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LPG수출입업 요건을 완화하면서 또 다른 수입사의 진출여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SK가스 평택기지(좌)와 E1의 대산기지(우) 전경

조건부 등록업체 속출하는 등 혼란 가중 
경쟁촉진·수요확대 방안 동시 마련해야

 

내수시장 진출 선포했던 삼성토탈 백기, 
정부정책의 실효성 의문

LPG공급사들 경쟁심화와 수요기반 약화로 
수입사 태동 반신반의

 

[가스신문=김재형 기자] 국내 LPG시장은 E1과 SK가스를 필두로 GS칼텍스, SK에너지, S-OIL, 현대오일뱅크 등 4대 정유사가 포진해 있다. LPG공급사들은 수십년 간 시장입지를 다지기 위해 폴유치는 물론 가격경쟁력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이 같은 실정에서 LPG수출입업 요건이 완화되고 수입업에 관심을 갖는 회사가 속속 나타나면서 향후 동향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LPG수출입업 현황과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제3 LPG수입사의 출현 가능성 등을 알아본다.

 

LPG수출입업 등록현황

최근 들어 LPG수입업에 관심을 갖는 회사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LPG수출입업 등록요건을 보면 ‘내수 판매 계획량의 30일분에 해당하는 양을 저장할 수 있는 저장시설’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는 8월 29일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 하고  ‘내수 판매 계획량의 15일분에 해당하는 양을 저장할 수 있는 저장시설’을 갖추도록 완화시킬 방침이다. 지난 10월 10일까지 개정안에 대한 관련업계의 의견수렴 기간을 거쳤는데 이변이 없는 한 그대로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몇 년 전 에너지안보 차원에서 내수판매량의 45일분을 저장할 수 있는 저장시설을 보유해야 했다. 하지만 경쟁촉진을 이유로 35일로 조정한 후 30일로 낮췄다. 이처럼 등록요건을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수입사가 출현하지 않자 정부는 1/3 수준인 15일로 줄일 방침인 것이다.

이와 함께 LPG수입업자는 석유비축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석유비축의무자의 의무이행에 관한 고시를 보면 석유가스를 수출입하는 석유수출입업자와 부산물인 석유제품의 판매업자는 연간 일평균 내수 판매량의 30일분을 비축해 놓아야 한다. 석유비축의무는 고시에 명시된만큼 산업부는 저장시설 등록요건을 낮추고 추가적으로 비축의무일수도 절반으로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저장시설 건설은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소요돼 수출입업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어 관련기준을 크게 낮출 방침이다.

 

수입·정유사 동향 주시

국내 LPG시장은 갈수록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나프타 대비 경쟁력이 개선된 석유화학용을 제외하면 수송용부탄의 감소세가 심각하다. LPG수입·정유사별 내수시장 판매현황을 보면 SK가스는 이례적으로 판매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올해 상반기 시장점유율 46.2%를 기록했으며 E1은 시장점유율은 22.4%로 전년 동기와 엇비슷하다. 다만 정유사들은 판매량 감소와 더불어 점유율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상반기 동안 LPG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4만7000톤 줄며 시장점유율은 12.4%로 3.7%p 감소했다. SK에너지도 상반기 동안 판매량이 3만5000톤 줄었고 점유율은 9.0%로 전년 동기 11.8%와 비교해 2.8%p 감소했다.

정유사 가운데 유일하게 S-OIL은 4000톤(1.3%) 늘었지만 시장점유율은 7.1%로 1.2%p 감소했다. 현대오일뱅크는 LPG시장에서 입지가 지속적으로 축소돼 시장점유율은 고작 2.9%에 달한다. 결국 LPG수입사의 시장점유율은 SK가스의 약진으로 68.6%에 달하며 정유사의 점유율은 31%까지 뒤쳐졌다.

수송용부탄의 수요감소가 확연해 LPG수입·정유사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고도화설비를 갖춘 정유사들의 LPG생산량이 늘어나면서 경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 같은 실정에서 정부가 LPG수출입업 등록요건을 낮춘다고 하니 LPG수입·정유사들은 또 다른 경쟁자의 등장여부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수입사 진출 가능성

수년 전부터 LPG수입사의 등장여부는 늘 주목을 받아 왔다. 하나에너지는 2000년대 초반부터 LPG수입업을 모색하다 2005년 충남도청으로부터 LPG수입기지 건설을 위한 아산국가산업단지 고대지구 확장부분 조성사업 실시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탄력을 받는 듯 했다. 그러나 수입기지 건설에 막대한 자금이 투자되는 등 다양한 요인으로 전용부두 건설이 상당기간 지연됐고 지분주만 수차례 바뀌면서 이제는 전면 백지화된 실정이다.

