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위기에 봉착한 직접메탄올연료전지

인증체계 부재로 시장 진입 막혀…국내 기업 ‘발만 동동’

해외, 군용 및 Off-Grid 지역 적극 활용
한국은 적용범위 활성화 위한 활로 부재
동남아시장 “자국 인증 못 받은 제품 신뢰 어려워”

[가스신문=남영태 기자] 연료전지 가운데 메탄올을 연료로 사용하는 직접메탄올연료전지(DMFC)시스템이 상용화를 앞두고 있음에도, ‘인증체계’라는 문턱에 가로막혔다. 최근 업계 관계자들은 자칫 잘못하면 국내 우수한 기술력이 해외로 이전될 수 있다는 최악의 상황까지 우려하고 있다.

현재 국내 DMFC는 세계 흐름에 맞춰 연료전지지게차, 소형 카트, 백업전원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개발됐다. 그러나 군사용과 Off-Grid 지역 최적의 발전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미국·유럽 등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아직 풀어야할 과제들이 많이 남아있다.

이에 이번 기획에서는 DMFC시스템과 국내 기술력을 재조명하고 해외 기술력과 더불어 내수시장 확보를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사업 모델의 성공적 실현을 위한 인증기반의 중요성을 다시 짚어보고자 한다.

국책과제로 실증사업을 완료한 연료전지 지게차

메탄올 연료로 휴대용 용이

직접메탄올연료전지(DMFC, Direct Methanol Fuel Cell)는 메탄올을 직접, 전기화학 반응시켜 발전하는 시스템이다. 작동온도는 100℃ 이하에서 운전되며, 수W에서 수㎾까지 출력할 수 있어 많은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저온작동 고출력 밀도’를 가진 연료전지이다.

특히 연료전지 내 개질기가 필요 없어 시스템을 소형화할 수 있어, 1990년대 이후 노트북, 휴대폰, 여가용 전원, 비상전원, 군사용 휴대전원 등에 연구·개발이 집중되고 있다.

이러한 DMFC의 장점이 부각돼 최근 미국 국방성은 군사용으로 DMFC시스템을 개발해 채용했고, 유럽의 경우 캠핑용 보조전원 등으로 적극 보급하고 있다.

 

美·獨, 장점 살린 시장 집중

미국 Oorja Protonics社는 지난 2011년 기준 400대 이상의 시스템이 출하됐을 만큼, 현재까지 DMFC시스템 개발에 매진하고 있으며, 최근 지게차 등 화물취급차량용 DMFC시스템도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게차(Class Ⅲ)에 1.5㎾급 DMFC를 적용했다. 실증사업을 통해 12ℓ의 메탄올로 12~16시간 연속 운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으며, 기존 납축전지에 비해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배터리 교체에 따른 불편도 해소시켰다.

더불어 DMFC지게차는 20㎾h/day 발전량과 79kg의 시스템 중량으로 가격경쟁력 확보는 물론 약 30~66%의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효과가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특히 Oorja社는 화학물 보관 규정을 준수해야 하는 메탄올을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 메탄올 저장·공급 장치도 최근 개발해 보급에 돌입했다.

또한 독일의 SFC Energy AG社는 DMFC시스템으로 개인 휴대용, 야외용, UPS용, 보조전원용, 차량용, 극한지대용 등 다양한 범위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제품군을 확보,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50㎾급 군용 전원을 상용화 했으며 이동식 주택, 객실, 보트 등과 같은 레저시설에 전원 공급 장치로 사용 가능한 내부에 인버터가 포함된 DMFC시스템을 개발, 상용화시켰다.

특히 SFC社는 백업전원으로 DMFC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독일 국립공원 내 야생 동물 관찰을 위한 원격감시시스템, 교통상황 원격감시시스템 등에 DMFC를 채택했다.

무엇보다 Oorja社와 SFC社가 DMFC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점은 자국의 인증시스템을 통해 인증을 취득, 자국내외로 신뢰성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독일 SFC사의 백업전원으로 사용 중인 DMFC시스템 / 미국 Oorja사의 연료전지 지게차에 탑재된 DMFC시스템

사업초기 靑, 현재 赤신호

이렇게 미국과 독일 등 선진 기업들이 DMFC의 장점을 살려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DMFC 산업은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사업 초기인 2000~2001년 당시 DMFC는 타 연료전지에 비해 소형으로 제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부각돼, LG화학, 삼성SDI 등 대기업들이 연구개발에 적극 참여했다.

2005년 LG화학은 DMFC에 기반을 둔 노트북PC용 전원장치 시제품을 선보였고, 또 같은 해 삼성SDI는 우유팩 1개 크기인 200cc의 연료로 노트북을 15시간 구동할 수 있는 DMFC 개발에도 성공했다. 또한 대기업군은 노트북용에 이어 PDP용, 비상전원용, 군사용 등 다양한 시제품을 개발해, 발표키도 했다.

