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이 게재될 때에는 우리나라는 지난 몇 달 정치적 갈등에서 벗어나고 있을 것이다. 신자유주의와 비탄력적 보수(保守)가치를 어느 정도 수용해온 한 시대가 가고 새로운 사회질서가 다가올 것이다. 

그러나 새 시대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이 혼재할 것 같다. 아마 많은 서민들은 정치적 갈등 속에서 잠시나마 방치하였던 우리 사회의 여러 해결과제를 다시 생각할 것이고, 자신에게 더 큰 아픔을 줄 가능성에 분노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 당면 과제들을 열거한다면 저성장과 사회적 불평등, 저 출산, 고령화 등이다. 그리고 지난 오랜 세월 글로벌 자원위기와 금융위기 속에서도 이루어온 산업화 성공 스토리, 선진국 반열에 오른 국민적 자부심이 이번 정치적 갈등을 계기로 훼손된 것에도 낙담할 것이다. 따라서 낡은 체재(앙시앙 레짐:Ancien Regime)를 조기에 청산할 수밖에 없다. 

오랫동안 용인되어온 안보우선 사회질서, 신자유주의, 완전시장 경제논리, 글로벌리즘, 수정자본주의 등이 청산 혹은 수정되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국민적 분노수준을 감안하면 진정한 경제민주화체재 도입이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위에서 언급한 저성장ㆍ불평등ㆍ인구절벽 등 낡은 체재의 부작용을 해결하는 경제민주화, 그리고 제4차 산업혁명 논리에 입각한 지속가능 성장을 이루어야 한다. 지난한 과제들이고, 함께 이루기는 더욱 어렵다. 

특히 재벌개혁을 포함한 경제민주화는 우리 사회질서의 근본적 개혁으로만 가능하다. 역사적으로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는 민주적 자기지배로서의 자치권이다. 그런데 이 자치권 중 경제적 자치권이 불평등성장 과정에서 고전 경제학의 기반인 사유재산권과 대립적 개념이다. 이에 경제적 평등이 사유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소수지배층의 주장을 극복하는 것이 우리나라 경제민주화의 핵심과제가 되었다. 이런 논쟁과정에서도 우리 경제체질은 크게 훼손되고 약화되고 있다. 

OECD 등 국제기관들은 이미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선진국 뿐 아니라 아시아 최저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KDI는 2017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7%에서 2.4%로 내려잡았다. 더욱이 최근 지속되고 있는 정치적 불확실성을 감안하는 경우 2% 성장도 장담할 수 없다고 한다. 따라서 경제전반에 걸친  비상대책이 요구된다.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를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 급락을 막아야 한다. 아울러 주력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고도화의 관점에서 산업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서 우리 가스산업도 수요부진과 구조조정 요구에 직면할 것이다. 특히 최근 확정된 신기후변화체재(파리협정)에 대응한 2030년 온실가스 37% 감축규범인 “제1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의 영향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이 계획의 핵심은 기존 온실가스배출 강제 감축위주에서 시장과 기술 중심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이다. 기후변화로부터 국민이 행복하고 안전한 사회를 구현하며 민간의 역할을 강화하고 정책수용성을 제고를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의 영역독점 가스산업 체재와 안정공급 보장용 총괄원가 보상형 가격체계는 변화가 불가피하다. 더욱이 천연가스는 최대 수요처인 청정발전부문에서 신재생에너지와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공공전략이 안정공급보다 수요절약, 대체재/기술개발에 우선할 것이기 때문에 기존 소비자 유지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한 마디로 한번 시장진입하면 100년 가는 천연가스산업은 이제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한 확실한 대비책이 2017년을 계기로 잘 진척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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