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처에서 수소 직접 생산·사용하는 수전해 및 개질방식

수전해, 재생에너지정책 이행·연계 탁월
개질, 도심지 내 충전인프라 활성화 촉진
정부 기술·보급로드맵 수립 생태계 마련

[가스신문=남영태 기자] 올해는 수소경제사회 실현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크다. 올해 하반기에 대중교통을 수소버스로 전환하는 정책과 3대 전략투자분야로 수소경제를 선정하는 등 정책을 발표했다. 특히 관련업계의 오랜 숙원이던 수소 로드맵을 올 연말 수립하기 위해 지난 달 12일 추진위원단이 발족하고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국회도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올해 4월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이 수소경제법안 대표발의를 시작으로 5월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은 수소경제활성화법을 8월 자유한국당 김규환 의원은 수소산업 육성을 위한 특별법을 법안명으로 대표발의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

이 같이 정부와 국회가 수소경제사회 실현에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가운데 수소사회로의 에너지전환정책에 수소생산·저장·운송·활용 등 다양한 밸류체인산업이 연관돼 있지만, 수소전기차와 수소충전인프라가 이들 산업의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이번 기획에서는 수소충전인프라 건설에 있어 기존 오프사이트방식보다는 온사이트방식 구축에 핵심기술인 수전해와 개질방식에 대해 기술력을 살펴보고자 한다.

 

공급방식 따라 중앙/현장으로 나눠

수소충전소는 수소공급방식에 따라 중앙공급방식(Off-site)과 현장공급방식(On-site)으로 구분된다.

중앙공급방식은 일정지역에서 대량생산된 수소를 수소충전소까지 파이프라인 또는 튜브트레일러로 수소충전소까지 이송하는 형태다. 국내에서는 현재 부생수소를 이용해 이 방식으로 주로 설치되고 있다. 중앙공급방식의 경우 대량의 수소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수소생산 비용은 저렴하지만, 수소이송에 따른 운송비용이 발생하는 단점이 존재한다.

또한 현장공급방식은 말 그대로 현장에서 직접 수소를 생산·공급하는 방식이다. 천연가스, LPG 등의 화석연료를 개질하는 방법과 물을 전기분해하는 수전해 방법으로 수소를 생산해 수소전기차 및 수소버스에 충전하는 형태다. 수소생산지역에서 거리상 많이 떨어져 이송비용이 증가할 경우 유리한 장점이 있으나, 중앙공급방식에 비해 개질장치 또는 수전해장치가 필요하기에 초기 충전소 건설비용이 높다는 장벽이 존재한다.

특히 현지공급방식은 수요처에서 수소를 생산해 공급한 후 남는 수소를 인근 수요처에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물로 수소 생산하는 기술 ‘수전해’

수전해기술을 통한 수소생산방식은 크게 알칼라인(Alkaline), 고분자전해질(PEM, Polymer Electrolyte Membrance), 고체산화물(Solid Oxide) 전기분해로 구별된다.

알칼라인방식은 전기분해기술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이미 상업적으로 검증돼 세계적으로 기술의 성숙도 및 경제성 측면에서 안정적인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또 고분자전해질방식은 효율이 높고 고순도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특히 부하변동에 대한 유연성이 좋아 향후 기술개발에 따른 비용 감소로 알칼라인방식과 동등한 수준의 건설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기술이다.

아울러 고체산화물방식은 현재 연구개발 단계로 고온 운전조건으로 인해 적은 전기에너지로 고효율의 물분해가 가능하지만, 추가의 고온열원이 필요해 고온에서 내구성을 가진 전해질이 필요하다.

이러한 수전해기술력 가운데 국내시장에서는 알칼라인방식(수소에너젠, 이엠솔루션, 두진, 하이젠테크, 가스테크, 아크로랩스 등)과 고분자전해질방식(엘켐텍, 웨스피 등)의 기술력이 확보됐다. [표1]

 

수전해, 재생에너지와 연계 장점

현 정부는 에너지전환정책으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태양광, 풍력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0%까지 향상시킨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정부정책에 수전해기술이 재생에너지가 갖는 간헐적 출력변화를 보완함과 동시에 생산된 잉여전력 활용으로 수소생산 및 장기간 저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돼 최근 화두로 떠올랐다.

이미 독일과 일본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확대됨에 따라 송전제약과 계통안정성 저하 등 문제가 발생해 이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수소제조 및 이용방안에 집중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15년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기술로드맵 발표를 통해  “수소가 불규칙적이고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의 전력 저장에 용이하다. 특히 ㎿급 이상의 대용량 에너지저장에서도 수소가 가장 적합하다”고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수전해기술의 중요성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선진국 사례를 바탕으로 재생에너지 정책을 펼치는 우리나라도 온실가스저감 및 재생에너지의 간헐적 특성을 보완하면서 청정수소를 생산·저장할 수 있는 수전해기술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에너지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이도 그럴만한 것이 재생에너지 초기 보급단계인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선진국과 달리 계통이 고립돼 있고, 부하 공급이 편재돼 있어 재생에너지 보급 시 계통 안정성이 해외보다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12년 광역경제권 선도산업육성사업으로 수행된 ‘알칼리 수전해를 활용한 50N㎥급 수소스테이션 개발 및 실증 연구’ 등에 이어 지난 3년간 수전해기술의 원천기술 확보를 목적으로 총 6건의 연구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 하반기 연구개발과제로 PEM방식 ㎿급 스택개발 과제도 올 연말 착수한다.

