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신문=가스신문 ] 21세기가 12.5%도 더 지난 이 시점(87.5%는 남아있다)에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합리적인 의사결정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니 놀랍고 부끄러운 일이다. 사적인 일이라면 자신의 주관에 따라 결정하고 결과를 받아들이면 되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타당한 사실에 입각한 판단보다 간절한 소망(wishful thinking)을 앞세워도 괜찮을 수 있다. 그러나 공적인 영역에서의 의사결정과정은 사실에 기초하고 공정한 과정을 통해 다수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집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방향의 노력은 에너지 산업영역에서 더욱 절실하다. 왜냐하면 지난 정부는 녹색성장과 자원산업 육성 분야에서 공공성이 결여된 간절한 소망을 앞세워 현실을 외면하는 바람에 막대한 국부를 낭비하고 기회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이제 지속가능한 저탄소사회의 실천은 우리의 소망이면서 다음 달부터 효력이 시작되는 기후변화협약의 의무이기도 하다. 이에 맞추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가 나아가야할 길 앞에 놓인 불편한 진실을 짚어보고 에너지 정책의 미래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세계인구증가와 GDP성장은 필연적으로 에너지수요증가를 일으킨다. 여러 기관의 장기전망에 따르면 2035~2040년의 에너지 수요는 현재보다 35~50%정도 늘어날 것이다. 증가분의 60%정도는 화석연료에서 그 나머지는 신재생에너지에서 공급해야 될 것으로 예측한다. 따라서 20년 후의 세계 에너지믹스는 원유(29%), 천연가스(26%), 석탄(25%), 신재생에너지(9%), 수력(7%), 원자력(5%) 순으로 추정된다. 그 때에도 화석연료는 에너지공급의 75~80%를 차지하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지금보다 20%정도 늘어날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에 따르면 저탄소사회로 가는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여기에 덧붙여 정보통신 기기의 보급은 더 많은 전력수요 증가를 가져올 수 있다.온실가스 배출규제와 전력수요 증가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에너지믹스의 불편한 진실은 천연가스의 소비증가로 귀결된다. 국내 수요 감소로 우리의 천연가스산업이 휘청대는 판이라 21세기는 천연가스의 세기라는 말이 생뚱맞기 그지없어 보인다. 그러면 우리 천연가스산업의 미래를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  실현가능한 시나리오에 입각한 우리의 에너지 수급 전략은 무엇인가? 고민의 해결을 위한 단초로 일본의 JERA를 주목해 본다.

JERA는 지난 해 4월에 동경전력과 중부전력이 50:50의 지분으로 출자한 에너지회사다. 이 회사의 비전은 LNG와 석탄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전력을 생산하는 에너지기업이다. 사업내용은 두 연료의 상류부문사업 투자, 연료확보, 운송, 거래, 일본내 화력발전소 신설 및 개조, 해외화력발전 및 에너지인프라 사업참여 등이다. 한마디로 공급이 넘쳐나는 LNG와 석탄을 활용하여 증가하는 전력수요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이들의 사업은 과거 오일메이저가 원유를 중심으로 상류에서 하류까지 사업을 통합하였듯이 LNG와 석탄 중심의 에너지메이저를 추구한다. 이 회사의 2030년 사업목표는 LNG 거래량 연 4천만톤, 석탄거래량 연 3천만톤, 상류부문 투자사업 12개(현재 6개), 해외 발전량 2만 메가와트, 국내발전량 1만2천 메가와트, LNG수송선 30척(현재 16척) 등이다. 이 과정에서 E&P, EPC, 트레이딩, 운송, 발전까지 다양한 산업분야의 가치사슬을 추구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문제로 석탄산업 발전이 미운오리 새끼가 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화력발전의 비중은 무시할 수 없다. 우리가 공급초과 상태의 천연가스(LNG)와 석탄에 주목하는 이유는 침체된 자원산업 상류부문 공기업의 활성화와 조선산업의 불황 탈출에 큰 도움이 될 가능성이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여건을 되짚어 보고 에너지산업계 특히 천연가스산업계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발상으로 접근해야 할 시기다. 에너지산업계의 성공역사를 보라! 간절한 소망보다 불편한 진실을 수용한 도전자가 가장 큰 열매(lion’s share)를 차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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