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도 그렇고 한국도 천연가스 수요는 지속 증가가 확실하다. 한국은 도시가스 보급률 81%(2017년 12월 기준)의 가스인프라 달성으로 이미 가스 기반 사회로 진입하였다. 한국의 산업용 도시가스 수요 증가율은 2018∼2031년 기간에 1.73%로 추정되고, 국내 LNG 부족물량은 2025년 1,253만톤, 2030년 2,404만톤, 2031년 2,420만톤을 예상되고 있다.

지금은 한국에 천연가스를 수출하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국가들도 2035년경에는 LNG 수입국으로 전환이 확실시되고 있다. 중국은 2017년에 한국을 제치고 일본에 이어 세계 천연가스수입 2위국이 된 바 있고, 2019년에는 세계 천연가스 수입 1위국이 될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에 의하면 중국 천연가스 수입량은 2023년 171bcm에 달하고, LNG로 수입량은 2017년 51bcm에서 2023년 93bcm으로 증가하리라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 아시아지역에서 천연가스 수급문제와 가격 대응이 주요 이슈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국내 여러 지역에서는 열병합발전소 연료로 저렴한 폐기물 고형연료 대신 LNG 사용만 허용하겠다는 주민 요구가 심화되고 있다. 내포 신도시 같은 경우는 환경 오염물질을 천연가스 사용 대비 더 저감토록 하겠다고 해도 주민들이 폐기물 기반의 고형연료(SRF)를 거부하고 천연가스 발전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사회적 배경을 고려할 때 한국의 천연가스 수요는 예상보다 더 커질 개연성이 높다.

천연가스 등 가스자원에 의존도가 이 정도로 높아지면 수급, 가격 대응과 더불어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 기술능력이다. 사실 가스플랜트 등 플랜트산업에서 국내 기술능력은 최근 조선플랜트 산업의 약세와 함께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2017년 KISTEP에서 발표한 기술수준 평가에서도 첨단플랜트 원천기술 수준은 2014년 82.7%에서 2016년 78.3%로 크게 하락하여, 전체 건설교통 분야 기술수준 조사 항목 중 가장 크게 감소한 항목이기도 했다.

가스에너지 분야와 같이 자체시장이 계속 커지고 국내산업과 일반생활에 밀접한 분야라면 핵심설비와 부품, 운영 능력과 같은 기술능력을 어느 정도는 자국 내든 인근에 필히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일방적인 가격인상과 휘둘림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가스에너지 사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해외 독과점기업들이 일방적 이익추구가 일어나지 않도록 잘 관리하겠지만, 플랜트 건설과 운영, 부품 단가 등 드러나지 않는 숨은 비용의 증가는 막기가 쉽지 않다. 국내기업이라야만 된다는 국수주의적 생각이 아니라 경제현실에서 바로 옆에 있는 기업에서 받는 서비스가 저렴할 가능성이 높음은 자명하다.

최근 비근한 사례가 바로 폐기물처리업계이다. 최근 수년간 국내에서 벌어진 소각, 폐유 등 폐기물처리설비에 대한 해외기업들의 인수합병을 보면 된다. 국내 중견기업이 충분히 안정적으로 운용이 가능한 분야인데도 해외기업들에 인수되고 난 후 최근의 폐기물처리단가 2∼3배 급등이라는 부메랑을 맞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전기생산 발전을 스페인 등 해외기업들에 민영화한 이후 전기가격 인상요구로 정부와 갈등이 있었던 해외 사례도 있다.

가스플랜트 분야는 일본조차도 쉽게 접근이 안 되고 컨소시엄 형태로 플랜트 EPC를 맡는 형태 등으로 참여하고 있다. 일본은 정부와 민간회사 합작기구인 JOGMEC을 통해서 천연가스 액화공정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그렇게 개발해 놓아도 그걸 상용 적용한 실적이 없는 형편이다. 기존 독과점 시장을 뚫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걸 말해준다. 이렇더라도 앞으로 수십년간 가스에너지를 사용하고 관련 설비를 운영해야만 하고 더 나아가 최근 부상되고 있는 분산형 중소형 가스플랜트까지 내다본다면, 계속 해외에만 의존하기에는 아까운 고부가가치가 가능한 영역이다. 국내 플랜트 중공업 산업기반도 상당히 있는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가스플랜트 원료를 넓게 보면 천연가스 외에도 합성가스, 바이오가스, 석탄층가스, 매립가스 등이 포함된다. 지역에 있는 자원을 활용한 분산형 중소규모 가스플랜트는 2020년대에 확대가 확실시되고 있다. 천연가스 플랜트만이 아니라 다른 가스플랜트에 대한 국내기술 능력도 최소한은 유지 발전되어야 한다.

최근 정부의 일자리창출과 국내경기를 살리는데 많은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 가장 효과적인 정부예산 활용의 방법 중 하나가 R&D 기술투자이다. 일본이 대기업들이 충분히 할 수도 있을 대형 기술개발에 과감하게 정부 돈을 투입한 바탕은 투자한 돈 100%가 모두 국내 중소기업 등 부품, 설비업계와 인력에 투입된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내는 10여년 전만해도 기술개발 투자한 돈의 상당부분이 해외로 지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지만, 현재는 대부분의 부품, 설비가 국내에서 조달되므로 플랜트 분야라면 거의 98% 수준이 국내에서 선순환 된다고 보면 된다. 기술개발 투자를 통한 국내 가스플랜트 기술능력 향상이 국내 전체비용 저감과 더불어 해외수출산업으로 발돋움할 기력을 회복시켜 줄 수 있다.

국내에서도 사용 확대가 확실하고 기술능력 확보도 필요하면서 더불어 고부가가치 수출도 가능한 산업분야라면 여러 시너지가 가능할 기술개발의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다. 굴뚝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서 홀대받는 플랜트분야지만 분산형, 원격 모니터링 모듈 형태로 정보통신, 빅데이터 등 4차산업 내용들과 연계된 기술기획은 이미 국내에 여러 번 수행된 바 있으니 이젠 실행에 노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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