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관계

甲은 도장공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로, 乙을 고용하여 모처의 외부벽면 도장공사 일을 하게 하였다. 그런데 乙은 위 외부벽면 도장공사 일의 오전 작업을 마치고 점심시간에 작업 동료들과 소주 1병을 나누어 마셨고, 그 후 음주 상태에서 줄을 전기배선박스에 묶어 고정한 상태로 오후 작업을 하다가 3층에서 추락하여 제2 요추 골절, 골반골 골절 등의 상해를 입었다. 乙은 甲을 상대로 사용자책임을 묻는(민법 제756조), 억대의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甲은 어떻게 방어를 할 수 있을까?

 

2. 쟁점

위 소송에서 甲이 단계적으로 항변을 할 수 있는 것들은 매우 많은데, 가장 먼저 위 사고가 자초위난에 해당하는 지의 여부이다. 乙은 외부벽면 도장공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그 업무 중에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음주를 하였고, 줄도 원래 묶도록 되어 있는 곳이 아닌, 전기배선박스에 임의로 줄을 묶어 작업을 하는 등 스스로 위 사고를 초래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들이 있기 때문이다. 만일 甲의 위 첫번째 항변이 받아들여지게 되면, 甲에게는 乙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자체가 발생하지 않게 되고, 그 경우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에 관해서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乙의 위 청구는 전부기각을 면할 수 없게 된다.

다음으로, 가사 위 사고가 자초위난이 아니라고 가정한다 하더라도,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와 관련하여, 위 사고로 인한 책임을 오롯이 사용자인 甲에게만 물을 수 있는 것인지 여부, 즉 자초위난에 가까울 정도로 현저하게 주의의무를 결여한 상태에서 일을 한 乙의 과실이 매우 크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다투어야 한다. 또한 乙이 위 사고로 인해서 입게 되었다고 주장하는 상해인 제2 요추 골절 및 골반골 골절 등이 진실로 위 사고로 인해서 입게 된 상해가 맞는지 여부, 즉 乙에게 이미 예전부터 요추 내지 골반과 관련한 기왕증이 있었던 것은 아닌 지도 잘 따져보아야 한다(이는 乙이 입은 위 상해에 대한 위 사고의 기여도율 산정과 직접 관련된다). 그 밖에 乙이 병원에 입원을 하거나 통원을 한 기간 중 위 상해의 치료와 직접 관련이 없는 치료 내지 치료기간이 포함되어 있지는 않는지, 노동능력상실율 감정 및 그 비율 산정에 오류는 없는지, 乙을 단순 일용직노동자로 볼 것인지 또는 전문 도장공으로 볼 것인지(위 여부에 따라 일실소득 산정 액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기왕치료비 및 향후치료비는 적정하게 산정이 된 것인지, 甲이 乙에게 기지급한 치료비 및 기타 위자료 등이 공제가 되어 있는지 등을 꼼꼼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참고로, 필자는 위 소송을 수행하기에 앞서, 의뢰인과의 사이에 1차적 목표를 청구금액의 50%를 감액하는 것으로 설정하였고, 그 이상 70% 가까이 감액이 되는 것을 최대한의 목표로 잡았다.

 

3. 법원의 판단

인천지방법원은 2013가단219547 사건에서 甲의 사용자책임을 30%만 인정을 하면서(즉 乙의 과실비율이 70%), 甲은 乙이 위 사고로 인해 입은 손해의 30% 상당을 배상하라고 판결하였다.

 

4. 마무리하며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쉽고, 한 번 발생하면 물적·인적 손해가 막대한 특성을 갖는 가스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본 칼럼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위 칼럼의 내용만 보고, 필자가 큰 사고를 당한 사람의 어려운 처지는 생각지도 않는, 피도 눈물도 없는 변호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혹 있을지 몰라서 여담을 말하자면, 필자는 사실 위 소송에서 乙이 필요충분한 최소한의 배상은 받아야한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이를 위해 甲을 설득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였다. 다만, 부당하게 甲이 본인의 책임 이상을 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乙로서도 본인이 마땅히 배상 받아야 할 금원을 초과하는 액수를 소위 ‘한 몫 땡기기’로 받아가는 일 역시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바로 민사소송의 가장 큰 이념인 ‘공평·타당한 손해의 분담’이며, 필자가 민사소송을 수행함에 있어서 늘 유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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