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가동률 감소세 지속 가스공급업체들 고전할 듯

[가스신문=한상열 기자] 지난해 국내외 주요 경제기관들은 2017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대부분 2%대로 전망했다. 기획재정부가 가장 높은 3.0%로 내다봤고 한국은행 2.8%, 한국개발연구원 2.7%, 한국경제연구원 2.6%, 현대경제연구원 2.6%, LG경제연구원 2.2% 등의 순으로 예상했다. 심지어 노무라증권은 1.5%로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전망치는 지난해 5~10월 사이에 나온 것으로 최순실 게이트, 트럼프 당선 등 국내외 정치적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이를 고려하면 성장률은 더욱 낮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견해다. 올해도 우리나라 경제는 탄핵정국으로 인한 불확실성, 기업의 투자 및 고용 위축 등이 이어지면서 심각한 슬럼프에 빠질 것으로 보이며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기조 확대, 미국발 금리상승 등의 영향으로 수출과 내수의 위축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제조업의 가동률이 크게 떨어져 산업용가스 수요도 빠른 속도로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조선, 철강 등 국내 주요 기간산업의 경기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어 사상 최악의 해가 될 것이란 예측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본지는 2017 정유년(丁酉年) 닭의 해를 맞아 산업용 고압가스업계 전문가들의 견해를 듣고 산업용가스제조, 가스충전·판매, 특수가스, 수소·탄산, 고압용기·저장탱크 등으로 나뉘어 관련업계를 전망해본다.

 

대성산업가스 매각 등의
가스메이커 대이동 관심

수소·탄산분야 사상최악
특수가스는 올해도 활기

 

▲ 산업용가스메이커에서 액화가스를 탱크로리를 통해 출하하고 있다.(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고압가스제조업계 

글로벌 경기침체가 더욱 심화되면서 국내 제조업 전 분야에 걸쳐 심각한 빈혈현상이 일어나 산업용가스 수요도 크게 감소하고 있다. 이로 인해 그 동안 잘 나가던 산업용가스충전소는 물론 메이커들에게도 비상이 걸렸다.

산업용가스의 수요는 지난 수 십 년 동안 우리나라 경제 성장에 힘입어 꾸준히 늘어나 산업용가스공급업체들의 경영실적 증가로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파이프라인, 온 사이트 등 산업용가스메이커들의 영역인 토니지부문의 가스판매량마저 조금씩 줄어들고 있어 크게 고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초 산업용가스메이커들이 가격인상을 단행하기도 했으나 지속적인 수요 감소와 함께 열악한 시장구조 등에 따라 결국 원점으로 내려앉았다.

산업용가스메이커들의 투자도 매우 주춤해졌다. 다만 에어프로덕츠코리아가 경기도 평택시 장당산업단지에 대규모 ASU(공기분리장치)를 지난해 말 완공하고 올해 초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울산 온산공장 증설계획도 발표하는 등 성장 동력의 기반을 쌓고 있다.

이 밖에 올해 산업용가스제조부문의 시장은 많은 변화가 예상돼 있다.

지난해 10월 린데코리아가 에어리퀴드코리아의 온 사이트 및 벌크사업을 인수하기로 해 올해부터 린데코리아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고 있다.

가장 큰 관심은 대성산업가스의 인수후보사라고 있을 것이다. 현재 SK(주), 효성(주)을 비롯해 몇몇 다국정 산업용가스 메이커들이 대성산업가스에 눈독을 들이고 있으나 매각금액을 놓고 서로 줄다리기를 하는 상황이다.

철강, 제련공장 등에서 부산물로 내놓던 잉여가스는 올해도 산업용가스유통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포스코 등 철강회사들이 수출 부진 등으로 인해 가동률을 크게 낮추는 바람에 잉여가스 출하량도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올해는 경기침체의 골이 너무 깊어 가스판매량 감소가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이며 일부 성장을 하는 회사가 있더라도 예전과 같은 높은 신장률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고압가스 충전 및 판매업계 

산업용가스의 하부 유통단계인 충전 및 판매업계는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들어 그 어느 해보다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의 한 고압가스충전사업자는 “우리 지역 산업용가스충전시장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물량확보 경쟁을 치열하게 벌였다”고 전제하면서 “최근에는 경쟁을 해봐야 득이 될 게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분쟁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가스 수요가 급격하게 감소함으로써 신규 수요처 등 물량 확대를 위해 공략할 곳이 거의 없다는 것 자체가 더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특히 영남지역의 고압가스 충전 및 판매시장은 조선 및 철강산업의 심각한 위축으로 판매량이 크게 줄어들어 매출이 절반 가까이 감소하는 등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고압가스 충전 및 판매업계에서는 허가 외 품목의 판매와 관련한 고소·고발이 이어져 또다시 회오리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허가 외 품목 판매행위, 고압용기에 새겨진 가스명과 다른 가스 충전행위, 영업을 마친 야간의 가스운반차량 불법주차 등에 대한 제보 및 민원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도 고압가스충전업계는 의료용가스 GMP(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적합판정서를 받기 위한 준비에 매우 분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전국에서 약 70개 충전소가 각각의 컨설팅회사를 선정, GMP를 준비하고 있으며 산소, 질소, 이산화탄소, 아산화질소 등 총 4가지의 의료용고압가스 가운데 저마다 자사의 경영환경 및 여건에 맞는 가스만 GMP를 준비하고 있다.

