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신문=주병국 기자] 

각국 신재생E 중요성 인식 비용절감·효율 개선으로  실용성 필요

천연가스는 석탄·석유→신재생에너지로 가는 중요한 가교역할

에너지시장 선도 위해 에너지저장(ESS)와 IT접목 스마트그리드 ‘역점’

 

지난 10월 13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제23회 세계에너지총회(World Energy Congress)에서 대성그룹 김영훈 회장(64세)이 최대 국제 민간에너지기구인 세계에너지협의회(World Energy Council, WEC) 회장으로 취임, 3년간의 임기를 시작했다.

WEC에 한국인이 회장직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회장은 지난 2005년부터 6년간 WEC 아시아 태평양 담당 부회장(Vice Chair)으로 활동했고, 차기 회장으로 선출돼 2013부터 공동회장(Co-chair; 차기 회장)을 맡아왔다. 김 회장이 WEC 소속으로 활동한 지 올해로 10년째이다.

김 회장은 터키 이스탄불에서 진행된 제23회 세계에너지총회에서 취임식을 통해 “WEC는 에너지 대전환기를 이끌어갈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하여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역점을 둘 것”이라며 “WEC가 기술자들과 투자자들이 만나고 논의하여, 새로움을 창조할 수 있는 장이 되도록 IIE(Inventor-Investor-Encounter)를 구현토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김 회장은 3년의 임기 동안 매년 연차 총회, 에너지 리더 서밋, 대륙별로 열리는 지역회의 등에 참석하고, 또 3개 상임위원회별 회의, 초청 포럼 등의 활동차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낼 것이다.

특히 세계 각국을 돌면서 에너지관련 주요 인사와 각국의 에너지정책결정자들을 만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김영훈 회장. 그를 직접 만나 급변하는 세계에너지 시장의 트렌드와 그 속에서 한국의 에너지정책과 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지, 그리고 WEC가 추구하는 목표와 역할 등에 대해 들어봤다.

▲급변하는 세계에너지시장에서 세계에너지협의회(World Energy Council) 회장으로 취임한 것은 큰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

“과거 에너지 시장이 만성적인 공급부족을 배경으로 석유수출국들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던 공급자 우위 시장이었다면, 지금은 셰일에너지 공급증가, 선진국의 에너지 수요감소로 인해 공급과잉이 일상화 된 수요자 우위 시장으로 변화됐다. 이런 가운데 세계에너지 교역량의 약 20% 이상을 차지하는 동북아시아가 가장 큰 에너지시장으로 성장했다. 그 만큼 아시아의 목소리가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에너지 분야가 대전환기를 맞는 시점에 세계에너지협의회 회장에 취임하게 되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또 취임 시점이 파리기후협약 발효시점과 거의 겹치는 데, 향후 에너지대전환의 속도가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에너지 수출국과 수입국,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모두 참가하는 WEC가 다양한 목소리를 모아서 에너지미래를 개척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취임하면서 강조했던 점과 앞으로 역점을 둘 분야는?

“우선 지난 3년간은 WEC 공동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경험과 유익한 시간을 보냈고, 특히 2013년 대구와 올해 이스탄불에서 개최된 세계에너지총회를 함께 준비했던 모든 분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올해 취임사에서는 두 가지를 강조했다. 첫째로 회장 임기 동안 제2의 패러데이 같은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과학 기술자들(brightest minds)을 발굴해 이들이 마음껏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투자자(deepest pockets)와 연계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생각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에너지 전문가들이 모이는 WEC의 특성상 이러한 기술자들과 투자자들이 모일 수 있는 포럼을 진행해 볼 계획이다. 이러한 프로젝트를 가칭 ‘발명가와 투자자의 만남’, ‘IIE(Inventor-Investor-Encounter)’라고 칭하고, 2019년 제24차 아부다비 세계에너지총회에서 구체화하여 에너지 대전환기를 이끌어가는 기술혁신에 기여하고자 한다.

