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신문=가스신문] 최근 감사원은 2017년 1월부터 2018년 4월까지 가스공급시설 중압배관 787건의 시공감리 중 765건(97.2%)이 설계도면과 다르게 시공됐으며, 이중 매설배관이 늘어난 경우가 457건, 감소한 경우도 308건에 달한다는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시공감리를 책임지는 가스안전공사도 시공감리 시정통보서 발급 없이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강력한 가스법규와 1,300여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가스안전관리기관이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중대한 오류가 한 두건도 아니고 다반사로 일어날 수 있었는지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지하매설물은 가스관뿐만 아니라 상하수도관, 지역난방관, 전기·통신케이블 등 다양하고 복잡해지는 양상이며, 수시로 각종 골착공사가 이루어지면서 늘 재난사고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실제로 도시가스배관이 당초 도면과 다르게 설치돼 굴착공사 중 파손되는 사고가 근래 발생하기도 했다.

1995년 4월, 101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구지하철공사장 가스폭발사고’를 우리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신축공사장의 파일 천공작업 중 매설 도시가스배관을 파손하여 일어난 사고이다. 그 이후 지하매설물에 대한 관계법령이 대폭 개선되고 안전관리행정이 강화되었는데, 대형사고로 연결될 수 있는 사안을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해 왔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지상배관은 잘못 시공되었다면 쉽게 바로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지하매설배관은 덮고 나면 그만일 수도 있다. 그래서 감리과정에서 눈감아준 것이라면 심각한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적당하게 넘길 일이 아니다. 책임소재를 명백히 밝히고 시스템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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