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신문=정두현 기자] “가스보일러, 온수기, 레인지로 대변되는 국내 가정용 가스기기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든지 오래입니다. 때문에 업체간 가격경쟁이 내수 유통구조에 깊숙이 뿌리 내린 상황에서 기기제조사들은 수출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한국에너지기기산업진흥회의 제12대 집행부를 이끌게 된 고봉식(60) 신임회장은 시장 성숙기에 직면한 국내 가정용 가스기기업계의 돌파구는 결국 해외시장 진출이라고 운을 뗐다.

가스보일러 제조사 대성쎌틱의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는 그는 가스기기업계의 현실을 바라보는 보일러사 전문경영인의 견해를 가감 없이 내비쳤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가스기기 내수는 앞으로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국 가스기기업계는 해외수출로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사실 이마저도 녹록지 않습니다.”

고 회장에 따르면 가스보일러, 온수기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은 현재 일본과 유럽 기업들의 후발 진출이 가시화 되고 있어 향후 수출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미국 보일러·온수기 시장에서 경동나비엔 등 국내 보일러사들은 높은 점유율을 보이며 선전해왔습니다. 하지만 가스보일러 수출에 소극적이었던 일본 기업들이 최근 미국 진출을 서두르고 있고, 여기에 유럽 보일러사들마저 미국시장을 노크하고 있어 치열한 시장경쟁이 예상됩니다.”

고 회장은 또 다른 가스기기 주요 수출시장인 러시아도 상황은 비슷하다고 밝혔다. 한국 보일러사들의 러시아 중저가 벽걸이형 가스보일러시장 점유율이 무려 60%에 육박한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점차 중국 보일러사들의 저가공세에 밀려나는 상황이다.

“러시아에서 국산 보일러는 최근 중국 기업들의 저가공세에 밀려 가스보일러 저가시장에서 밀리고, 프리미엄시장의 경우 유럽 기업들의 탄탄한 입지에 압박을 느끼고 있습니다. 유럽도 국내 보일러사들이 꾸준히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시장이 워낙 보수적 이다보니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그는 이렇듯 가스기기업계가 처한 대외적 난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세계적으로도 가성비가 뛰어난 국산 제품의 장점을 더욱 살리거나 신재생에너지 등 타 분야와 접목을 통한 제품경쟁력 확보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기기시장은 새로운 트렌드로 가고 있습니다. 친환경 저녹스(NOx) 가스보일러라든지 히트펌프와 접목시킨 가스보일러를 일례로 들 수 있겠죠. 신재생에너지, 바이오매스, 수소연료전지 시스템과 IoT(사물인터넷)를 접목하는 분야도 국내외 기기업계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죠. 국내 기기업계도 이 같은 ‘친환경화’, ‘스마트화’의 국제적 흐름에 순응해 브랜드가치를 혁신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고봉식 회장은 에너지기기산업진흥회 신임회장으로서 한국 기기제조업계가 처한 작금의 여러 어려움을 타개하는 데 협회가 가교역할을 적극 수행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어려움에 처한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데 가교 역할을 맡는 것이 우리 협회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30년이 넘는 오랜 협회 역사만큼이나 협회 직원 개개인의 역량도 뛰어납니다. 이들을 합심시켜 업계 공동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신임회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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