또 올해도 몇몇 지역에서 신규 고압가스충전소를 건설하거나 영업개시를 앞두고 있으며 특히 수도권에서는 의료용가스 전용충전시설을 마련하는 충전업체도 서너 곳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투자가 대대적으로 이뤄지는 의료용가스시장은 머지 않아 한 바탕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요즘 고압가스 충전 및 판매업계는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시설투자만 늘어나는 상황이어서 조만간 경영난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가운데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곳은 고압가스판매사업자들이다. 판매사업자들은 충전사업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경쟁에서도 희생양이 되고 있으며, 올 하반기 의료용고압가스 GMP가 본격 적용될 경우 의료용가스 판매사업자들의 영역이 가장 먼저 침공 당할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올해 고압가스충전 및 판매업계는 뚜렷한 호재 없이 판매량이 크게 감소해 매출 및 수익이 줄고, 일부는 경영악화로 매각의 수순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용 특수가스업계 

산업용가스업계에서 그나마 호재가 남아있는 곳은 특수가스분야다. 특수가스 전방산업인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산업이 올해도 수출 및 내수시장에서 선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S전자 등의 경기도 평택시 고덕산업단지 조성은 특수가스분야의 새로운 먹거리가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SK머티얼즈, 원익머트리얼즈 등 특수가스업계를 선도하는 기업부터 시설투자에 나서고 있다.

국내 최대의 특수가스공급업체는 SK머티리얼즈의 경우 삼불화질소(NF₃)를 비롯해 육불화텅스텐(WF₆) 등의 품목에 대한 시설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효성도 NF₃ 제조시설을 지속적으로 증설, 본격적인 가동에 나서면서 수익률을 높이고 있다.

원익머트리얼즈는 더욱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 회사는 전구체(Precusor)와 레이저혼합가스 등 굵직굵직한 품목을 확대하기로 하고 활발히 투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도 SK머티리얼즈, 원익머트리얼즈, 효성, 하나머티리얼즈 등 국내 특수가스전문공급업체는 물론 글로벌회사인 산업용가스메이커들이 공급하는 특수가스부문의 수익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들어 특수가스시장에서는 아산화질소(N₂O), 사수소화게르마늄(저메인·GeH₄),  삼염화갈륨(GaCl₃) 등 새로운 특수가스와 전구체와 같은 신물질이 각광 받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메이저급 특수가스업체와 함께 켐가스코리아, 대덕가스, 단일가스켐 등 중견급 특수가스공급업체들도 꾸준한 성장이 예측되고 있다.

 

 탄산 및 수소업계 

석유화학사로부터 부생가스를 받아 정제, 공급하고 있는 탄산 및 수소업계는 지난해에도 힘들었지만 올해는 더욱 큰 고난의 길이 예상되고 있다.

탄산분야의 경우 조선산업의 붕괴로 탄산의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 올해도 어두운 터널 속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시장상황에서도 지난해까지 시설투자가 이어져 과잉공급현상이 뚜렷하게 일어나 그 동안 안정됐던 시장에 치열한 가격경쟁을 하는 바람에 가격이 크게 추락하는 등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수소시장도 태양광산업의 붕괴와 함께 수요가 급감, 판매량 감소는 물론 가격까지 떨어져 매우 힘들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근까지만 해도 설비투자를 통해 생산능력을 높여왔던 덕양, SPG, 창신화학 등 수소공급업체들은 올해는 특별한 투자계획 없이 수요처 관리에 역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고압용기・저장탱크・밸브업계 

고압용기를 비롯해 초저온저장탱크, 초저온용기(LGC), 용기용 밸브 등 산업용가스관련 용품 및 장비업계는 올해도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인해 대부분 하향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고압용기분야는 살얼음판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엔케이의 계열사인 이엔케이의 경우 내수는 물론 수출 길이 막혀 고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마스테코가 인수, 운영하고 있는 한국HPC는 중견 고압가스충전업체인 경인에코화학에 총판을 맡겨 내수시장의 기반을 공고히 하고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영업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도 국내 고압용기시장에는 시노마, 북경천해공업, 진둔 등 중국의 3개 고압용기메이커의 제품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지티코리아(이엔케이.시노마), 글로벌가스텍(북경천해공업), 천해고압용기(한국HPC.시노마), 한성소방(진둔) 등 국내 고압용기유통업체들은 올해도 국산과 함께 외국산 고압용기도 취급하면서 불꽃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초저온저장탱크시장에는 기존의 대웅CT, 부영CST, 대림기공, 크리오스 등 4개 업체가 각각의 영역을 구축, 판매해 나가고 있다.

한 때 10개가 넘는 제조사가 각축전을 펼쳤던 초저온저장탱크시장은 이미 엄청난 경쟁 속에서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이뤄져 동진크로텍, KT중공업, 동아화공기 등은 이미 초저온저장탱크사업을 접은 상태다.

또 초저온용기업계는 그 동안 국내 생산업체인 한비와 수입업체인 한국초저온용기(말레이시아 테일러와튼) 및 제일가스산업(중국 허태가스)이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고압용기용 밸브업계는 올해도 수요 감소와 함께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수가스용기용 밸브는 수입품인 로타렉스 루스테크, 네리키 등의 제품과 그리고 국내에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하마이코리아의 제품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반고압가스용기용 밸브분야는 기존의 영도산업 및 화성에 이어 지난해부터 에쎈테크가 생산을 재개했다. 

에쎈테크의 경우 총판대리점인 삼동VNL을 통해 밸브를 공급하고 있으며 지난해 충북 청주시 소재의 대신하이테크가 중국산 밸브를 수입, 경쟁에 나서기도 했으나 시장진입에 성공하지 못하고 결국 사업을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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