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관계

재작년 말에 한 건설사 임원 분이 필자를 찾아왔다. 건설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건설경기 및 회사 자금 사정의 악화로 건설업 등록요건인 건설공제조합에 예치해야 하는 일정한 보증가능금액을 미달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영업정지처분을 받은 데에 이어, 영업정지처분 기간 중에 위 미달사항을 보완하지 못하여 곧 건설업 등록이 말소될 처지에 놓여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작년 1월에 위 업체는 광역지방자치단체장으로부터 건설업등록말소처분 통지를 받게 되었고, 회사로서도 자신들이 건설업 등록요건을 맞추지 못한 것은 사실이고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한다면서도 혹시 방법이 없겠느냐고, 건설업등록말소처분이 확정되면(엄밀하게는 제소기간 도과로 인한 불가쟁력 발생) 회사는 필연적으로 문을 닫을 수 밖에 없게 되고, 임직원들은 그야말로 생계를 위협받게 된다고 하며, 필자에게 간곡하게 문의를 하였다.

수범자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사건에서,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장을 상대로 한, 그것도 일반적으로 승소율이 매우 낮은 행정소송에서, 위 건설사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과연 있을 수 있을까?

 

2. 발상의 전환: 법으로 해서 안되면, 법을 바꾸라!

“변호사님, 법이 이렇게 되어 있는데 방법이 있습니까?” 위 건설사 임원이 필자에게 푸념하듯이 했던 말이다. 즉, 현행 법률에 근거한 적법한 처분이므로, 위법의 소지가 없어 보이는데 다툴 수 있는 여지가 있을 수 있겠냐는 말이었다. 일반적으로, 아니 거의 절대 대다수의 사건에서 위법성이 없는 행정처분이 무효로 확인되거나 취소가 되는 일은 없다(여기서 필자가 포기를 했더라면 위 건설사는 이미 폐업을 하였을 것이다). 위 질문을 받고 고심 끝에 필자가 했던 대답은 “만약 위 처분의 근거 법률이 위헌이라면요?” 이었다. 아무리 현행 법률에 근거하여 내려진 적법한 처분이라 하더라도, 그 근거 법률 자체가 위헌이면, 헌법에 위반되는 법률에 기초하여 내려진 처분은 위헌적인 처분으로 귀결됨을 피할 수 없다. 즉, ‘위법성’은 없을지라도 ‘위헌성’은 있을 수 있고, 현행 법률 하에서 방법이 없을 때에는 그 법 자체의 효력을 다투어보는 최후의 방법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물론 실낱 같은 희망이고, 된다면 기적이었다.

 

3. 집행정지신청 및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행정처분은 공정력이 있기 때문에, 설령 그 처분이 위법한 처분이라 하더라도 법원에서 취소 또는 무효로 확정되기 전까지는 적법한 행정처분으로 추정을 받게 된다(이른바 ‘적법성 추정의 원칙’). 위 사건의 경우, 수 개월 내지 수년에 걸친 소송 끝에 취소 확정 판결을 받아낸다 하더라도, 건설업등록말소처분의 집행이 당장 정지되지 않으면, 판결을 받아보기도 전에, 즉 소송 도중에 위 회사는 도산할 것이 너무도 자명한 상황이었다(건설업 영업 자체를 할 수가 없기 때문에).

행정소송법 제23조 제2항은 이러한 경우를 위해 집행정지제도를 규정하고 있는데, 첫째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손해가 생기는 것을 예방할 긴급한 필요하고 있고, 둘째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고, 셋째 본안소송에서 승소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공정력 있는 행정처분을 종국판결 선고 시 또는 판결 확정 시까지 정지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위 요건에서 알 수 있듯이, 행정소송 실무에서 위 집행정지가 인용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고, 되면 기적이었지만, 필자는 건설업등록말소처분의 집행을 정지하여 줄 것 및 수소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 근거법률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여 줄 것을 신청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임직원 및 그 가족들의 생계의 문제를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위 신청에서 필자는 어떤 논리를 전개하였고, 법원은 그에 대해서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연재시리즈 제2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작권자 | 가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