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신문=이경인 기자] 가스사고 발생건수가 연간 120건 내외로 하향 안정화된 가운데, 주요 사고원인이 변화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부동의 1위였던 취급부주의 대신, 노후 또는 시설미비로 인한 사고가 크게 늘면서 순위에 큰 변화가 있다. 그동안 LPG사용시설에 대해 다양한 안전장치가 보급되면서 사용 중 자리를 비우면서 발생하는 부주의사고가 크게 개선된 덕분이다.

반면, 고압가스시설 등 장기간 사용한 가스시설이 늘어나면서 노후화로 인한 사고위험은 증가한 셈이다. 이에, 일부에서는 가스사고 예방대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최근 가스사고 발생현황과 함께, 사고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보았다.

 

LPG·고압가스사고 줄고, 도시가스사고 늘고

최근 5년간(2013~2017년) 가스사고 발생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 가스사고는 120건 내외에서 큰 변화가 없었다. 이 기간동안 전체 가스사고는 최소 118건에서 최대 122건으로 사실상 안정화된 모습이다.

반면, 가스별로는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LPG사고는 2013년 86건에서 2017년 81건으로 감소했으며 고압가스사고도 15건에서 11건으로 줄었다. 그러나 도시가스사고는 20건에서 29건으로 증가하면서 유일하게 상승곡선을 그렸다.

결국, LPG와 고압가스사고의 감소 속에서 도시가스사고가 증가하면서 전체 가스사고가 정체되는 모습을 보인 셈이다.

사고원인은 사용자 부주의가 42.0%로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시설미비 20.2%, 고의사고 11.7%, 제품 노후 10.9%, 공급자부주의 5.5%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사고발생 원인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부동의 1위였던 사용자부주의사고보다 시설미비와 제품노후로 인한 사고의 점유율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가스사고(8월 누적기준) 원인별 발생현황을 살펴보면 시설미비와 제품노후(불량)가 각 24건(각 25.8%)으로 가장 많았으며 사용자부주의 16건(17.2%), 고의사고 8건(8.6%)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시설미비와 제품노후사고가 급증한 것은 고압가스사고 영향이 크다.

지난해 고압가스사고는 8월말 누적기준으로 16건을 기록하면서 이미, 2017년  1년간 발생한 11건을 넘어섰다.

갑작스러운 고압가스사고 증가에 대해 관련업계에서는 노후시설 증가와 이에 대한 관리부실을 원인으로 꼽는다.

실제, 지난해 3월 인천 중구의 한 냉동제조시설에서는 압축기 씰링의 노후로 암모니아 가스가 누출된 바 있으며, 부산의 한 업체에서도 액체 암모니아 전동밸브 전단 플랜지 이음부의 손상으로 가스가 누출됐다. 또한 지난 4월 충남 서산의 한 석유화학공장에서는 수소배관 연결부 이상으로 가스가 누출돼 화재가 발생했으며 지난 6월 경기도 과천에서는 소화용 고압가스용기가 부식으로 파열돼 가스가 누출됐다.


지속적인 투자가 LPG사고 감소 이끌어 

한때, 전체 가스사고의 80%에 육박했던 LPG사고 점유율이 갈수록 떨어지는 가운데, 최근에는 60%대로 줄었다. 이중 부탄캔 파열사고를 제외하면 사실상, LPG사용시설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예년의 절반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처럼 LPG사고가 단기간에 크게 감소한 것은 사용자와 공급자의 안전의식 향상, 퓨즈콕 일반화, 타이머콕 보급 확대 등 다양한 노력덕분이다.

여기에, 정부의 노후시설 개선과 위험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지속적이고 집중적인 투자가 진행된 점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LPG사고 감소를 위해 집중적인 지원이 진행된 2010년을 전후로 사고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LPG사고는 불과 10년전만해도 연간 146건(2008년)이 발생할 정도로 위험도가 높은 사고였다.

도시가스사용시설 대비 낮은 퓨즈콕 설치비율과 불법호스연결, 노후시설 방치 등 사고를 유발하는 요소가 유난히 많았다.

이에, 산업부와 가스안전공사는 퓨즈콕 설치 확대를 시작으로 지난 2011년부터는 경제적 이유로 노후시설을 사용하고 있는 서민층을 대상으로 금속배관 교체사업(서민층 가스시설 개선사업)을 추진한다.

