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조금은 메마른 우리 가스산업에 문학의 향기를 불어넣고자 마련한 코너입니다. 가스업계 전 현직 종사자들의 좋은 작품(詩)이 많이 투고되기를 희망합니다.

 

 

 

부동산 바람이 

 세차게 불던 그 해 겨울.

 사람 좋게 보이던 

 우리 집주인도

 월세를 대폭 올려 달란다.

 별수 없이 싼 집 찾아 

 아흐레의 발 품 끝에 

 겨우 이삿짐을 꾸렸다.

 

 육교 건너 시장통 지나 

 가파른 성당 언덕길을 

 한참 올라서 짐을 푸니 

 아이들의 뒤틀린 심사가

 얼굴에 그대로 쓰여 있다. 

 그날 밤 그런 아이들에게

 “많이 걸으니 건강에 좋고 하늘이 가까우니

 저렇게 별빛이 아름답지 않니”

 말은 그렇게 했지만 

 얼른 돌아서서 

 다시 하늘만 봐야 했다. 

 

양영근 (가스신문 발행인·시인)
.1989년 9월 한글문학상 신인상 수상
.2003년 10월 한국자유시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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