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때쯤 되면 각종 국제기구와 학계, 그리고 유수한 에너지기업들이 2017년 시장여건변동과 수급실적을 추정치가 아니라 확정치로 발표한다. 여러 연구들 중 가장 업계의 현실을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이 BP사 연구보고서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등 공공기관들의 연구는 산업계 현실보다는 정책적 함의를 더욱 강조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은 업계의 현실을 정확히 직시할 능력도 부족하고, 의욕도 크게 없다. 애석하게도 우리나라 학계나 산업계도 마찬가지이다. 정부의 통제를 수용하되, 관변기업으로서의 보호를 즐기고 있다.

어쨋든 바로 며칠 전 공개된 BP사 2018년 통계 ‘리뷰’에 의하면 2017년 세계가스부문 특징은 수급실적 양호와 LNG 역할증대라는 2가지로 요약된다. 세계가스소비는 3% 증가(960억 입방m)하였으며 생산량은 4% 증가(1310억 입방m)하여 지난 금융위기 이후 가장 활발한 생산과 소비신장세를 보였다. 생산증가는 주로 중국의 가스수요 증가에 대처하기 위해 호주와 미국에서 LNG생산이 전년 대비 10% 증가한 결과이다.

중국의 작년도 가스수요는 15%나 증가하였다. 이는 2013년 발효된 환경보호 5개년 계획의 시한의 만료가 다가옴에 따라 석탄 대신 천연가스로의 연료전환이 급속히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북경, 천진 등 중국 동북아지역에서 수요신장이 급격하게 이루어 졌다. 그러나 가정 부문 난방연료가 석탄에서 가스로의 전환이 더디고, 산업부문도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라고 평가되고 있다. 이에 중국 가스수요 급증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작년도 세계 LNG시장은 전년 대비 10%가 증가하였다. 이는 2010년 이후 가장 강력한 신장세이다. 신규 LNG 공급은 미국과 호주가 주도하였으며, 중국은 LNG 수요증가의 절반을 담당하였다. 이에 따라 중국은 한국을 제치고 세계2위 LNG수입국이 되었다.

사실 2009∼2014년 기간 중 세계가스 수요증가세의 정체로 LNG 공급과잉이 우려되었으나 현실에서는 그러한 우려는 시현되지 않았다. 이보다도 작년에는 세계 LNG가격의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물론 올해 들어 상승 반전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 지속가능성은 불명확한 것도 사실이다. 특히 여기서 주목할 것은 세계LNG시장에서 한국-일본(JKM)시장 체계가 거의 독립적으로 운용된다는 점이다. 지난 몇 년 동안 JKM시장에서 RKRUR 수준은 미국 LNG 사업자의 Full Cycle 비용과 설비운전원가 사이에서 형성된다는 점이다. 이에 우리나라는 이러한 글로벌 시장변화를 잘 활용하여 장기 국익극대화를 확보할 전략을 세워야 할 때이다. 도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국내시장 개방의 수준을 적절하게 조정하고, 민간기업의 가스시장 진입은 허용하되 사업자들 간 전략적 연대 강화를 조건으로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여기에다 지나치게 파이프라인 가스에 대한 환상은 단기적으로는 자제해야 할 것이다, 북방경제체제 형성을 통한 파이프라인 가스도입은 10년 이상 소요되는 장기 비전이다. 이에 반해 LNG JKM 시장은 바로 눈앞에 닥친 현실이다. 이런 기회를 활용하여 우리 가스산업의 경쟁력을 충분히 축적하여야 만 파이프라인 가스도입 사업이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가스산업계는 냉정한 현실적 이해득실을 통해 정당하고 적정한 수준의 이윤창출을 통해 국민에게 봉사하여야 한다. 국가 비전과 이념추구는 정치권과 관련 학계에 일임하고, 실사구시의 경영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국제 LNG시장이 우리에 유리하게 변화하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이번 겨울 또 다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값을 주고 현물물량을 도입하여, 국민을 배반하는 행위는 다시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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