2020년까지 10년간 진행되는 서민층 가스시설 개선사업은 최대 80만가구를 대상으로 시설개선사업이 진행된다. 또한, 9년차인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인 10만가구를 대상으로 실시된다.

지원규모도 역대 가장 많은 247억5500만원(지자체 예산 포함)에 달한다.

노후LPG사용시설 개선을 위한 지원이 집중된 덕분에 LPG사고는 2009년 117건에서 2017년 81건으로 30% 감소하는 성과를 보였다. 반면, 이 기간 중 도시가스사고는 15건에서 29건으로 급증했고 고압가스사고도 13건에서 11건으로 감소하는데 그쳤다.

결국, 도시·고압가스사고 감소를 위해서도 직접투자를 통한 문제해결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셈이다. 이에 도시·고압가스사업자의 안전관리 직접투자 유도를 위해 적극적인 인센티브제도 등 개선방안 마련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가스공급자에게 자율안전관리 권한 부여 

LPG사고 감소를 위한 다양한 지원제도는 도시·고압가스사고 예방을 위해 참고해야 할 사항이지만, 여전히 해결과제는 남아 있다.

도서지역 LPG사용시설의 안전관리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지자체 공무원과 가스안전공사 점검원은 물론, 가스공급자의 접근도 쉽지 않은 도서지역의 지리적 환경 탓에 문제해결도 쉽지 않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가스공급자에게 자율안전관리 일부 권리를 부여하는 방안이 떠오르고 있다.

가스안전공사에서 지난 2012년부터 도입하고 있는 가스안전보안관제도는 도서지역 접근성이 좋은 가스공급자에게 안전관리의 일부를 관할토록 하는 제도이다.

가스안전보안관은 도서산간 등 원거리 지역에서 가스사고나 관련 민원이 발생했을 때, 신속한 초동조치를 취해 안전사각지대 골든타임을 확보하고 2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위촉한 민간 가스 전문가이다.

가스시설에 대해 전문성은 물론 접근성이 좋은 사업자를 대상으로 안전사각지대에 대한 관리를 유도하는 셈이다.

활동내용에 따라 일종의 출동비가 지급되는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자원봉사인 셈이지만, 사업자의 관심과 참여는 높은 편이다.

이에 따라 가스안전공사는 지난 2012년 4개 지역(4명)에서 시범 운영한 후, 현재 159개 지역 187명으로 확대했다.

가스안전보안관 도입 첫해인 2012년 24건에 불과했던 사고현장출동, 노후시설개선, 민원처리 등의 활동내용은 불과 5년만인 지난 2017년에는 1196건으로 대폭 늘었다.

시간적, 공간적 한계로 인해 공무원과 가스안전공사의 접근이 쉽지 않은 가스시설에 대해 비상 시, 발빠른 현장대응 등 효과적인 대안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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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난 가스안전보안관

가스누출 현장에서 가스차단 ‘아찔’ 발빠른 안전조치 덕… 사고위기 모면

▲ 지난 2012년부터 가스안전보안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강화 경인가스 오종한 대표. 
올해도 가스시설의 이상유무 점검은 물론, 사고예방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가스안전보안관으로 활동해 온, 강화 경인가스 오종한 대표는 “가정이나 소규모 시설에서 사용 사례가 많은 LPG의 특성상, 공급자가 시설현황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노후된 시설에 대해 개선을 유도하고 유사 시에는 신속한 가스차단을 통해 대형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 자긍심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오 대표는 강화도의 한 식당에서 가스가 누출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적이 있다.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LPG용기를 찾아 내, 용기밸브를 잠그면서 소동은 일단락됐지만, 만약 화재로 이어졌다면 대형인명피해가 발생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밖에도 가스안전보안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경춘에너지 전인권 대표도 지난해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재래시장에서 가스누출을 차단해 사고를 예방한 경험이 있다. 당시, 사고는 가스안전공사에 가스누출 신고가 접수된 가운데, 비상출동요원이 현장에 접근하며 사고현장 인근에 있던 전 대표에게 연락이 온 것.

현장에 도착해 보니, LPG트럭 하부에서 가스가 누출됐고, 현장에서는 인부들이 담배까지 피고 있는 상태였다.

전 대표는 젖은 수건 등을 이용해 누출부위에 대한 응급조치를 한 뒤, 화기단속을 실시했다. 이후, 가스안전공사와 소방관이 도착하면서 현장주변통제와 차량견인 등의 후속조치가 진행됐다.

당시, 활동은 가스안전보안관의 발빠른 응급조치 덕분에 인명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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