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이 떠들썩하게 왔다. 국내 정치적으로 어수선한 해가 온 것이다. 우선 2016년부터 시작된 조류 인프루엔자(AI)로 닭띠 해에 닭이 없는 해로 시작되고 있다. 3000만 마리나 없앴으니 그럴 만하다. 정치로 가면 뜻하지 않은 대선이 예정되어 있다. 여의주를 가진 용이 되겠다고 용들의 전쟁을 벌어지고 있다. 

에너지로 가면 여기도 만만치 않다. 그 이유는 잠룡들의 싸움 못지 않게 에너지원들 간의 전쟁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미 유럽에서는 수 십년 동안 불패 신화를 자랑하던 전력 산업에서 선도적인 발전사들이 도태하거나 몰락하고 있다. 세계 2위, 3위를 차지하던 독일 최대 전력사인 에온(E.O.N)은 2012년 매출 192조원에서 2015년에는 매출 150조, 순손실 8조원을 기록한 후 27위로 급락했다. 프랑스 엔지(engie(GDF-Suez에서 이름을 변경)와 독일 알더블유이(RWE)도 10위권에서 각각 22위, 35위로 추락했다. 

전통적으로 석탄화력 발전을 중심으로 성장한 유럽 전력사가 신용등급 하락으로인해서 2008∼2013년 동안 상실한 시장가치는 1000억 유로(126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유럽은 2005년 이후부터 전력 수요 증가율이 1% 미만으로 경제성장율 보다도 적다. 맥킨지는 유럽 전력회사 소유 석탄·가스발전은 2013년 기준 73%가 적자인데 2020년 84%까지 증대될 것으로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도 2000년부터 2015년까지 평균 0.5% 수요 증가에 그쳤다. 

이같이 도태하거나 몰락하는 이유는 선진국에서의 인구 증가율 감소와 경제성장의 정체, 신재생 에너지 시장의 확대를 위한 강한 정책적 지원, ICT 기술과 접목한 에너지 효율의 급속한 증대, 그리고 고객의 수요를 반영하는 다양한 사업 모델의 등장이다. 대표적인 것이 프로슈머 시장이다. 

국내 에너지 산업은 설혹 용은 아니더라도 그리스 신화 레르네 지역에 사는 머리가 아홉 개 달린 독뱀 히드라처럼 여러 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다. 물론 신화에 따르면 히드라의 전승에 따라서 5개에서 100개 까지 머리가 될 수 있다고 하면서 불멸의 마리가 있다고 한다. 

우선 인구 절벽으로 인한 저 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가 전력이나 가스 등 에너지 수요의 약화를 가져온다. 두 번째는 거의 10년 동안 3000만 불을 넘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는 경제성장의 문제다. 세 번째는 에너지 다소비 산업 구조를 가짐으로서 갖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네 번째는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매우 강해졌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원전 반대인데 후꾸시마 이후에 일본, 독일, 대만, 한국 등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마지막으로 민자 발전의 급성장으로 인한 과다 경쟁의 가능성 문제다. 민자 발전은 2010년 시장개방 후 전체시장의 8.3%에서 2015년에는 18.1% 까지 늘어났다. 최근에는 신재생 에너지 가격을 결정 하는데 SMP 가격과 REC를 혼합하여 20년 동안 보장하는 획기적인 정책까지 도입하였으니 경쟁은 더 치열해 질 것이다.

독뱀 히드라를 물리치는 것은 제우스의 아들 천하장사 헤라크레스다. 이때 이복 동생인 이포클레스의 도움을 받는다. 한국의 에너지 산업도 그 어느 때보다 힘과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그러나 당장 사람이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 한다. 

전력가격의 현실화를 하자. 이것을 해야 하는 당위성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마음으로 설득하자. 8차 전력 수급부터 석탄 발전 보다는 친환경 발전인 가스발전을 더 도입하도록 하자. 신재생 에너지도 더 과감하게 증대시키자. 해외에 석탄 발전 사업을 수출하도록 적극 돕자. 

과거가 제품을 수출하는 시대였다면 미래는 기술과 관리를 수출하는 시대다. 안 쓰는 미활용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자. 수요자 중심의 다양한 에너지 사업 모델을 만들고 확산 하자. 그리고 명심하자. 정부의 적절한 힘과 이해 관계자의 지혜가 히드라의 머리를 벤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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