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가판매로 일관된 국내 가스보일러시장의 생태구조가 장기적으로는 보일러산업 발전을 저해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보일러 생산라인으로 특정 내용과 무관)


제값 못 받는 가스보일러 특판, 유통구조 개선 시급


최저가입찰 출혈경쟁으로 관련시장 ‘레드오션’ 전락
가스보일러메이커들 매출대비 수익률 평균 4.4%
제조원가 지속 상승에도 판매가격은 제자리걸음 

 

가스보일러 시장은 브랜드 간 가격경쟁으로 인해 수익률이 저조한 레드오션으로 고착화됐다.

무엇보다 보일러 제조·판매 업계에선 대형 건설사 등을 대상으로 대규모 납품이 이뤄지는 특수판매(이하 특판)의 경우 수익보단 매출 확보가 우선인 박리다매식 영업으로 일관된 실정이다.

매출이 늘어도 실익이 적다면 제품개발 및 서비스 확충을 위한 기업의 투자 지속성은 보장될 수 없다.       

저가판매는 이윤 추구가 근본인 기업의 사업전략 중 하나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Made in Korea’ 가스보일러가 글로벌 시장에서 이름을 키워가는 시점에서, 보일러산업의 내실을 다지는 것이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크다.

 이에 이번 특집호에서는 박리다매식 유통구조로 점철된 보일러업계의 현 주소와 문제점을 짚어본다.  

 

건전성 악화된 가스보일러 특판시장

[가스신문=정두현 기자]가스보급 인프라 확대로 가가호호 가정용 보일러를 사용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가스보일러의 연간 판매량도 130만대를 넘어섰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가스보일러 판매의 80%는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에서 이뤄지고 지난해 기준으로 나머지 20%인 26만대 가량은 건설사 입찰을 통해 납품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필수가전인 가정용 가스보일러는 세탁기, 냉장고와 마찬가지로 다세대주택 등 건물 신축 시 일괄 판매되는 경우가 많다. 건설사 입찰 과정에서 보일러 판매비는 대부분 일반 소비자가격이 아닌 참가기업들의 투찰가로 결정된다.

문제는 특판으로 납품되는 경우 업체들의 보일러 투찰시세가 소비자판매가의 80% 이하로 고착돼 있어 일반 판매에 비해 수익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더욱이 발주처의 입김이 강한 특판은 보일러 대당 판매순익을 3~4만원 이상 내기 힘든 구조라고 업계 특판영업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보일러 A사의 한 특판영업팀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건설사 특판 입찰 시 가스보일러 투찰시세는 시중에 판매되는 소비자가의 80% 수준으로 형성되어 있다”며 “이마저도 이미 수익이 마지노선에 걸쳐있다고 보면 되는데, 어느 한 업체에서 더욱 저가로 치고 들어오면 다른 업체들은 마지못해 따라가야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 B 보일러사의 특판영업부서 관계자는 “가령 가스보일러 일반형 16,000Kcal 기준으로 40만원대 제품을 입찰한다고 하면 투찰가는 30만원 중반에서 경우에 따라 심지어 20만원대까지 내려앉기도 한다”라며 “콘덴싱 모델은 더 큰 타격이 있을 수 있다. 제작비용만 일반 모델에 비해 1.5배 이상 들어가는데 50만원대 제품이 일반형과 비슷한 30만원대에 투찰되는 경우도 있어 때로는 마이너스 영업을 강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제조사들이 이처럼 보일러 판매단가를 대폭 낮춰서라도 판매물량 확보에 나서는 것은 제품 생산률을 끌어올리면 제조비 절감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량 납품이 이뤄지는 특판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만큼 이익을 보게되는 시장 생태가 업체 간 가격경쟁에 더욱 불을 지피고 있는 것이다.

저가로 제품을 공급받길 원하는 건설사와 특판 수주만 성사되면 물량으로 저조한 수익을 상쇄한다는 업계 논리가 맞물리면서 가스보일러 저가판매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최저가입찰제가 주효한 보일러 특판시장에서 현실적으로 일부 업체가 다수의 건설사 입찰건을 독식할 수 없다보니, 생산물량 극대화를 통해 수익성을 보완하는 체계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리점 보일러 판매도 특판과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중소도시 소재의 지방 대리점을 중심으로 보일러 출고가에서 3% 안팎의 마진만 남기며 10만원 이상 할인해주는 이른 바 ‘덤핑’ 판매를 강행한 사례들이 포착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개인이 운영하는 가전전문 매장이나 중소형 인터넷쇼핑몰에 공급함으로써 재고 부담을 털어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매출 대비 초라한 업계 수익률 4.4%

이러한 가스보일러 유통구조는 보일러업체들의 연간 경영실적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가스보일러 5개 제조사의 지난 2017년 경영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실적 대비 당기순이익으로 계산한 수익률은 업체별로 △귀뚜라미 9.1%(매출 2900억원, 당기순익 263억) △대성쎌틱에너시스 4.1%(매출 1027억원, 당기순익 42억원) △경동나비엔 2.8%(매출 5698억원, 당기순익 162억원) △린나이코리아 1.4%(매출 3501억원, 당기순익 50억원) △알토엔대우 -14.2%(매출 169억원, 당기순손실 2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5개사의 매출 대비 수익률 평균은 0.6%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알토엔대우를 제외하더라도 5%에 못미치는 4.4%에 불과하다. 이들 5개사 모두 가스보일러를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는 만큼, 업계는 현재 가스보일러 내수 부문에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여기에 가스보일러 제조원가는 스테인리스, 황동, 플라스틱 등 원자재비 상승으로 매년 오르는 추세임에도 업계의 가스보일러 판매순수익은 5% 이하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올해까지 보일러 제조단가와 직결되는 가스보일러 생산자물가지수 변동 추이만 봐도 2010년 100에서 2018년 2분기 현재 105.14로 무려 5포인트나 증가했다. 

그럼에도 올해 보일러가격 인상을 단행한 린나이코리아를 제외한 제조사들은 가스보일러 가격을 수년 째 동결시키고 있다.

가스보일러 내수가 130만대 내외로 시장 유동성이 빠진 상황에서 여전히 업체 간 가격경쟁을 의식해 과감하게 가격 인상을 단행하지 못하는 업계 유통구조가 지속되다보니 수익성은 답보상태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업계는 보일러 해외수출과 신규사업 추진을 통해 성장동력을 모색하고 있지만, 최대 매출원인 가스보일러 국내 판매에 대한 수익성 제고 방안을 먼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스보일러는 용량별로 판매가격이 적게는 30만원에서 많게는 50만원 대 수준으로 수 년간 가격변동이 거의 없는 품목이다. 때문에 과도한 저가판매 정책은 발전적 기술 투자를 저해하고, 품질저하 요인이 될 수 있다”며 “가스보일러는 겨울철 난방과 사시사철 온수공급을 제공하는 필수 생활가전인 만큼, ‘제 값’을 받는 시장 구조 확립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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