도 줄여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A아파트 관계자는 “지역난방 설비시설이 노후 되어 도시가스 전환을 검토했으나 실소유자들에게 연락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렵고 그 많은 소유자가 투표를 위해 집회에 참석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며 “우리 아파트의 경우 68%의 동의를 받았지만 결국 서면 기준이 80% 이상의 동의라는 기준 탓에 결국 난방방식 전환을 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도시가스사 관계자는 “지역난방을 20년 이상 사용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도시가스로 전환을 위한 문의가 많아 검토를 해 보면 제한 사항이 너무 많다”며 “특히 장충금 사용 기준에서 형평성이 맞지 않는 점이 너무 많지만 도시가스사업자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또 그는 “비 고시지역에서 개별적으로 난방방식을 전환하는 사례는 꾸준히 늘고 있고, 심지어 고시지역에도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세대가 있다”며 “20년 이상 노후 된 아파트 단지에 대해서는 난방방식 전환이 좀 더 자유롭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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