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급확대·경제성 확보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절실


예산·지원금 매년삭감, 누진제로 경제성 상실 
분산전원 순기능 역할 위해 인센티브 부여 필요

 

최근 도심지역에서 유일하게 전력손실 없이 에너지자립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연료전지발전설비에 대한 에너지소비처에 관심이 집중돼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10년부터 정부의 신재생에너지보급정책으로 추진된 주택용 연료전지 시장은 8년이 지난 지금도 지지부진하다. 정부는 그린홈사업으로 2020년까지 주택용 연료전지(1㎾ 이하) 누적 10만대를 보급키로 했으나, 올해 보급 예상 대수까지 포함한 보급 가구수는 2800여가구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관련 시장에서는 주택용 연료전지 보급 활성화를 위해 장기적인 보급 로드맵과 분산전원의 장점을 살린 에너지프로슈머사업 포함 또는 가상발전소(VPP)사업이 추진되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이번 기획에서는 주택용 연료전지시장을 재조명하고 산업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 구미시 봉곡동 단독주택 다용도실에 설치된 1kw급 가정용 연료전지.

[가스신문=남영태 기자] 현재 주택용 연료전지는 설비용량 1㎾ 이하로 정부가 그린홈사업의 일환인 주택지원사업을 통해 태양광, 태양열, 지열 등의 신재생에너지원과 함께 보급되고 있다.

정부보급사업이 시작된 지난 2010년을 시점으로 현재까지 보급추이를 살펴보면 2010년 957대, 2011년 292대, 2012년 245대, 2013년 232대, 2014년 175대, 2015년 308대, 2016년 285대, 2017년 177대, 2018년 178대로 총 2844대가 가정에 설치됐다.

정부가 2020년까지 주택용 연료전지 누적 10만대를 보급키로 목표를 설정해, 남은 2년동안 9만7000여대를 추가 보급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보급량은 매년 감소 중이다.

이 같은 주택용 연료전지 시장 환경은 매년 정부예산과 1㎾ 이하의 연료전지설비 설치지원금이 함께 삭감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택용 연료전지보급을 시작한 2010년만 하더라도 100억원의 예산으로 설비 지원금은 ㎾당 4800만원이었다. 그러나 2013년부터 정부예산이 70억원으로 삭감되면서 지원금 역시 3423만원으로 감축됐다.

이처럼 정부예산과 지원금이 매년 축소됐고, 올해 상반기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에서 공고한 신재생에너지 주택지원사업 공고문을 살펴보면 연료전지의 배정된 예산은 39억원, ㎾당 지원금은 2339억원으로 책정됐다. [표1] 연간 주택용 연료전지 보급을 위한 정부 예산 및 지원금

누진제로인한 경제성 확보 난항

매년 삭감되는 정부예산 및 보조금으로 연 평균 235대가 보급되는 주택용 연료전지는 지난해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으로 경제성부문에서도 적신호가 켜졌다.

월 300㎾h의 전력을 사용하는 가정에서 기존 년간 13만3000원의 전기요금을 절약할 수 있었던 반면 누진제 개편으로 절약금액은 9만5000원 수준으로 절약률이 약 29% 하락했다.

특히 주택용 연료전지 보급에 주요 대상이였던 월 500~700㎾h의 전력사용량을 보인 가구 역시 절약률이 최소 32%에서 최대 59%까지 떨어졌다.

실제로 주택용 연료전지가 설치된 월 500㎾h의 전력을 사용하는 가구에서 누진제 개편 전·후를 비교해본 결과, 개편 전(2016년 12월 기준) 연료전지 가동 시 월간 7만4900원으로 연간 89만9000원을 절약할 수 있었다. 그러나 누진제 개편 후 월간 5만1000원으로 연간 61만2000원을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초기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주택용 연료전지가 정부정책에 의지해 활성화 돼야 하는 상황에서, 매년 정부의 예산 및 지원금 축소, 누진제 개편으로 경제성마저 위태로운 처지에 놓여 이를 보호할 제도를 마련하지 않으면 관련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많은 에너지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현 정부가 에너지정책으로 추진 중인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주택용 연료전지가 건물·발전용 연료전지, 태양광·풍력과 함께 분산전원으로써의 순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지원책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표2] 전기요금 개편 전·후 주택용 연료전지 경제성 분석


사용자 편익 위한 정책 마련돼야

주택용 연료전지의 보급확대와 경제성 확보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선 현재 태양광설비에만 국한돼 추진 중인 ‘에너지프로슈머’ 또는 연료전지를 활용한 ‘가상발전소’ 등으로 연료전지설비로부터 생산된 전력을 이웃간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은 전력을 자가생산해 자가소비하는데에 주택용 연료전지를 비롯한 건물용 연료전지가 탁월하다는 장점 때문에서다.