두 번째는 에너지, 식량, 물 등 연관분야와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각 분야별로 환경변화에 독자적으로 대응해 왔다면, 앞으로는 세 분야가 기후변화, 자연재해 같은 외부 환경에 쉽게 영향을 받지 않는 강인하고 복원력 있는(resilient)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협력 플랫폼을 회장 재임 기간에 구축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총회기간 중 몇 개의 토론 세션에 머무르던 에너지, 식량, 물 분야 협력에 관련한 논의를 2019년 제24차 아부다비 세계에너지총회의 주요테마로 잡아 보다 심도 있게 논의하고 실천할 것이다.

▲해외 에너지산업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으며,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어떤 분야, 어떤 것들이 있나?

“사실 최근 신재생에너지분야의 가장 큰 생산국과 소비국은 중국과 인도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태양광시장 규모가 미국의 2배에 달하고 있을 정도로 공격적인 신재생에너지 보급정책을 펼치고 있다. 물론, 이들 국가들의 심각한 대기오염문제 때문에도 에너지전환을 더 빨리 진행할 가능성도 크다.

유럽연합(EU)도 최근 파리기후협정 발효 이후 클린 에너지산업 성장을 위해 2030년까지 1조7700억 유로 규모의 투자와 90만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는 이행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독일은 2022년까지 원전을 모두 폐쇄하고, 전기 생산량의 80%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고, 신재생에너지 활용 외에도 에너지 효율 향상과 사용량 감축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는 전 세계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WEC가 발표한 세계 에너지 시나리오에 따르면 2060년까지 화석연료 비중이 50~70%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는 등 앞으로 상당기간 동안 화석연료가 여전히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다양한 변화와 전망을 감안해 우리나라는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 산업 활성화와 함께 화석연료를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개발과 투자에도 함께 힘을 쏟아야 한다고 본다.”

 

▲신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국내 환경여건상 태양광, 풍력 등은 국내 지형과 현실에 잘 맞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이런 점들은 어떻게 보나?

“모든 에너지 분야 중에서 현재 신재생에너지의 성장속도가 가장 빠른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가격경쟁력인데, 이 문제는 비용절감과 효율개선을 통해 발전단가가 빠르게 떨어지고 있어서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무시할 수 없는 문제가 있는데 바로 안정성의 문제 즉, 신재생에너지의 단속성 (Intermittency)이다. 계절, 기후, 일기에 따라 발전량이 일정하지 못하다는 점이며, 아직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미미한 수준이라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앞으로 비중이 커질수록 전기의 안정적 공급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해결 방안으로는 유틸리티 수준의 전력을 감당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빠른 시일 내에 구축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미래 신재생에너지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사업이라 사료된다.

이런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다른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적극적인 개발도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미생물 에너지 발전에 전망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미생물 에너지개발을 통해 화석연료의 원료인 죽은 미생물 대신 인류가 살아있는 미생물과 에너지를 공유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이 언젠가는 가능하리라고 보고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바다가 삼면인 우리나라가 미생물을 포함한 무한한 자원의 보고인 바다 자원을 활용한 ‘블루에너지경제(Blue energy economy)’를 구축한다면 에너지 문제는 물론 심화되고 있는 물과 식량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 왜곡된 전기시장 때문에 신재생에너지가 자생력을 갖추기 어렵다. LNG시장 구조도 비슷하다.이런 점들을 어떻게 보는지?

“세계 여러 나라의 에너지산업의 형태는 그 나라가 갖고 있는 에너지산업의 역사와 정치체제 등이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유럽과 북미지역은 에너지산업이 민간주도로 성장해 왔고, 사회주의 정치체제 또는 산업화 역사가 짧은 국가들은 국가주도의 에너지산업이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는 경제성장기에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전기, 가스 등 분야를 국영기업 형태로 육성해 왔고, 현재 공기업으로 전환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에너지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지금 과거에 정립된 에너지산업의 구조가 어느 정도 당위성과 효율성을 갖고 있느냐의 문제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최근 정부가 민간발전분야 개방했고, 일부 발전용 및 자가소비용에 한해 가스 직수입을 허용하고 2025년 이후부터는 천연가스 도입과 도매시장을 민간에 단계적으로 더 개방한다는 내용의 정책을 발표하는 등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만큼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셰일가스의 혁명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제야 2017년 하반기부터 민간발전사와 한국가스공사의 일부 스팟 물량으로 국내에 들어온다. 하지만 이 같은 물량은 전체 도입물량의 10% 미만에 그친다. 특히 도입·도매시장은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의 의존도가 높다보니 한국은 세일가스와 현실적으로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이런 점들은 외국에서 어떻게 평가하나?