더욱이 삼성토탈(現 한화토탈)의 행보는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삼성토탈은 2010년 5월 충남 대산기지에 4만톤 규모의 부탄저장탱크를 갖춘 후 내수시장 진출을 대대적으로 선언했다. 그러나 2011년 2월 중순경 삼성토탈 브랜드를 달았던 3곳의 LPG충전소가 석 달도 채 운영되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당시 정부를 비롯한 삼성토탈에서 LPG시장의 지각변동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에 비하면 말그대로 용두사미로 끝난 것이다. 더욱이 당시 정부는 LPG수입업의 진입장벽을 낮춘다는 명목아래 2009년 5월경 LPG수입사의 경쟁촉진 방안으로 내수판매량의 45일분을 저장할 수 있는 저장시설을 보유해야 했던 것을 35일로 완화시켰다. 결국 삼성토탈은 외부적으로 경쟁촉진을 외쳤지만 실속만 챙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토탈은 그나마 자본을 갖고 자가소비용을 위해 LPG저장탱크라도 건설했지만 이제는 서류만으로 LPG수입업에 나서겠다는 회사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지난 2015년 3월 호라이즌홀딩스가 LPG수입업 조건부 등록을 마쳤으며 올해 7월 코리드에 이어 8월에는 삼영가스플랜트까지 조건부 등록을 받았다. 이와 함께 보성그룹도 자회사 한양을 통해 LPG수입업 진출을 적극 모색 중이다. 한양은 전남 여수 여천일반부두 배후부지에 LPG와 석유화학제품, 유류 저장소 건설을 지속 검토하고 있다.

 

아쉬운 LPG정책

경쟁촉진을 통한 LPG가격 인하는 반가운 일이지만 아직까지 피부로 느낄 만큼 효과가 발생하지 않아 정부정책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더욱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7월 5일 ‘에너지 신산업 성과확산 및 규제개혁 종합대책’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해 2020년까지 총 30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이날 LPG 및 석유시장의 진입규제 완화방안도 포함되면서 후속조치로 수출입업 등록요건이 낮아진 것이다.

가뜩이나 LPG시장은 위축되고 있는데 정부는 전기자동차를 비롯해 신재생에너지 보급에만 주력하고 LPG의 수요증진을 위한 방안은 없다. LPG수입업에 수백억원에 달하는 자본을 투자하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하향산업이라는 것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한 정부의 ‘조건부 등록’에 대한 실효성도 의문시 되고 있다. 조건부 등록은 LPG수입기지 등을 갖추고 있지 않고 향후 2년 내에 탱크설비를 마무리하면 본 등록 절차를 밟게 된다. 현재까지 조건부 등록을 받은 회사들의 행보를 보면 실제 LPG수입업에 나설지 의문시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따라서 조건부 등록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해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가 회복돼야 할 전망이다.

삼성토탈의 사례만 보더라도 자가소비용이라는 안정된 수요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수시장 판매는 포기한 만큼 LPG수입업에 진출하는 것이 쉽지 않다. LPG충전시장은 수입·정유사가 충전소에 지원한 자금이 상당한 곳도 다수고 입지가 좋은 충전소는 워낙 고가에 거래되고 있어 자본의 투입이 만만치 않다. 더욱이 자체 폴을 출시하려면 거래관계에 있는 충전소 수도 일정 이상 돼야하고 충전소 성격상 폴 보다는 지리적 영향이 큰 것도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막아서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다양한 사안을 고려했을 때 LPG수출입업 요건 완화가 LPG수입사 확대로 이어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무엇보다 제3의 수입사가 등장하기 위해서는 LPG수요기반 확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LPG시장이 커지면 LPG수입업에 뛰어들 회사가 출현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LPG산업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LPG에 대한 관리체계가 완전히 바꿔야 한다. 자연재해를 대비해 일본은 1차에너지원 중 LPG를 별도로 구분해 관리하고 있으며 적정유지 목표를 설정해 타 에너지와 공존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국가 에너지기본계획에 LPG를 포함시켜 LPG의 수요가 일정부분 유지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전기, 석유제품과 적절한 역할분담을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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