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신문=정두현 기자] 친환경 가스보일러 보급 확산에 불씨를 당겼던 서울시 콘덴싱 보일러 설치지원 사업이 기대 이하의 실적을 내면서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3월~12월 총 3500가구에 대해 가정용 일반보일러를 친환경 보일러로 교체 시 설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에 작년에는 당초 목표였던 3500가구에 대한 콘덴싱 설치가 조기에 완료됐지만, 지난달 31일까지 보조금 지원 신청이 이뤄진 보일러는 2889대에 그쳤다.

서울시는 지난해 콘덴싱 설치지원 사업이 성과를 보임에 따라, 올해도 콘덴싱 설치예산을 편성한 데 이어 에너지복지 지원이 필요한 저소득층을 우선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일반보일러 사용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의 경우 일반형과 친환경보일러 간 평균 구매차액인 20만원 중 80%에 해당하는 16만원이 지원되면 신청이 많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10월 전에 3500가구 신청이 조기 마감된 작년과 달리 올해는 저소득층 지원을 우선순위에 두면서, 8월 31일 현재까지 콘덴싱 보급대수 3000대를 채우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거환경이 열악한 일반 주택 등 노후 건물은 배수시설이 없는 경우가 많아 콘덴싱(친환경) 보일러 설치에 적합하지 않다. 콘덴싱 보일러는 가동 시 시간당 약 1리터씩 응축수가 밖으로 배출되는 방식이다 보니 보일러실에 배수관이 없는 구조에서는 설치가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콘덴싱으로 보일러를 교체하려고 신청했다가 이렇듯 설치상의 문제로 신청조차 하지 못하거나, 신청했다가 뒤늦게야 보조금 혜택을 포기해야 하는 사례가 발생되고 있다. 그 중 대부분이 서울시가 보조금 지원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저소득층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콘덴싱 보조금사업을 신청했다가 중도 포기해야 했던 김모씨(56)는 “콘덴싱 제품 설치에 보조금 16만원을 지원해준다고 해서 큰 마음 먹고 기껏 신청했더니 설치기사가 집 보일러실이 응축수 배출이 어려운 구조라서 보일러 설치가 어렵다고 했다”고 토로했다.

서울시 콘덴싱 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보일러대리점 관계자도 “설치 상세조건에 대한 정보 없이 지원금만 보고 신청했다가 포기하는 경우를 여럿 봤다”며 “보일러실에 배수관이 없어서 밖으로 배수관을 연장해서 빼는 방법으로 설치를 강행하는 것에도 동절기 배관 결빙 등 뒤탈의 염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환경부도 올해부터 대기오염물질 저감 정책의 일환으로 친환경보일러 지원 사업을 적극 전개하고 있어,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다.

결국 서울시나 환경부의 대기질 관리정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선 오염물질 배출이 상대적으로 많은 일반 보일러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 저소득층에 대한 세심한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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