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원개발 이제 다시 시작하자

엇박자·악순환 고리 끊고 선순환 구조 확립 필요
최소한의 자원확보는 보험, 저유가시대 활용해야

 

에너지자원 본질에 충실해야

 

음식(Food), 에너지(Energy), 물(Water)은 각각 식량자원, 에너지자원, 수자원이라 부르며 우리의 생존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FEW) 필수적인 요소이다. 이 중에서도 한 국가가 산업을 유지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은 에너지자원이다.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에서 꾸준한 안정적 확보가 필요한 것이다.

불행하게도 대한민국은 국토가 좁은 것에 비례해서 부존하고 있는 자원도 빈약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대로 된 국가라면 해외 자원개발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한 번 시도해 보고 실패하면 그만 두어서도 안 되는 그냥 꾸준하게 계속해서 추진해야 하는 운명이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여 지난 35년 넘는 기간 동안 국가적 차원의 해외자원개발이 규모와 무관하게 이루어져 오고 있으며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자원개발공기업 설립, 민간지원을 위한 성공불융자제도, 정부차원의 자원외교 등이 활용되어 왔다.

에너지자원의 97% 이상을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해외자원개발을 통한 에너지자원 확보는 국가 산업의 유지 및 미래 성장을 위해 필수적이며 한국의 에너지자원 개발률은 2016년도 기준으로 석유가스 14%, 동 11%, 철 18%, 아연 21% 등으로 매우 취약한 상태에 놓여있다. 이는 외부요인에 의한 국제적인 공급문제가 발생 시 국가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해외자원개발을 계속 추진한다는 것 자체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제대로 잘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며 성공적인 해외자원개발을 위해서는 자원산업에 대한 충분히 이해가 필수적이며 특히, 자원빈국인 한국의 에너지자원산업의 본질은 에너지자원의 안정적 공급과 지속성 확보라는 사실이다.

인구증가와 경제발전으로 인한 에너지소비의 급증은 대부분 화석연료가 책임져 왔고 기후변화 시대에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BP통계에 따르면 2016년 전 세계적으로 1차 에너지원 중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85%가 넘고 있으며 향후 20년이 지나도 그 비율은 70% 수준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화석연료는 여전히 인류의 주요 에너지원이 될 것이다. 더욱이 에너지 저소비국가이면서 개발도상국인 중국과 인도의 25억 인구의 에너지 소비량이 증가하는 시기가 올 경우 엄청난 위기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의 전량을 수입하는 우리의 경우 1차 에너지 공급 측면을 보면 2015년 말 기준으로 석유는 38%, 석탄 30%, LNG 15%, 원자력 12%, 수력과 신재생은 5% 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은 화석연료가 전체 에너지원의 83%를 차지하며 전력원의 94%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의 목표대로 전력생산량 중 신재생이 차지하는 비율이 20%라면 전체 에너지 공급측면에서 볼 때는 약 8%에 해당되는 것이다.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전체 에너지원에서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는 대부분의 화석연료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해외자원개발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이다.

 

해외자원산업의 특성 이해 필요

자원개발의 특성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직접 눈으로 확인이 힘든 지하에 부존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크고 자원을 찾는 탐사단계에서의 성공 확률이 낮은 고위험 사업이고 탐사에 성공하여 생산에 이르기까지 10년 이상의 긴 기간이 필요한 장기적인 사업이다. 그러므로 사업의 불확실성과 고 위험성을 극복하기 위한 기술 역량 확보, 다수의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고 일부 사업이 실패하더라도 생존할 수 있는 추진체의 대형화 및 사업 추진의 다각화와 장기적 접근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자원개발은 자원을 개발 생산하는 상류부문에서 생산된 자원을 처리하고 제품을 만드는 하류부문에 이르기까지 그 자체로서 대규모 산업을 구성하고 있지만 또한 주변의 연관 산업인 토목, 플랜트, 공학설계, 제철, 조선, 화력발전 분야에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국가의 지속적인 성장에 구심점이 될 수 있다. 한국의 조선 산업이 어려움을 겪었던 것도 저유가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그림 1)

▲ <그림1> 에너지자원개발과 연관산업

한국과 같은 자원부족국가에겐 해외자원개발을 통한 최소한의 자원 확보는 보험과도 같으며 공기업을 통한 해외 자원개발도 향후 발생할 수도 있는 에너지자원의 수급 위험성을 위한 최소한의 보험이며 자원가격이 낮으면 국가자원에서는 국내 도입되는 원료의 수입액이 줄어서 좋고 자원가격이 높으면 도입의 안정성과 개발 수익창출이 가능해서 일석이조인 셈이다. 매년 한국이 도입하는 원유의 양은 10억 배럴(1배럴은 약 159리터) 규모이며 전량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2014년처럼 유가가 배럴당 100불일 경우 수입규모는 100조원에 해당되며 현재의 유가 50불을 가정하면 50조원에 해당된다. 유가가 낮은 때 줄어든 50조원 중 10%라도 미래의 고유가를 대비한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하는 큰 그림을 그릴 수는 없을까?

