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신문=정두현 기자] 중국 정부의 주관 사업인 ‘메이가이치(석탄개조사업)’가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 여건 변화로 진행이 더뎌지면서 국내 보일러업계의 가스보일러 중국 수출에도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최근 중국에 진출해 있는 국내 보일러업계와 해외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가 석탄난방 비중을 83%→30%로 대폭 줄이기 위해 강력하게 추진해 온 메이가이치 사업이 최근 정체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업계에선 지난해 있은 중국의 사드(THAAD) 보복조치 광풍에 이은 제2의 수출 위기론도 거론되고 있다.

대기질 개선을 위해 기존 석탄난방을 가스보일러로 대체하는 중국 메이가이치 사업은 국내 난방기기 제조업계의 가스보일러 중국 수출 확대에 기폭제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됐다. 지난해 메이가이치 사업으로 발주된 벽걸이 가스보일러 물량이 약 380만대에 이르며, 이는 국내 가스보일러 연간 전체 판매량(130만대)의 3배에 가까운 수량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올해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해외교역 고립을 타개하기 위한 관세 정책에 치중함에 따라, 시진핑 정권의 3대 핵심사업이었던 메이가이치가 최근 집중 추진대상에서 뒷전으로 밀리면서 올해 가스보일러 발주량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198만대에 그쳤다.

또 중국 정부가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따른 연료부족 사태를 우려해 천연가스 소비에 제한을 두면서 연료전환(석탄→가스) 사업을 강행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이렇다보니 지난해 말부터 가스배관 및 천연가스 수급이 가스보일러 설치수요에 못미치는 인프라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베이징, 톈진(天津), 허베이(河北) 등 중국 대도시 지역에서 국내 보일러사로는 유일하게 메이가이치 사업에 공식 거래업체로 참여하고 있는 경동나비엔은 지난해 약 14만대의 가스보일러 수출 실적을 거뒀다. 국내 보일러업계 보일러·온수기 총 수출액의 80.4%(한국무역협회 통계)를 차지하는 등 수출을 주도하며 중국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지만, 올해는 석탄개조사업의 부진으로 지난해와 같은 호실적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과 가스 공급 부족의 영향으로 메이가이치 사업이 지난해 기대만큼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지난해 예상했던 600만대 규모의 시장 성장이 쉽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 정부가 친환경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중국 가스보일러 시장은 지난해 메이가이치 사업에 탄력을 받아 160%의 성장률을 보이며 400만대 규모로 성장했다. 올해는 석탄개조사업 전개 속도가 늦춰짐에 따라 가스보일러 보급 성장률은 50%대를 밑돌며 정체기를 맞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은 중앙아시아, 러시아 등지를 경유해 LNG 수급을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대도시 중심의 연료전환 사업인 메이가이치가 온전히 재개될 가능성은 오리무중이다.

이에 따라 메이가이치 공식 거래업체는 아니지만 중국으로 보일러 수출 기반을 넓혀가고 있는 다른 국내 보일러사들 역시도 급격한 수출 위축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때문에 세계 최대 가스보일러 시장이자 한국 보일러업계의 새로운 캐쉬카우로 급부상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최근 급박하게 돌아가는 중국의 대외 정세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보일러업계 관계자는 “메이가이치 사업을 직접 수주하진 않더라도 그에 파생되는 B2C 수요도 상당하기 때문에 수출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작년 중국 정부의 사드보복 조치에 이어 국내 제조사들이 가스보일러 중국 수출에 있어서 또 다른 대형 이벤트를 맞은 것은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관세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가스보일러 중국 수출액은 전년(4828만8000달러)보다 약 750만달러가 줄은 4074만5000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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