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에너지기기시장은 포화상태의 장기 지속으로 시름을 앓고 있다. 기기 내수시장의 유통구조는 업체 간 출혈경쟁으로 말미암아 수익성이 바닥을 치고 있고, 그에 비례해 업체들의 제품기술 개발 의욕과 품질이 산업 잉태기에 비해 현저히 저하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은 향후 저출산, 고령화라는 사회 현상과 맞닥뜨리게 되면서 그에 따른 에너지기기시장 규모도 앞으로 점차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기기제조사들이 정체된 내수시장에서 수요를 창출하는 리스크를 감수하는 대신 글로벌 수출시장 진출을 통해 극복 방안을 모색하면서, 해외진출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는 등의 체질개선을 시도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다.

대표적으로 보일러, 온수기 등 가스기기의 경우 최근 수년 간 수출시장이 급격히 불어난 성공적 수출산업화 사례로 들 수 있다.

그 중 수출이 가장 활발한 미국은 유럽과 일본 등 글로벌 선진 기업들의 진출이 가시화 되면서 선발 진출한 국내 업체들과의 기술경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미국 보일러·온수기 시장에서 국내 기기업계는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선전해왔다.

그러나 그 동안 북미시장 진출에 소극적이었던 일본 기업들마저 현지 영업망 구축을 서두르고 있고, 여기에 바일란트 등 굴지의 유럽 기업들까지 미국 에너지기기시장에 가세하고 있다. 유럽기업이 선발 진출하고 한국 등 세계 각국의 기기제조사들이 후발 참여한 중국시장과 대조된 양상이긴 해도 주요 글로벌 에너지기기 수출시장은 국가별 또는 브랜드별 M/S 경쟁이 더 없이 치열하다는 점은 동일하다.

또 다른 가스기기 주요 수출시장인 러시아는 상황이 더욱 녹록지 않다. 국내 보일러 브랜드의 러시아 중저가 벽걸이형 가스보일러시장 점유율이 무려 60%에 육박한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점차 중국 보일러사들의 저가공세에 밀려나는 상황이다.

러시아 보일러시장에서 저가형 수요는 중국 현지 업체들이 압도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프리미엄시장은 터줏대감인 유럽 기업들의 탄탄한 입지에 한국 기업들이 압박을 느끼는 실정이다.

이렇듯 국내 에너지기기업계가 처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으로도 가성비가 뛰어난 국산 제품의 장점을 더욱 살리거나, 신재생에너지 등 타 분야와 접목을 통한 제품경쟁력 확보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글로벌 에너지기기시장은 새로운 트렌드로 체질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친환경’, ‘저녹스(NOx)’라는 업계에 던져진 새로운 화두를 얼마나 신속하게 흡수, 대응하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바이오매스, 수소연료전지 시스템과 IoT(사물인터넷)를 접목하는 분야도 국내 기기업계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국내 기기업계도 이 같은 ‘친환경화’, ‘스마트화’의 국제적 흐름에 순응해 브랜드가치를 혁신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렇듯 우리나라 에너지기기산업이 처한 상황을 정부도 인지하고 해외진출을 적극 장려해야 한다. 아울러, 국내 기업들은 내수시장이나 일부 수출국에만 국한되지 않고 꾸준한 기술개발과 신제품 출시를 통해 수출국 다변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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