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영회 변리사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

지난 해 12월 7일 특허법과 부정경쟁방지법 개정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들 법에는 다른 사람의 특허권이나 영업비밀을 ‘고의로 침해’하면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하게 하는 ‘징벌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담고 있다. 공표 후 6월 시행이니 오는 6월쯤부터 시행된다.

 

고의로 특허권 침해하면 3배까지 배상

특허권은 새롭게 개발한 기술을 개발한 사람에게 주는 독점권이요 배타권이다. 특허권자만 그 기술을 실시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이 허락을 얻지 않고 실시하면 특허권을 침해한다. 남의 특허권을 허락을 받지 않고 쓰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지고 형사상 처벌도 받는다. 타인이 특허권을 침해할 때 법률 절차로 구제받는 과정은 간단하지 않다. 침해자가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권리자와 합의하면 쉽게 해결되겠지만 쉽사리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 합의하지 못하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내고 법원의 판결을 받아야 한다.

손해를 배상받으려면 피해자가 손해액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 일이 쉽지 않다. 더구나 특허권자가 중소기업이고 침해자가 대기업일 때에는 시간, 돈 여러 면에서 특허권자가 힘든다. 1심 항소심에 이어 대법원 상고심까지 가면 2~3년이 걸리고 비용도 감당하기 어렵다. 더구나 그렇게 해서 소송에서 이겨 배상을 받는다하더라도 실제 생긴 손해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특허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액 판결액은 낮았다. 특허청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특허침해소송에서 손해배상액 중간 값은(‘97~’17) 0.6억 원으로, 미국의 손해배상액 중간 값 65.7억 원과 대비할 때 매우 적다. 이 배상액은 양국의 경제 규모를 고려하여도 1/9 수준이어서, 특허권자에게 충분히 보상이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본다. 그러니 재력이 뒷받침하는 쪽은 특허권을 침해하는 것에 별 부담을 느끼지 않기에 특허권자를 더 힘들게 한다.

특허권자를 보호하는데 문제가 있으니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개선 방안으로 제기된 것이 징벌성 배상제도다. 이 제도는 특허권이나 영업비밀를 고의로 침해했을 때에는 손해로 입증한 금액의 3배 이내에서 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보통은 입증한 액수에서 배상을 받지만, 일부러 특허권을 침해해서 생긴 사건에서는 입증한 액수의 3배까지 배상하게 할 수 있게 한 것이니, 특허권이 있음을 알면서도 침해하면 부담이 크다. 배수는 몇 가지 요소(침해자의 지위, 침해 인식 정도, 피해 규모, 침해 기간과 횟수 따위)를 고려하여 정한다.

 

기술유출 사건에서는 예비음모죄를 없애야 할 판인데!

‘영업비밀 침해’에도 징벌 배상제도를 도입한 것과 동시에 벌칙을 대폭 강화했다. 기술유출사건은 기업체에 근무하던 연구원이 회사에 있던 기술기밀을 빼돌리는 사건들로, 이들 사건은 처음에 요란스럽게 ‘기술 매국노’로 몰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해놓고 대법원까지 가서는 무죄로 끝나는 게 많았다. 예비음모죄 탓이 클 것이다. 기술을 유출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자는 2년 이하로 징역형을 주거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런 벌칙은 원래 의도대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연구원들의 전직을 금지하기 위한 압박 도구로 악용하기 쉽다. 말하자면 너 혼나볼래? 이런 식이죠. 실제로 이렇게 악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례도 보인다. 기술유출사건의 특성, 범죄의 중대성, 악용위험성 등 고려할 때 예비음모죄 자체가 곤란하다. 과학기술자들의 원성이 많은 예비음모죄를 없애야 할 판인데, 오히려 벌금을 3천만 원으로 더 올렸다니, 납득하기 어렵다.

특허 침해에서 징벌 배상제를 도입함으로써 특허 분쟁은 별 거 없다고 생각하는 현실을 많이 고칠 것 같다. 앞으로는 다른 사람에게 특허권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함부로 쓰는 일은 많이 줄어들겠다. 우리가 기술이 강한 나라로 가는 다리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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