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신문=정두현 기자] 내수 과포화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가스연소기기 분야는 올해 가정용·산업용 가스보일러, 가스레인지 등 주요 품목들이 대체로 전년과 비교해 판매량에서 약보합세를 띠고 있다.    

국내 연소기기 시장이 여전히 괄목할만한 성장 동력이 포착되지 않는 가운데, 기기 제조업계는 올해 해외 역수출 노력으로 외화벌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가정용·산업용 가스보일러 제조사들은 유럽, 미국 등 해외 ‘보일러·연소기술 선진국’과 동등한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성공하면서 중국, 미국, 러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지로 제품 수출 루트를 활발히 개척하고 있다. 

주방가전인 가스레인지의 경우 올해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올해 아파트 신축물량이 늘면서 빌트인 특판판매는 상승세를 유지했지만, 전기레인지 판매 강세에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판매가 전년 대비 5~6% 줄은 것으로 분석된다.    


가정용 가스보일러

관련업계에 따르면 가스보일러는 올해 판매량이 133~135만대 수준으로 전년(130만대) 대비 2.3%~2.5% 가량 소폭 늘은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신규시장이 아파트 등 공동주택 신축물량이 지난해보다 늘었고, 최근 정부의 친환경보일러 교체지원 사업에 힘입어 보일러 교체시장이 예년보다 활성화된 점이 호재로 작용했다.   

보일러 수출의 경우 최근 2년간 가장 큰 성장폭을 보였던 중국 보일러시장이 올해 중국 메이가이치(석탄개조사업)의 부진과 사드(THAAD) 보복 후폭풍으로 부침을 겪었으나, 꾸준한 판매성장을 보이고 있는 미국시장과 경기 회복에 따라 보일러 수입이 늘고 있는 러시아에서 그 공백이 메워지고 있다. 결국 올해 가스보일러 수출은 전년(28만5천여대)과 유사한 28~29만대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국내 가스보일러 시장은 올해 고효율 콘덴싱보일러 보급 확산의 전기를 맞았다. 최근 환경부와 수도권 지자체 주관으로 진행되고 있는 ‘콘덴싱(저녹스)보일러 교체보조금 지원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이 점차 확대되고 있고,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대도시 지자체에서도 콘덴싱 보급을 장려하기 위한 자체 예산을 편성한 것. 또한, 제도적으로도 가정용 콘덴싱 설치의무화를 추진하는 환경부(지자체)의 관련법 개정에 적극 나선 한 해 였다.  


산업용보일러

가스연소기기 중에서 장기 내수침체의 대명사로도 지목되는 산업용보일러는 올해도 실적부진을 늪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올해 산업·난방용 가스보일러 신규·교체 보급대수는 약 7만여대로 파악됐으며, 최근 5년간 산업용보일러의 국내 판매량은 증가 없이 보합세에 머물러 있다. 

부-스타, 웰크론강원, 큐로 등 국내 산업용보일러 코스닥 상장기업 3사의 경영실적도 이를 반증한다. 이들 3사의 지난 3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웰크론강원을 제외한 부-스타, 큐로의 매출이 각각 전년동기 대비 6.3%, 48.5%씩 빠졌으며, 영업이익·당기순이익 실적은 3개사 모두 130~280% 수준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들 3개사를 제외한 보일러업체들 역시도 상업용·산업용 보일러 국내 판매에서 정체를 겪고 있다. 또한 수출 확대에 따른 과도한 해외영업비 지출과 환차손실이 이어지면서 수익적으로도 과도기를 거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현재 산업용보일러업계가 베트남,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등 유라시아 내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상업용보일러와 대형 플랜트에 납품되는 특수보일러 수출을 늘려가고 있는 만큼, 향후 수출을 통한 수익구조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가스레인지

지난해 154만3463대의 판매고를 올렸던 가스레인지업계는 올해 경쟁기종인 전기레인지의 강세로 인해 전년도 실적보다 다소 부진한 150~152만대의 판매실적이 예상되고 있다.   

국내 가스레인지 대표기업 SK매직과 린나이코리아 등 제조업계는 최근 기존 가스레인지 2·3화구 모델의 제조·판매를 유지하는 가운데, 가스·전기 레인지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형태의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전기레인지 돌풍에 대응하는 모양새다.

건설사 특판에서는 고급형 빌트인 주방가전에 대한 관심 증폭으로 지난해에 이어 호조가 이어진 한편, 일반 판매 부문에서도 최근 미혼 싱글족이 늘어나면서 2화구 가스레인지 판매량이 꾸준히 늘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가스레인지 과열방지장치가 적용된 이후 돌출형 센서가 용기에 따라 조리 도중 꺼지는 등 사용자 불편사항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향후 가스레인지 시장의 유동성 확보를 위한 선결과제로 남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기레인지 제조업체가 급격히 늘어나고 가격경쟁이 붙으면서 시중 판매가격이 50만원대 이하로도 떨어지고 있다”면서 “지금 이 흐름이라면 내년도 가스레인지 판매는 올해보다 10만대 이상 급감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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