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지금까지와 달리 태양광·풍력발전을 핵심 수단으로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한 ‘재생에너지3020 이행계획’이 발표됐다. 이 계획에서 제시한 ‘발전비중 20%’의 본질적 의미를 되짚어 보는 것은 매우 흥미롭고 교훈적인 작업이라 생각된다.

먼저 2017 CEW(Clean Energy Wire) 통계를 통해 독일을 살펴보자.

2016년 독일 재생에너지의 발전비중은 29%로 그 중 풍력·태양광 비중은 각각 12.1%, 5.9%에 이른다. 반면 1차에너지 소비에서 풍력과 태양광이 차지하는 통합 비중은 고작 3.3%에 그쳐 발전비중 18%에 비하면 초라해 보인다.

또한 발전비중 20%가 가지는 실질적 기여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는 통계가 바로 ‘에너지소비 통계’다.

IEA에 따르면 글로벌 기준으로 에너지소비는 전기 19%, 열 51%, 연료 30%로 구성된다. 다만 OECD 국가만 한정하면 이 비율은 23%, 41%, 36%로 다소 차이는 있다. 이 통계를 기준으로 전기를 모두 재생에너지로부터 얻을 경우 전체 에너지소비의 19~23%만 재생 가능한 것이다.

특히 독일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에서 6.9%를 차지하는 바이오매스가 1차에너지 소비비중에서 풍력·태양광보다 2배 이상 많은 7.4%를 차지하는 것은 열에너지의 재생가능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20%는 1차에너지 소비 기준으로 최대 4.6%의 본질적 가치를 제공한다 할 수 있으며, 결국 나머지 열과 연료를 재생 가능케 하는 것이 더 큰 과제이다. 도시에너지에서 육상수송 32%, 난방 26%, 전기 24%를 차지한다는 WEC (World Energy Council) 2016년 통계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하는 연료전지는 도시 에너지의 가장 이상적인 공급설비라 할 수 있다. 한국에너지공단 2016년 신재생에너지 보급통계를 살펴보면 연료전지의 설비용량은 태양광의 4.8%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발전량 기준 석탄발전 대비 온실가스 감축량은  연료전지의 발전량과 석탄발전 대비 온실가스 감축량은 태양광의 14.4%에 해당하는 약 73만톤에 달한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2200㎞에 달하는 한국의 도시가스망을 활용하면 연료전지는 약 1.1TWh규모의 잠재적 에너지저장 설비이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에너지 수급체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향후 수소인프라의 점진적인 구축과 확대에 따라 전기-열-(수송)연료 에너지 스플리트간의 상호 전환이 가능해지면 재생전력의 재생에너지화도 가능해질 것이다.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은 발전단가가 아니라 간접비용을 포함하는 전체시스템비용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분산성이 그 만큼 간접비용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전체시스템비용 기준 연료전지의 가성비를 매우 높게 평가하는 일본이 2030년까지 530만대의 연료전지를 보급키로 한 것은 에너지 효율향상을 통해 1차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고 5GW 규모의 전력수급 조절능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은 연료전지를 소규모 설비에서도 천연가스를 가장 친환경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핵심적인 도시에너지 공급원의 하나로 판단하고 있다.

정부 계획이 재생전력3020에 머물지 않고 진정한 재생에너지3020으로 진화하는 데 연료전지는 신의 한수가 될 것이며, 재생에너지 기반 지능형 미래 에너지 시스템의 든든한 초석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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