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16. 12. 15. 2016두47321 판결 - 

 

1. 사실관계

(1) 甲은 카타르, 말레이시아 등에 있는 수출업자들로부터 액화천연가스를 본선인도(FOB; Free On Board) 조건으로 수입하면서 S해운 주식회사 등 국내 운항선사와 운송계약(이하 ‘이 사건 운송계약’)을 체결하였다. 운임은 자본비, 선박경비, 운항비, 이윤으로 구성되고, 운항비 중 연료비는 보증된 1일 평균 연료소비량을 한도로 실제 사용한 연료량에 따르도록 하였으며, 이윤은 선박경비와 운항비의 합계액에 연동하도록 정하였다. 甲은 운항선사에 위 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작성·청구된 운임명세서상의 금액을 운임으로 지급하였다.

(2) 천연가스는 해상운송 시 영하 약 162°C로 냉각하여 액화상태로 수입되는데, 국내로 운송하는 과정에서 온도와 압력 차이 등으로 액화천연가스 중 일부가 기화천연가스(Boil Off Gas, 이하 ‘BOG’)로 다시 변환되는 특성을 갖고 있고, BOG는 압력 상승 시 폭발할 위험이 있어 선박의 안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국내 운항선사의 수송선은 이러한 BOG를 이중 연료(dual fuel) 엔진 구조를 통해 수송선박의 연료로 사용하거나 소각하는 방식을 채택하여 설계·건조되어 있었다.

(3) 甲은 이 사건 운송계약을 체결하면서 국내 운항선사가 운송과정에서 발생하는 BOG를 수송선박의 연료로 사용하더라도 그에 해당하는 액화천연가스 대금을 운임에 포함시키지 않고 1일 BOG 허용발생량을 한도로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4) 세관장은 위와 같이 甲이 국내 운항선사에 BOG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운임 중 일부를 현물로 지급하였는데도 관세 등 신고 당시 BOG의 가액 상당의 운임을 누락하였다고 보아 甲에 대하여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2.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수입물품인 액화천연가스(LNG, 영하 162°C로 냉각하여 액화시킨 천연가스)를 선박으로 운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화천연가스(BOG)를 운송선박의 연료로 사용한 경우에 BOG의 가액을 운임으로 보아야 하는지 여부이다.

 

3. 판결요지

대법원 2016. 12. 15. 2016두47321 판결은 “수입물품의 운송과정에서 수입물품 고유의 특성으로 운송수단인 선박의 안전에 위험이 발생하기 때문에 그 위험을 제거하기 위하여 선박의 엔진구조를 설계함으로써 화주에게는 해당 물품이 일부 소실되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운송인이 화주의 동의를 받아 소실될 물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여 경제적 이익을 얻더라도, 이러한 이익은 운송계약에 특별한 정함이 없는 한 운송인이 해당 물품의 운송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수행하는 데 부수적으로 이익을 누린 것에 불과하고 운송의 대가로 금전 대신 현물을 지급받았다고 볼 수 없다. 이처럼 수입물품을 운반하면서 소실될 물품을 운송인에게 무상으로 제공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물품에 해당하는 가액을 운임의 일부라고 볼 수 없으므로 위 규정(관세법 시행령 제20조 제1항, 제2항)에서 정한 운임명세서 등에 의하여 운임을 산출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 … 수입물품인 액화천연가스를 선박으로 운송하는 과정에서 BOG를 수송선의 연료로 사용하여 결과적으로 운송원가가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하였지만, 이러한 점만으로는 운임의 일부를 금전을 대신하여 현물로 지급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BOG 가액은 이 사건 운송계약에 따른 운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며, 이와 달리 본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 하였다.

 

4. 해설

대법원이 위 판결에서 BOG의 가액을 운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이유는 크게 아래 세 가지이다. 첫째, 이 사건 운송계약에서 당사자들은 자본비, 선박경비, 운항비, 이윤 등을 감안하여 운임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고, BOG는 운임의 요소로 삼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를 운임으로 보아야 할 특별한 사정에 대한 증명 없이 과세가격에 가산하는 것은 관세법상 운임산정의 기준에 반한다. 둘째, 원고는 이 사건 운송계약에서 정한 방식에 따라 대금을 모두 지급하였고, 운임명세서 역시 그에 따라 작성·교부되었다. 그리고 약정운임은 실제 연료소비량에 연동하므로 국내 운항선사가 BOG를 사용했다고 해서 금전적 이익을 얻은 것도 아니다. 셋째, 이 사건 운송계약에 따라 액화천연가스를 운송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발생하는 BOG를 안전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고, 국내 운항선사의 수송선 구조에 의하면 액화천연가스의 물량 감소와 BOG의 연료 사용이 운송의 당연한 전제로서 불가피하게 예정되어 있었으므로, 원고로서도 다른 선택의 여지없이 고가의 액화천연가스가 소실되는 손실을 감내해야 했다.

위와 같은 이유로 대법원은 액화천연가스 해상운송과정에서 BOG의 처리방법이나 국내 운항선사의 수송선 구조상 연료 사용의 불가피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甲이 운임명세서에 따라 지급한 비용 외에 BOG의 가액을 운임으로 가산한 세관장의 이 사건 처분을 적법하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과세가격의 가산조정요소인 운임과 그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본 것이다.

참고로 위 대법원 판결은 지난 해에 양창수 대법관(학자 출신으로 민법의 대가)의 후임으로 대법관에 취임한, 역시 학자 출신으로서 양창수의 뒤를 잇는 민법의 대가로 평가 받는 김재형 대법관이 주심을 맡아 내린 판결로, 그 내용과 구성이 매우 참신하면서도 탁월하다. 대법관으로 재임하시는 동안 가스분야에 대한 주옥 같은 판결들을 많이 남겨주실 것을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가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