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국민들을 경악케했던 가스사고가 발생했다.

강원도 강릉시에 위치한 한 펜션에 투숙했던 고등학교 3학년 10명 가운데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들 학생들은 대학 입시를 위한 수학능력시험을 끝내고 현장체험 학습 차원에서 강릉으로 여행을 갔다가 참변을 당했다.

경찰 사고조사 결과 보일러 초기 부실시공으로 인한 배기가스 실내 유입이 이번 참변의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보일러 시공업체 대표, 펜션 운영자 등 이번 사고와 관련된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황이다.   

길고 힘든 수험생활을 마치고 꿈에 그리던 대학생이 된다는 생각에 한껏 가슴이 부풀었던 학생들이 이런 인재(人災)의 희생양이 됐다니 애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그 유가족들이 받고 있을 고통과 충격은 감히 상상하기도 어려우며,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졌을 이 청년들에 대한 국민의 애도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당시 펜션에 설치된 가스보일러는 배기가스가 외부로 배출되는 연통이 보일러 본체로부터 빠져있었다. 이는 가스시설시공업 자격증이 없는 무자격 사설업자의 무지하고 무분별한 시공에서 비롯됐다는 정황이 명명백백 드러났다.

더군다나 이 펜션에는 어린 학생들을 구명할 수 있는 가스누출경보기도 없었고, 현행법에 숙박시설의 가스안전장치 설치 의무규정이 없다는 점에서 더욱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최근 5년간 가스보일러 사고로 14명이 사망하고 35명이 부상한 가운데 이들 대부분이 일산화탄소(CO) 중독사고였음에도 여전히 가스누출경보기 설치가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사고만 터지면 담당 분야마다 제각각 적용 규정이 달라 어디는 불법이지만 어디는 불법이 아니라는 식의 혼선도 답답할 노릇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 사고가 무자격 사설업체에 의한 보일러시공으로 빚어진 참변이라는 점에서, 난방 시공·설비 업계가 그 동안 꾸준히 목소리를 높여왔던 불법시공행위 사전 단속제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할 때다.

전국보일러설비협회, 한국열관리시공협회 등 전국 수만명에 이르는 보일러시공 자격증을 보유한 회원을 주축으로 한 전문가 단체들이 있음에도 이를 활용하지 못했던 정부는 지금이라도 보일러 사고예방을 위한 사전단속제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국민의 안전과 보일러 시공업계의 질서를 위협하고 있는 무자격 시공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선 제도적 보완도 중요지만, 이를 보일러 시공 일선현장에서 컨트롤타워 운영을 통한 법적 단속을 시행해 무자격자들이 가스시설 시공에 감히 나서지 못하도록 경각심을 심어주는 것이 급선무다.    

정부는 이번 사고를 통해 무자격시공에 대한 심각성과 실태를 제대로 인지하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경위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함은 물론, 유사사고 재발을 위한 근본 대책 마련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안전사고가 발생한 후에야 사후약방문식의 대책을 세우고 일제 점검에 나서는 등 반짝 긴장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같은 사고를 겪는 비극은 이제 멈춰야 한다.

기본부터 챙겨야 한다. 미리 안전 규정을 철저히 만들고 이를 지키도록 상시 감시하는 게 일상이 돼야 비극의 반복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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