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신문=가스신문] 어느 업계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우리 고압가스충전업계도 요즘 깊은 시름에 빠져 있다. 판매물량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가격까지 떨어지는 등 무엇 하나 풀려나가는 게 없는 우울한 실정이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산업전반에 걸친 수출부진과 함께 찾아온 조선경기의 붕괴는 산업용 고압가스업계에 엄청난 쓰나미로 다가왔다. 탄산, 에틸렌, 산소, 질소 등과 같은 산업용가스의 수요가 급격하게 감소해 충전소들마다 판매량이 무려 40% 가량 줄어든 상태다.

이처럼 고압가스충전시장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규충전소가 생겨나는 등 경쟁의 개체수는 더욱 늘어나는 등 그 여건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의료용고압가스 GMP(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를 본격 적용하면서 의료용가스의 제조원가도 크게 올랐다. 고압가스충전소들의 수익구조가 악화되는 가운데 병원 등 수요처를 대상으로 가격인상요인을 그대로 반영하기도 어려운 처지에 있다.

사면초가의 답답한 상황에 처해 있는 고압가스충전업계가 앞으로 어떠한 방법으로 경영난을 타개해 나가야 할지 고민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고압가스의 상류부문을 차지하고 있는 산업용가스제조업계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그동안 산업용가스메이커들은 그동안 온사이트 및 파이프라인을 통해 대량으로 가스를 공급함으로써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메이커들도 판매물량이 줄어들자 가격인상을 통해 수익을 보전하는 방향으로 영업방침을 크게 수정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고압가스충전소들의 매입규모까지 크게 늘어나 그나마도 이익이 줄게 됐다.

그동안 고압가스충전사업자들은 시장안정화를 추구해오며 경쟁업체 간 화합과 신뢰를 쌓는데 주력해왔다. 사업자 간 신뢰가 지켜질 땐 그나마 적정한 수익을 내기도 했으나, 일부 사업자들의 작은 욕심으로 인해 분쟁이 일어날 때마다 가격이 하락하면서 시장이 요동쳤다.

산업용고압가스시장에서는 이처럼 불안한 유통 사이클이 반복해서 일어나 가스가격 또한 10년 전의 수준에 그치고 있다. 머지않아 고압가스판매소에 이어 충전소들도 고사되는 일이 비일비재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전국의 몇몇 충전사업자들은 고압가스충전업계에 비전이 없다고 판단하고 하루속히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은근히 밝히는 정도다. 지금 고압가스충전시장 일부에서는 매각을, 일부에서는 신규충전소를 건립하는 등 혼돈의 시대를 맞고 있다.

우리 업계 일각에서는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개체수가 줄어드는 등 구조조정의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결국 타의에 의해 경영환경이 개선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엄청난 고통의 상처를 남기는 등 물리적인 방법을 통해 시장 환경이 바뀌는 수난을 겪지 않으려면 사업자 스스로 토양을 바꾸는 객토작업에 나서야 한다.

물량확대를 위한 저가경쟁을 지양하고, 영업보다 관리에 역점을 둬야 한다. 생산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지역 내 충전소 간 합병하는 등의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정확한 원가분석에 따라 적정마진을 확보하고, 경쟁회사의 사업영역을 존중하면서 부가가치가 높은 품목으로 사업다각화를 모색해야 한다. 특히 안전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고 수요처를 대상으로 수준 높은 안전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고비용구조의 사업이라는 차별화된 개념을 도입해 신규사업자들이 고압가스충전업계에 가벼이 뛰어들 수 없도록 하는 등 사업자 스스로 장벽을 높이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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