 

과거의 실수 반복하지 말아야

35년 전 본격적으로 시작된 한국의 해외자원개발은 아직까지 제대로 추진된 적이 없으며 아직도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다. 특히, 자원산업이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특성인 불확실성, 위험성, 장기적 주기성을 반영한 장기적이며 통합적인 추진은 아직도 시작을 못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정권의 호불호와 단기적 성과 과시용으로 활용되면서 국가적 차원의 자원개발 정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지난 35년간 추진되었던 우리의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문제점을 철저히 분석하고 잘못된 부분에 대한 반성과 고백이 선행되어야 하며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어 꾸준한 자원개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해외자원개발 현실에 대한 오해를 넘어 올바른 이해가 필수적이다. 특히, 자원외교와 자원개발의 혼용, 성공불융자는 눈먼 돈 또는 대기업만을 위한 특혜라는 등 사실과 동떨어진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오해와 정치적 비난이 제대로 된 해외자원개발 추진을 가로막고 있다.

자원보유국의 대부분이 국가가 직접 자원개발을 추진하기 때문에 올바른 자원외교는 필수이며 국영기업이 없는 캐나다의 하베스트나 영국의 다나 같은 사업은 자원외교와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또한 성공불융자는 자원개발 기업의 전체 사업 투자비의 약 30% 미만을 차지하기 때문에 눈 먼 돈이 될 수 없는 구조이고 또한 자원개발은 낮은 성공률과 장기적인 사업추진기간이 필요하므로 대규모 회사만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구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원개발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어 해외자원개발을 제대로 추진해야 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현재 에너지자원기업의 어려움은 자원가격의 장기 변동성에 의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실이며 자원부족국인 중국과 일본은 지금과 같은 저 자원가격시기를 자원확보의 골든타임으로 판단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나 한국은 대폭 축소 및 철수하는 거꾸로 가는 엇박자 정책을 반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MB정부에서 전시성 단기성과를 위한 지나친 차입에 의한 투자 확장도 문제였지만 지금의 자원 투자 적기를 애써 외면하고 나 몰라라 하는 것은 향후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정권차원이 아닌 국가차원에서 장기적인 접근으로 국익이 우선되는 방향으로 자원빈국의 에너지자원산업을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 세계 자원시장은 제한된 자원을 놓고 경제 대국들이 벌이는 총칼 없는 전쟁터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난 실패에서 뼈저리게 느꼈듯이 자원개발의 성공을 위해서는 실무경험이 풍부한 인력 확보가 중요하며 개발현장의 문제해결과 효율적인 생산 및 운영을 위한 끊임 없는 노력이 요구된다. 한국과 같이 국내에 자원개발 현장이 존재하지 않거나 운영광구가 없는 경우에는 제한적인 인력양성이나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 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며 이것이 결국 국내기업이 해외석유개발의 성공적인 수행을 어렵게 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획일적인 것이 더 이상 평등이 아니며 특수성을 고려한 것이 특혜도 아니다. 자원개발의 특성과 자원산업 분야의 척박한 사업 환경을 반영한 맞춤형 연구 및 인력양성 지원이 필요하다.

 

해외자원사업, 이제 제대로 하자

에너지자원사업은 성공확률이 낮은 분야이지만 그렇다고 복권 당첨처럼 운에만 맡길 수 있는 분야가 아니므로 기술력, 효율적 시스템 구축, 정책의 일관성 등을 확보하는 것은 단지 해외자원개발이 성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지 사업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해외 광구를 확보했다는 것은 시작일 뿐이며 성공적인 사업이 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효과적인 광구 운영이 수반되어야 한다. 즉, 과수원을 확보했다고 과일이 저절로 열리지 않는 것처럼 꾸준히 때에 맞추어 가지치기와 물대기, 병충해 작업을 적절히 수행해야 최상의 과실을 얻을 수 있다. 에너지 안보측면과 경제성 및 전문성을 갖고 장기적으로 일관성 있는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독립적 체계 구축과 국가차원의 장기적인 에너지자원개발 로드맵에 따른 꾸준한 실행이 필요하다.

자원빈국인 한국의 입장에서는 국가차원의 안정적 수급을 위한 최소한의 자원 확보는 공공성을 갖는 공기업을 통해서 달성하고 추가적인 자원 확보는 민간 부문 참여를 통해 달성하여야 한다. 지속적인 생산량 확보를 위한 선순환 시스템 구축을 위한(그림 2) 탐사-생산광구 참여사업의 다각화와 안정적 도입선 확보를 위한 참여 지역의 다변화 전략, 역량강화를 위한 운영광구 확보와 국내 연관 산업의 시너지 확보 지원 등 정부정책의 일관성 유지와 정부의 조용하면서도 적극적인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그림 3)

▲ <그림2> 성공적인 석유개발을 위한 지속적인 선순환 모델
▲ <그림3> 에너지자원산업 목표와 조건

‘고 자원가격 때 사업참여 후 저 자원가격 때 사업철수’ 라는 한국의 고질적인 엇박사 자원개발투자의 악순환의 고리를 과감히 끊고 선순환구조를 확립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골치 아프다고 문제를 외면하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익을 위해 올바른 해법을 찾으려는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정부에서도 또다시 서로의 잘잘못만 따지다가 또다시 해외자원개발 골든타임이 지나가 버릴까 두려운 것은 나만의 기우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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