“먼저 WEC는 특정 국가의 에너지정책에 대해서 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대거나 함부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 드리고 싶다. 다만, 우리나라 가스수입물량의 대부분이 장기계약으로 수입되는 것은 에너지안보 차원에 볼 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 확대 등 시장상황 변화로 인해 국제가스거래 관행에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셰일가스 공급확대로 장기계약보다 스팟 시장 거래가격이 더 낮아지는 기현상이 일상화 되었고, 가스시장에서의 가격이 유가연동제보다는 시장의 메커니즘 즉, 수급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시장에서 중요한 판단은 단기적인 흐름보다는 장기적이고 모든 변수를 고려한 종합적인 관점에서 고민되고 결정되어야 하며, 시장의 흐름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대응하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가 반드시 국제에너지 시장에서 뒤처지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면?

“전통적으로 에너지 산업은 에너지생산국과 소비국, 수출국과 수입국의 입장이 확연히 달라졌다. 우리는 전형적인 에너지 수입국, 소비국인 탓으로 국제시장에서의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이제 시장 환경이 ‘수요자의 결정권이 커진 시장(buyer’s market)’으로 변화하고 있고, 에너지산업이 자원을 바탕으로 한 자본집약산업에서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기술집약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상황이라 우리나라도 에너지 강대국이 될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특히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압축성장을 하고 있다고 할 만큼 선진국과 기술격차를 빠르게 줄여나가고 있다.

가장 성장률이 높은 태양광과 ESS분야 등에서 이미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특히 ESS분야에서는 이미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지 않나? 우리나라 원자력은 프랑스, 일본, 미국, 러시아와 함께 5대 원전강국 (메이저) 중에 하나가 되었다. 여기에 IT분야 기술력과 에너지기술을 융합한 스마트그리드 분야도 전망이 있다고 본다. 이런 우리의 장점들을 극대화하면 우리나라가 기술집약 산업으로 변모한 새로운 에너지 시장의 강자가 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끝으로 WEC에 대해 생소한 분들을 위해 간단한 설명과 앞으로 WEC가 추구하는 최종 목적인 무엇인지?

“WEC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OPEC이나 IEA와 비교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OPEC과 IEA는 각각 석유 수출국과 석유 수입국 정부들이 주도하는 기구이다. 반면 WEC는 에너지 관련 기구 중 유일하게 모든 분야 에너지를 아우르고 있으며, 각 국가의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기업과 학계 그리고 NGO를 포함한 다양한 단체가 모두 참여하는 유일한 국제 민간 에너지 기구이다. 이 때문에 ‘에너지분야의 UN’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올해가 WEC 설립 93년째인데, 공교롭게도 현재 93개 국가의 회원국 위원회(Member Committee)가 가입되어 있으며 정부, 민간기업, 학계, NGO 등3,000여 조직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WEC의 최종 목적은 지속가능한 에너지의 공급과 이용을 통해서 모든 사람에게 최대의 이익을 주는 것이다. 특정 이해 집단이나 편향된 정치적 입장을 지양하면서, 에너지 분야가 가진 이슈와 논쟁들을 조정하고, 모두가 평등하고 안전하게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해 에너지 전문가들의 협력을 이끌어 왔다. 이러한 WEC의 목적은 ‘공익 추구가 최상의 수익모델’이라는 저의 경영철학과 매우 부합하는 부분이 많아서, 바쁜 일정 속에서도 오랫동안 WEC 활동을 이어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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