수전해의 기술력 난이도가 높은 만큼 원천기술 확보로 보급단계의 기반을 탄탄하게 준비하겠다는 정부의 복안이다.

 

화석연료로 수소 생산하는 기술 ‘개질’

이와 함께 화석연료 특히 천연가스(Natural Gas; NG)로부터 수소를 생산하는 개질기술에 대한 중요성도 거론되고 있다.

천연가스(NG) 등 화석연료의 개질방식은 수증기 개질반응(SR), 부분산화반응(POX), 자열개질반응(ATR), CO₂개질반응(CDR)으로 분류된다.

이 중 수증기 개질은 75 %이상의 고순도 수소제조가 가능하고, 운전효율이 높을 뿐 아니라, 오랜기간 운영을 통한 검증된 기술이기 때문에 안정적 운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반해 부분산화반응은 정상상태 도달시간이 짧고 낮은 반응온도와 에너지사용량이 적은 장점이 있는 반면, 수소농도가 35% 이하로 낮고 효율이 낮다는 취약점이 있다. 아울러 자열개질반응은 수소농도가 55% 이하이지만 흡열·발열반응이 동시에 일어나 열 관리에 유리한 반면, 운전 및 제어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고, CO₂개질반응은 CO₂를 사용해 온실가스 배출 저감효과가 있으나 높은 운전 온도 및 효율이 낮다는 취약점이 있다

수증기 개질기는  수소생산 규모에 따라 설계 구조가 다르며, 또한 적용 분야가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수소생산량이 1~10 N㎥/h일 경우 가정·상업용 연료전지에 적용되고, 20~500 N㎥/h 범위는 분산발전용 연료전지 및 현장생산(on-site)형 수소충전소 등에 사용된다. 또 1,000 N㎥/h 이상은 수소플랜트 등에 활용돼 다양한 산업분야에 수소를 공급하여 활용할 수 있다. [표2]

이러한 개질방식의 핵심설비인 수소개질설비에 대한 설계기술은 한국가스공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전력연구원, 제이엔케이히터㈜, SK에너지가 확보했다.

 

도심지 건설로 초기 수소충전소 확대

우리나라와 에너지구조가 비슷한 일본의 경우 일본 경제산업성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수소기본전략 발표로 오는 2020년까지 석유화학단지에서 생산된 부생수소와 천연가스 및 LPG를 개질해 수소를 생산·공급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이후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수소생산을 추진한다.

이 같은 일본정부의 정책은 수소사회 실현에 수소 수요처가 증가할 것으로 판단, 초기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선 부생수소를 비롯한 개질방식의 수소생산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복안에서 수립된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에너지전문가들도 개질방식의 수소생산이 수소산업 성장에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수소사회 이행에 밑바탕인 수소충전인프라 확산에 기존 가스시설을 활용한 개질형 수소충전소 건설이 기존 중앙공급방식 대비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고, 기구축된 충전시설을 활용하기에 도심지역에 인프라 활성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2006년부터 천연가스(NG)등 탄화수소 개질방식의 현지생산형 수소충전소 실증 및 운영 중이다. 관련업계 자료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총 5개소의 개질형 수소충전소가 구축됐으나, 이 가운데 현재까지 운영 중인 곳은 인천(NG개질, 가스공사 송도기지), 서울(매립가스개질, 상암충전소)지역에 각 1개소씩 총 2개소다.

더불어 내년 3월 인천지역에 제이엔케이히터社가 구축 예정인 천연가스(NG) 개질 현지생산형 수소충전소 1개소가 추가 건설, 운영될 예정에 있어 내년 상반기 기준 총 3개소의 개질방식의 현지생산형 수소충전소가 운영될 전망이다.

정부도 개질형방식의 현지 생산형 수소제조 및 이를 적용한 충전소 건설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선진사례처럼 향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수소 수급체계를 구축하고, 초기 수소충전인프라 활성화를 장려하겠다는 복안에서다.

올해 4월 산업부는 ‘제13차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 확정·공고로 내년까지 천연가스 기반 수소제조·공급 실증센터‘를 구축키로 했으며, 7월에는 수소충전을 위한 개질기 설치에 관한 규제완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또 기재부는 8월 3대 전략투자에 수소경제분야를 포함시키면서 2023년까지 개질기반의 초기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수전해·개질, 집중 투자 필요

이와 같이 수전해와 개질기술은 수요처에서 수소를 직접 생산·사용할 수 있으며, 인근 지역에 공급할 수 있는 등 수소공급체계 확립에 필수요소 기술력이다.

따라서 관련 산·학·연은 두 기술력이 국내 에너지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정부가 올해 수소사회 이행에 다양한 정책발표와 규제개선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수전해와 개질기술분야에 대한 비중이 다소 작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많은 에너지전문가들은 현지공급방식으로 수소충전소 건설 시 구축될 지역 특색에 맞는 기술력을 접목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기술 및 보급로드맵 구현을 중요한 사항으로 꼽았다. 원천기술 확보와 주요 핵심설비 국산화 등으로 가격경쟁력을 갖춰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산업계가 보급할 수 있는 초기시장을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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