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체계는 고체연료에서 액체연료 그리고 최종적으로 기체연료로 진전되기 마련이다. 소비자 이익보호 차원에서 이런 진전은 당연하다. 따라서 기체연료인 천연가스는 최고급 청정 화석연료이다.

사용 그 자체가 더 높은 부가가치와 소비자 효용을 의미한다. 물론 전력이 최고급 에너지라지만 2차 에너지이며, 그 생산에 천연가스 투입이 증가하고 있어 천연가스를 최고급 ‘화석연료’라고 칭하는 데 무리가 없다.

이러니 천연가스를 공급하고 소비한다는 그 자체가 특수한 이권과 지위를 누리는 셈이다. 한 마디로 부자(富者)의 에너지가 천연가스이다. 이런 연유에서 세계 천연가스시장에서는 항상 ‘정치적’의미가 많다. 유럽과 러시아 간 천연가스 파이프라에 관한 전략적 협상, 중국, 인도에 대한 러시아의 가스공급, 그리고 미국 셰일가스의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시장 진출 등이 모두가 정치적 고려가 개입되어 있다. 더욱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영국 EU탈퇴(BREXIT)이후 상호호혜와 협력의 기반인 글로벌리즘(Globalism)이 붕괴되고 국가이기주의 극대화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래 지속된 세계질서가 일부 붕괴됨을 의미한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런 가운데서도 천연가스의 지정학적 가치는 더욱 커지고 있다. 예컨대 세계를 놀라게 한 파리협정 탈퇴검토, 석탄산업 부흥, 석유-가스 최대생산 등 미국 트럼프 정부 에너지전략은 천연가스(셰일 포함) 증산능력에 대한 확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여기에다 석유기업 출신 국무장관을 임명하여 에너지의 초과이윤 창출기능의 활용을 도모하고 있다.

에너지부문 수익을 도로 등 인프라 건설재원으로의 활용하기 때문에  미국우선 에너지자립계획은 지속될 것 같다. 이러한 여건 아래 우리나라, 일본 등은 미국산 천연가스 수입으로 무역마찰을 완화하려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러시아 역시 아시아시장 개척에 최선을 다 하고 있다. 2016년 미국 LNG 수출이 시작되었고, 2017년 러시아의 북극 야말 LNG수출이 시작될 것이다. 호혜적인 중-러 가스협력으로 동시베리아에서 중국 발해만 지역까지 파이프라인 건설이 2021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이를 경우 중국 산동 반도와 경기도를 잇는 황해 해저파이프라인 건설이 가시화될 수 있다.

결국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가스시장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격돌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OECD)가 발표한 ‘글로벌 가스수급 안정성에 관한 보고서(Global Gas Security Review 2016)’도 관심을 끈다. 이 보고서는 지금까지 석유 수급안정성에 치중해온 IEA가 가스 시장안보(Security)를 처음으로 범세계적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특히 LNG시장의 글로벌화에 따른 수급유연성을 중점 분석하였다.

IEA는 2016년 말 현재 세계 LNG공급능력(4450억 입방 미터)는 단기측면에서는 충분하나, 중기 가스안보 위험성을 제시하였다. 가동중단 내지 폐기되는 LNG생산설비를 감안하면 가동률이 95%수준 이상인 최고수준에 도달가능성에 유의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여타 에너지원과의 대체가능성 고려를 통한 가스안보 구조분석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LNG시장안보를 공급측면으로만 평가하지 말고 석유, 에너지절약 등 다른 에너지공급대안들과 함께 고려할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이는 가스시장은 분리된 단일(Stand Alone)시장이라는 관념의 탈피를 요구하는 것이다. 끝으로 가스 밸류(Value Chain) 장악경쟁에 돌입한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어떤 결말을 가져올지가 궁금하다.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개선이 가스부문에서도 가능할까? 이에 대한 우리 가스업계의 지속적 관심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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