2007년 세계최초로 DMFC로 구동되는 인간형로봇 ‘휴보’를 한국과학기술원과 카이스트 공동 연구팀이 개발해, 국내 DMFC기술력을 다시 한 번 입증키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시 DMFC시장은 초기형성 시장은 물론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됐으나, 대기업군의 잇단 DMFC 및 연료전지사업 중단으로 초기시장은 형성되지 못한 채, 현재 프로파워와 LIG넥스원 등 단 두 곳만이 DMFC 산업 활성화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DMFC와 관련된 학·연도 성장에 목말라 있다. 정부는 지난 2000년부터 2017년까지 약 950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DMFC와 관련한 시스템, 소재·부품 등 개발에 집중했다.

그러나 초기시장이 형성되지 못한 상황에서 국책과제로 시스템 등이 개발되더라도 인증기반 미비 등으로 현재 DMFC지게차·전동카트, 전원팩 등이 상용화에 발목이 잡혔다.

해외, 자국 인증 취득 요구

현재 국외 전력시장이 양호하지 못한 중동아시아권 등에서 Off-Grid 지역에 구축된 통신중계탑의 백업전원용과 산간·오지 등에 전력공급시스템으로 DMFC를 선호하고 있어, 최근 국내 기업들과 많은 협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국내 인증체계 미비로 인증 취득이 어려운 DMFC시스템은 수출도 쉽지 않다. 심지어 국내 DMFC시스템이 동남아시아권 등 현지에서 실증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타국의 DMFC시스템보다 성능 등이 우월함에도 불구하고 자국에서 인증 받지 못한 제품이라는 점에서 신뢰도마저 의심받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일본, 프랑스, 독일, 영국에서 상용화 하고 있는 연료전지지게차의 경우에도 세계 흐름에 맞춰 국책과제를 통해 개발된 ‘실내 물류운반차용 DMFC 파워팩’ 제품도 실증사업만 완료됐을 뿐, 인증기반에 발이 묶여 보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관련업계는 자칫 국내 우수한 DMFC 기술력이 인증에 묶여 퇴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조속한 인증기반 마련으로 제품의 보급을 통한 초기시장형성은 물론 기업육성 등 국내 기술력과 기업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디젤발전 대체도 인증 필요

국내 DMFC에 대한 인증기반이 미비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내수 시장 확보는 물론 세계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선진국 사례를 바탕으로 섬 및 해안가에 설치돼 어선·선박들의 항로 표지역할을 수행하는 유·무인 등대, 등·부표에서 사용하는 디젤발전기를 DMFC시스템으로 대체하는 사업모델을 수립했다.

특히 힘든 여건 속에서 기업이 수립한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되기 위해선 시스템 인증을 통한 신뢰성 및 가격경쟁력 확보가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현재 항로표지 시설들에 설치돼 있는 태양광, 풍력 등의 발전원들은 환경에 따라 발전량이 제한된다. 또 디젤발전기의 경우 연료 효율이 낮고 연속운전이 어려워 2대 이상의 복합발전이 요구된다. 아울러 요구전력에 상관없이 정격으로 발전하는 디젤발전기의 특성상 유지보수가 잦고 연료의 소비가 심해 경제성이 떨어진다.

디젤발전기를 DMFC시스템으로 교체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영국의 등대·항로표지 시설의 설치 및 관리를 책임지는 항로표지 당국인 Trinity house에 따르면 무인 등선 내 배터리 충전용 보조전원으로 SFC社의 110W급 DMFC시스템을 설치해 태양광이 발전하지 않는 시간에 배터리의 전력을 충전하는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축전지 전압이 24V이하인 경우 60ℓ의 메탄올로 하루 700Wh를 발전해 60일 간 사용할 수 있다는 결과도 밝혔다.

특히 이와 같은 선진국 사례를 토대로 국내에 항로지표용 DMFC시스템이 보급, 상용화 된다면 시스템의 핵심 부품인 스택, M-BOP, E-BOP, 제어회로 등의 소재, 제조 등 시스템 판매와 시스템 판매 및 유지보수 등의 서비스산업까지 생성되기 때문에 이에 따른 고용창출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인증기반 마련=산업육성 도모

현재 미국, 일본, 독일 등 연료전지에 사활을 걸고 있는 국가들은 자국 인증시스템 도입으로 DMFC제품을 자국내외로 보급하고 있다. 특히 각국 정부는 국책과제로 탄생한 제품을 책임지고 상용화 단계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보급 확산 정책도 펼치고 있다.

지난해 4월 정부과제로 도출된 ‘KS 직접메탄올연료전지시스템 표준(안)’은 현재 한국에너지공단에서 국가기술표준원의 심의를 위해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표준(안)은 향후 국가기술표준원의 전문가들이 해당 신재생에너지원의 필요성, 시장보급현황, 미래전망성 등 다방면의 검토가 이뤄진다. 이후 표준화작업과 인증기관선정 등 추진단계를 거쳐 DMFC KS표준이 만들어진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최소 1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어, 이를 감안할 때 DMFC KS인증 표준은 빠르면 올해 연말에서 내년 초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시장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국내 DMFC 관련된 시스템, 소재·부품 등 관련 산·학·연은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 더 이상 초기시장이 없고 가격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DMFC가 뜨거운 감자에 머물러 있다면, 국내 우수한 기술력이 모두 해외로 이전된다는 우려는 현실이 될 것이다.

따라서 DMFC가 정부에 의해 탄생한 만큼, 더 늦기 전에 정부의 세심한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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