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봄은 온화하고, 가을은 선선하며 하늘이 높고 푸르렀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지구온난화 탓인지 봄과 가을이 잠깐 스쳐 지나가고, 긴 여름은 무덥고 겨울의 기습한파도 빈번해지고 있다. 지구의 평균온도는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에 비례하는데, 수십만 년 동안 200∼300ppm 범위에서 변화했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화석연료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2015년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역사상 최고치인 400ppm을 넘어섰다. 우선은 바닷물이 이산화탄소를 일부 흡수하여 증가 속도를 늦추고는 있지만, 바다가 산성화되어 산호초가 줄어들고 생태계가 변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지구온난화에 의한 기상이변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

전기를 만들기 위한 발전과 자동차에 사용되는 화석연료가 이산화탄소 배출의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내연기관은 탄화수소가 주성분인 화석연료를 공기 중의 산소와 태워서 에너지가 낮은 상태인 이산화탄소와 물로 변환하는 과정의 열에너지를 이용하는 장치다. 이 과정에서 불완전 연소에 의해 미세먼지가 발생하고, 태우는 과정의 높은 온도로 인해 질소산화물도 배출하게 된다. 질소산화물은 여름에 가끔 발효되는 오존주의보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휘발유, 디젤, LPG와 CNG 등의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기존의 내연기관은 태생적으로 공해물질을 배출하게 된다.

2025년에 EU를 시작으로 자동차 1㎞주행 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75g 이하로 규제하게 되면, 내연기관 자동차의 수요는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 내연기관차 판매금지를 추진하고 있어서, 수소나 배터리를 사용하는 무공해 자동차의 개발은 앞으로 자동차 회사의 생존이 걸린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올해 3월에 출시된 2세대 수소전기차인 ‘넥쏘’가 일주일 만에 1000대 넘게 예약이 되는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연료전지는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가 촉매반응을 통하여 물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전기를 얻는 발전기이기 때문에, 수소전기차는 소음과 진동이 거의 없고 힘도 좋은 고급스러운 자동차이다.

수소전기차는 전기를 만들기 위해 빨아들인 공기에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질소산화물, 황산화물과 같은 공해물질의 99% 이상을 깨끗하게 걸러낸 공기를 배출하게 된다. 수소전기차 1대를 운행하면 디젤차 3대가 배출하는 오염된 공기를 깨끗하게 정화할 수 있는 달리는 공기청정기 역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수소’하면 어떤 분들은 안전을 걱정하고 심지어 수소폭탄 이야기를 하는 분도 있다. 자동차는 충돌할 수도 있다는 가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100% 안전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수소전기차가 LPG를 사용하는 택시보다는 안전하다는 것이 우리나라와 일본의 연구결과로 나와 있다. 그리고 수소폭탄은 태양에서 나오는 에너지이다. 우리가 있는 지구에서 수소폭탄이 터지려면 1억 도의 온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대게는 원자폭탄을 터트려서 얻은 1억 도로 수소폭탄을 작동시킨다. 게다가 수소폭탄에 들어가는 수소는 우리가 사용하는 일반적인 수소가 아니고, 특수한 중수소나 삼중수소를 사용하여야만 한다. 그러니까 수소전기차와 수소폭탄에 수소라는 말이 같이 들어가지만, 실상은 100% 완전히 다른 개념인 것이다.

더 이상 사용할 돌이 없어서 석기시대가 끝난 것이 아닌 것처럼, 더 이상 사용할 화석연료가 없어서 내연기관 시대가 끝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공기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진보된 기술이고, 무공해 청정에너지인 수소를 기본 에너지로 사용하는 ‘수소경제시대’가 도래해서, 하늘도 높고 공기도 상쾌한 가을을 맞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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