우선 현재 한국전력이 태양광발전설비를 이용해 시행 중인 에너지프로슈머사업을 살펴보면, 신재생에너지원으로 분산발전하는 전기 생산자가 월 400㎾h의 전력을 생산한다고 가정(假定)했을 때 300㎾h를 사용하고 100㎾h의 잉여전력은 소비자(이웃)에게 판매할 수 있다. 또한 월 500㎾h의 전력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프로슈머 전력거래를 통해 100㎾h의 전력을 구입하면 400㎾h의 전기요금이 부과된다.

즉 이웃 간 전력 매매에 따라 요금이 정산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전기 생산자 입장에서는 이웃에게 판매한 전력량의 수익이 창출되고, 소비자는 구매한 전력량을 제외한 남은 전력량에 대한 요금이 책정되는 구조이다.

이와 함께 독일, 네덜란드, 일본 등 국가에서는 연료전지를 활용한 발전사업자 및 연료전지 소비자에게 전력 판매를 통한 경제성 확보 및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연료전지 도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가상발전소(VPP, Virtual Power Plants)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VPP사업을 선행하고 있는 네덜란드는 태양에너지 및 풍력의 불안정적인 전력 생산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13년 총 45대의 연료전지시스템으로 VPP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때문에 에너지 전문가들은 현 정부가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으로 에너지전환정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주택·건물용 연료전지설비와 연계한 VPP사업모델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즉, 주택이나 건물에 설치된 연료전지설비를 특정 구역별 또는 행정지역별로 모아 통합운영함으로써 분산전원으로써 연료전지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기존에 설치된 태양광, 지열 등 타 신재생에너지원과도 연계할 수 있어 정부의 정책기조에도 주택용 연료전지와 건물용 연료전지가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즉, 현재 국내 시장상황은 주택용 연료전지를 적극적으로 보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지 않아, 장기적인 안목으로 시장규모와 시장성장을 고려한 체계적인 보급정책 및 사용자 입장에서의 현실적인 편익 제고가 필요한 상황이다.


제도마련과 소비자 인식 제고 맞물려야

이 같은 에너지프로슈머사업, VPP사업과 더불어 소비자 인식 제고가 동반돼야 주택용 연료전지가 현실성 있는 성장곡선을 그릴 것으로 판단된다.

주택용 연료전지를 에너팜(ENE-FARM)이라는 이름으로 상품화해 수십만대를 보급한 일본의 경우, 소비자가 연료전지설비에 대해 거부감이 없어야 보급이 가능하다는 관점에서 일본정부 산하기관인 NEDO와 연료전지시스템 제조·공급사, 도시가스사 등은 각종 매체를 통해 에너팜을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주택용 연료전지에 대해 쉽게 정보를 제공받거나 알아볼 수 있는 공간이 부재하다. 이는 주택용 연료전지의 보급을 지원하고 있는 정부를 비롯해 연료전지시스템 제조·공급사 등은 소비자 인식 제고에 다소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불과 1~2년 사이에 국내 수소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물론 정부의 정책방향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이는 산업계가 힘을 모아 정부와의 공감대를 형성했고, 이를 위한 선행과제로 국민 인식 제고에 직접 나섰기 때문으로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연료전지 산업계 역시 이러한 공감대와 인식제고에 적극적인 태도로 앞장서야 한다. 태양광, 풍력 등 타 에너지원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연료전지 설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제고를 위한 다양한 홍보방안 및 사업모델이 모색과 함께 설비 가격저감도 실현해야 한다.

또 정부 역시 ㎾당 연간 3.27톤의 온실가스를 저감할 수 있는 연료전지설비에 대한 현실성 있는 보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단순히 전년도 연료전지 보급 실적대비를 추산해 매년 예산을 산정하기보다는, 주택용 연료전지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조성에 집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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