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본 칼럼의 애독자라면, 일전에 필자가 온실가스 배출 할당량 자체가 돈이고 심지어 위 할당량 중 쓰고 남은 할당량은 거래도 가능하다는 내용의 칼럼을 썼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거래도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에 해당할까?

 

2. 사실관계

甲 주식회사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사업에 참여하여, 정부로부터 위 감축사업을 위탁받은 에너지관리공단에 甲 회사의 온실가스 감축실적을 판매하고 공단으로부터 일정한 대가의 금원을 지급 받았다. 甲 회사는 위 지급금을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에 포함시키지 않았는데, 과세관청은 위 돈도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에 포함이 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甲 회사에 부가가치세를 경정⋅고지하였다.

 

3. 법원의 판단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65524 판결은, “‘온실가스배출 감축실적정부구매 및 거래기준’(지식경제부공고 제2009-327호) 등에 따르면 甲 회사가 인증 받아 판매한 감축실적은 사업자, 거래중개 전문기관 등 사이에서 거래되거나 정부에 판매될 수 있었고, 민간거래가 활성화되기 전이라 하더라도 정부가 일정한 가액으로 감축실적을 구매하였다면 적어도 정부가 구매한 가액만큼의 재산적 가치는 인정할 수 있는 것이므로, 당장의 수요나 이용방법이 없다고 하여 감축실적의 재산적 가치를 부인할 수는 없고, 공단이 甲 회사에 지급금을 지급하면서 甲 회사의 감축실적을 삭감하고 그 결과를 취합하여 정부에 보고한 것은 ‘감축실적의 귀속’에 해당하여 부가가치세법상 재화의 공급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甲 회사의 감축실적의 판매는 부가가치세 과세대상 재화의 공급에 해당하고, 지급금은 사업자가 정부에 감축실적을 공급한 대가로 봄이 타당하고 감축사업의 조성 및 재정상 원조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본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4. 해설

형법에 죄형법정주의가 있다면 조세법에는 조세법률주의라는 것이 있다. 조세법률주의란 법률의 근거 없이 국가는 조세를 부과·징수할 수 없고, 국민은 조세의 납부를 강요받지 않는다는 뜻이다(헌법 제59조에서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한 것도 바로 위에서 말한 조세법률주의를 기본법에 명시한 것이다). 쉽게 말해서, 어떤 구체적 사안에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아도, 법률에 당해 항목에 대한 과세 규정이 없다면 국가는 조세를 부과·징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조세소송에서 조세법률주의를 이유로 해서 과세처분이 취소되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위 사안에서는 온실가스 관련법의 제・개정으로 인해 종래에는 볼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유형의 거래인 온실가스 감축실적 거래라는 것이 나타났는데 과연 이것이 부가가치세법에서 과세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재화의 공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가 문제시 되었다. 만일 재화의 공급에 해당한다고 보게 되면 과세관청의 부과처분은 정당한 것이 되고, 기존의 부가가치세법이 규정하고 있는 재화의 공급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게 되면 조세법률주의상 위 거래에 대한 새로운 입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부가세 과세처분을 할 수 없으므로 과세관청의 부과처분은 위법・부당한 처분이 된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온실가스 감출실적 거래에 대한 재산적 가치를 인정하면서 위 거래도 부가가치세법이 규정하고 있는 재화의 공급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온실가스 감출실적 거래의 부가세 과세 대상 여부에 대한 대법원의 첫 판단이다. 향후 온실가스 관련 종사자들의 부가가치세 신고・납부에 참고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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