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판시장이 반등에 성공했지만 변수가 워낙 많아 발전방향을 꾸준히 모색해야 한다.(사진은 소형저장탱크에 LPG를 공급하는 벌크로리로 해당 기사와 무관)

 

[가스신문=김재형 기자] 도시가스 공급 확대계획으로 LPG산업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충전업계는 갈수록 줄어드는 용기판매물량으로 규모의 경제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으며 판매사업자들 역시 시장축소와 경쟁심화로 어려움이 크다. 충전·판매사업자들이 벌크사업에 진출하면서 탈출구를 찾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더욱이 지난해의 경우 정부가 경제성이 결여된 지역까지 도시가스 보급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하면서 LPG사업자들의 공분을 샀다. LPG산업의생존방안을 위해 정부와 관련 업계가 계속 논의 중인 가운데 프로판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방안을 찾아본다.

 


소비량 등 각종 지표

프로판을 대표할 수 있는 가정·상업용 소비량을 보면 다행스럽게 반등에 성공했다. 도시가스가 확대보급 되던 시기에는 해마다 판매량이 급속도로 줄었으나 2014년 137만톤에 머물던 가정·상업용이 이후부터 소비가 늘어, 2017년에는 153만4000톤을 기록했다. 이는 정부의 소형LPG저장탱크 지원사업을 통해 벙커유·등유·화목 보일러 등을 사용하던 시골에서 LPG로 전환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2018년 가정·상업용 최종 소비량 집계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지만 3분기까지 378만8000톤이 소비돼 전년 동기 368만3000톤보다 2.9% 늘었다.

더욱이 소형LPG저장탱크 보급을 통해 신규 거래처를 확보하면서 산업용 소비량도 증가하고 있다. 2014년 48만4000톤이던 산업용은 2017년에는 87만3000톤으로 1.8배 증가하는 성과를 보였다. 다만 2018년 1~3분기 동안 산업용 프로판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18.7% 줄어든 56만9000톤으로 집계됐다. [표1]

가정·상업용 소비량은 다소 증가했지만 실제 사용가구는 계속 줄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 LPG를 사용하는 가구 수가 해마다 감소해 결국 2017년 기준으로 433만가구를 기록했다. 영업용은  감소세가 적었으나 주택용은 빠르게 도시가스 등 다른 연료로 전환되고 있다. [표2]

경쟁연료 간 상관관계

여러 가지 수치를 놓고 보면 가정·상업용 소비량은 정부의 LPG지원사업으로 새로운 시장이 개척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산업용의 경우 결국 연료 간 가격경쟁력이 소비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LPG수입가격이 유난히 폭등하면서 국내가격도 고공행진을 했다. 때문에 벌크사업자들의 연료전환 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됐다. 가격 인상의 후폭풍은 유통업계에 곧바로 영향을 미쳤다. 한때 벌크사업자들이 적극 나섰던 도시가스 전료전환은 완전히 정지됐고 이미 시설전환을 마친 소비처에 대해서는 일부 벌크사업자들이 차액을 보존하면서 손실도 발생했다. 다행히 지난해 말 급격히 LPG가격이 안정되고 있지만 유통업계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유가상승 등의 영향으로 LPG수입가격은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계속 상승했다. 때문에 5월 프로판은 500달러, 부탄은 505달러에서 10월에는 프로판과 부탄 모두 655달러까지 치솟아 국내 LPG가격도 동반상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다행히 지난해 하반기 LPG수입가격은 다시 폭락해 12월 LPG수입가격이 프로판은 445달러/톤, 부탄은 415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유가의 상승폭에 비해 LPG수입가격이  유독 가파르게 올라, 관련 업계가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다행히 11월에 평균 122.5달러, 12월에 102.5달러 각각 인하되면서 400달러 초중반에 머물게 됐다. 따라서 향후 국내 LPG가격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너나없이 뛰어드는 벌크업

결국 LPG사업자들이 경영난을 타파하기 위해 선택하는 길은 LPG벌크판매업이다. 일정물량을 확보한 LPG판매사업자들은 이미 벌크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소규모 판매사업자들도 삼삼오오 모여 벌크사업을 하고 있다.

