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신문=정두현 기자] 서울 대성고 3학년 학생 3명이 숨지고 7명이 다친 ‘강릉펜션 일산화탄소(CO) 중독사고’와 관련해 보일러 시공업체 대표 등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번 사고로 가정용 난방기기 안전관리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크게 고조되면서, 가스보일러 무자격설치에 대한 감시와 사후안전관리에 대한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의 경우에는 어려운 가계 사정으로 보일러 시설관리가 열악한 실정이어서 더욱 큰 가스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에 보일러 시공·설비 전문가단체인 전국보일러설비협회의 협조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 금천구 독산동 일대 저소득층 세대의 가스보일러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해봤다.

연통 부실시공, 가스사고의 시작

본지는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약 사흘간 저소득층 위주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 금천구 독산동 일대를 직접 방문해 가스보일러 사용실태를 확인했다.

취재 결과, 저소득층의 가스보일러 사용실태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이들 대부분이 석고붕대로 연통 기밀작업이 돼 있거나 그마저도 노후돼 가스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또한 현행 가스보일러 설치기준을 무시한 무자격 사설시공 사례도 찾을 수 있었다.

▲ (사진1)2년 전 설치된 가스보일러로 연통 접합부가 사용 금지된 석고붕대로 마감처리가 돼 있다.

도시가스보일러를 쓰고 있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세대는 2년 전 설치업자를 불러 보일러를 교체했는데 지난 2006년 도시가스안전관리통합고시 개정으로 사용이 금지된 석고붕대로 연통 마감처리가 돼 있었다. (사진1 참조)

석고붕대로 보일러·연통 접합부 마감처리를 할 경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석고가 경화되면서 생긴 균열로 배기가스가 새어 나오거나 연통 자체가 보일러 본체에서 분리될 수 있다. 때문에 현행 도시가스안전관리기준에서는 가스보일러 기밀 유지를 위해 설치 시 보일러 가스배기구와 배기통의 접속부는 반드시 250℃ 이상의 고온에 견딜 수 있는 ‘내열실리콘’으로 마감처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세대의 거주자 A씨는 “가스보일러를 8년 쓰다가 재작년에 교체를 했는데 당시 설치업자가 설치하면서 석고붕대를 발라주더라”면서 “전에도 석고붕대로 썼었기 때문에 이게 문제가 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심지어 6년째 일반 가스보일러를 사용 중인 서울 금천구 독산동의 한 가정집은 배기통 수평부가 상향으로 설치된 경우도 있었다. (사진2 참조)

▲ (사진2)서울 독산동 소재의 한 가정에 설치된 일반 가스보일러로 현행 보일러 시공기준을 무시한 채 보일러 배기통이 상향으로 설치돼 있다.

현행 가스보일러 급배기통 시공기준에 따르면 외부로 나가는 일반 가스보일러 급배기통의 수평부를 반드시 하향으로 설치토록 하고 있다. 배기통을 하향설치 하지 않으면 보일러 내부로 물이 유입되면서 가스사고의 원인이 되고 보일러의 수명도 단축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보일러에는 시공자 신분과 세부 설치내역을 알 수 있는 시공표지판도 전혀 기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세대주 B씨는 “동네 인테리어 업자에게 보일러 설치를 맡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보일러 대리점은 설치비가 더 비싸다고 해서…”라며 “도시가스점검원으로부터 보일러 배기통을 손봐야 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게 그렇게 위험한지도 몰랐고 비용도 부담돼 그냥 쓰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현장취재에 동행한 전국보일러설비협회 지회 관계자는 “가스보일러 연통 시공은 일반보일러 하향설치, 콘덴싱 상향설치가 기본인데 도저히 가스시설시공업 자격증을 보유한 업자가 설치했다고 볼 수 없다”라며 “주로 저소득층 일반 가정에서는 무자격시공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보일러만 사서 소비자 본인이 직접 설치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밝혔다.

가스보일러 안전관리 체계 보완 시급

이번 취재에서 드러난 사례들은 연 2회 실시되는 도시가스시설점검(도시가스보일러)과 가스공급자에 의한 단발성 시설점검(LPG보일러)에만 의존하고 있는 가정용 가스보일러 안전관리 체계의 허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금은 급배기연통, 가스호스 등 부속자재가 규정에 맞지 않게 설치됐거나 사용기간 10년 전후의 노후보일러를 사용하고 있는 세대주에게 시설개선 권고 조치가 이뤄질 뿐이다. 이렇듯 사용자의 법적 시설개선 의무가 없는데다, 가스보일러 설치·시공 상태를 점검하는 데 있어 인력과 전문성도 부족한 실정이다.

가스보일러 안전관리망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무자격 사설시공’에 대한 근본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가스보일러 무자격시공은 현재 건설기본법에 의거해 법적 처벌이 가능하고 가스시설관리규정에 보일러 시공내역을 의무적으로 기재토록 하고는 있지만, 정작 이를 사전에 단속할 수 있는 실질적 주체가 없어 불법 사설시공 행위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는 주로 무자격 설비업자가 판매대리점 등을 통해 보일러를 구매하면서 설치·시공 확인서와 보험증권도 함께 받아서 단속망을 피하는 형태로 자행되고 있다.

아울러 이번 강릉 펜션사고와 같은 인명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가스보일러 설치 시 가스누출탐지기 등 안전장치 설치도 의무적으로 병행하는 관련법도 조속히 도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일러 시공·설비 업계 관계자는 “가스보일러 안전사고가 매년 수십건 발생하고 있지만 현행 안전관리 시스템으로는 국민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며 “실제로 현장을 둘러보면 가스보일러 부실시공 사례는 끊임 없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사용자들의 생명과 재산이 위협받고 있다. 국내에 가스보일러 1400만대 이상이 깔려있는데 안전관리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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