프로판시장에서 충전소들의 입지가 크게 줄어들면서 환경변화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과거에는 충전소들이 용기충전을 통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였으나 벌크산업의 확대로 수익을 내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간 물류기지 역할을 하기 위해 충전소들이 이충전 시설을 갖췄으나 이제는 시장이 포화상태로 접어들면서 결국 나눠 먹기식 경영이 되고 있다.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자 벌크 이충전시설을 갖춘 일부 충전사업자들은 소비처를 확보하기 위해 직접 움직이고 있다. 충전소의 고객이기도 한 벌크판매사업자들과 소비처가 겹치지 않는 선에서 대규모 공장 등을 위주로 영업에 나서고 있다. 과거에는 기존 용기물량의 이탈을 우려한 나머지 충전소가 가스를 직접 공급하기 꺼려했으나 용기물량이 워낙 줄어 이를 포기하더라도 벌크물량을 확보하는 게 우선순위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다만 LPG벌크판매사업자들이 가스공급 범위를 충전소와 비슷한 수준으로 상향조정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 중으로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생존을 위한 방안                     

현행 기준에 맞춰 벌크사업자가 증가하는 것은 막을 방법이 없으나 가뜩이나 출혈경쟁으로 고심이 큰 벌크시장이 제살 깎아 먹기 경쟁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 벌크업에 몸담고 있는 사업자들이 신규시장 개척을 위주로 소위 ‘상도덕’을 지켜야 한다. 기존 LPG소비처를 대상으로 저가경쟁을 벌이면 전체 공급가격만 낮아지고 고객과 신뢰가 깨져 소송 등의 분쟁이 벌어지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정부는 갈수록 열악해 지는 프로판시장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충전·판매사업자들이 대형화된 통합법인 등을 검토 중이다. 즉 충전사업부, 판매사업부, 배송사업부 등의 형태로 운영해 비용절감 효과를 꾀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 같은 사업형태의 경우 공정거래법에 위배될 수 있다. 따라서 LPG판매업은 도시가스에 밀려 어쩔 수 없이 통합·법인화하는 사례이며 산업합리화의 경우 공정위의 인가를 받으면 불공정거래 대상에서 제외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향후 특례고시 등을 활용해 통합 법인에 대한 각종 지원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처럼 소형LPG저장탱크로 인해 산업이 그나마 생존하고 있는데 정부는 소형저장탱크의 이격거리를 대폭 강화시킬 예정으로 관련업계의 반대에 부딪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소형저장탱크 저장능력이 500kg 이하는 이격거리를 제외하고 거리 기준을 ‘탱크의 바깥 면’이 아닌 ‘가스충전구로부터’ 측정하는 방안 등 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살수장치 방화벽 외에 방호벽 등 이에 상당하는 시설로 방화포와 방화페인트를 갖추는 것까지 확대 적용할 수 있는지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가스판매사업자들이 생존하고 규제개선을 건의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가스안전관리에 철저히 나서야 한다. 최근 강릉 펜션의 일산화탄소 중독사고도 가스공급자의 과실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아직도 완성검사를 받지 않은 특정사용시설이 난무하고 있으며 일부 무허가 벌크사업자들의 영업망을 이용한 가스판매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행안부와 가스안전공사 등의 단속을 통해 대대적으로 적발된 바 있으며 소형저장탱크의 화재사고 및 벌크로리의 전복 사고 등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LPG물류비용을 절감하는데 소형저장탱크 가스잔량 발신기와 원격검침기가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예를 들어 5000원을 내고 발신기를 매달 사용 시 효과적인 계획배달로 그 이상의 이익을 내고 있는 셈이다. 더욱 정교해진 원격가스검침기도 보급되고 있어 월말 일손이 바쁠 때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가스공급자들은  최소의 인원으로 최대한 많이 가스를 공급할 수 있는데 발신기의 역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저작권자 | 가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