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신문=박귀철 기자] 인류의 역사는 불의 발견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불을 발견함으로써 추위와 어둠에서 해방되었고, 곡식과 고기 등 음식을 익혀 먹음으로써 식생활은 보다 다양하고 풍요롭게 발전해왔다. 인류가 사용하던 연료도 문명의 발달과 함께 발전해 왔다. 나뭇가지나 장작에서 연탄으로 바뀌고 다시 기름, 전기와 가스로 바뀌었다.

극동주공은 이러한 가스연료 사용의 시작과 더불어 1963년 2월 창립되어 그 이듬해에 주물가스버너를 최초로 생산함으로써 국산 가스용품 제조의 효시가 되었다. 1974년 5월에는 서울특별시에 국내 최초로 고압가스기구 제조업체로 신고했고 1978년 12월에는 국내 최초로 한국가스안전공사로부터 고압가스기구제조 형식검사에 합격함으로써 국내 최초의 가스용품 제조업체로 가스산업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본지는 창간 30년 기획으로 국내 최초의 가스용품 제조업체인 극동주공을 창업한 고(故) 박상철 회장의 대를 이어 1979년 11월부터 근무하면서 회사를 이끌고 있는 박명선 대표이사(65)를 만나 회사 탄생과 걸어온 길, 주요 생산품목, 향후 계획 등에 들어봤다.

△극동주공 창립에 대해 언급한다면?

- 당시 부친이신 박상철 회장님께서 1963년 서울 용산구 청파동에서 일반주물공장을 시작했죠. 아버지는 일본 정영제작소 회장과 교류를 하고 있었는데 그 분의 도움으로 주물가스버너 생산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최초로 생산한 제품이 1구 신형가스버너(일명 접시형 가스버너)라고 하죠. 그때 주물버너는 LPG를 이용해 중류층 가정집의 부뚜막에서 사용되었습니다.

△극동주공의 역사는 곧 한국 가스용품의 역사다. 국내 최초의 가스용품 제조업체라는 소감과 자부심은?

- 선친 때부터 지금까지 56년간 오랫동안 회사가 존속하고 있다는 것은 전국의 소비자와 고객들의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고객들을 위해 그만큼 품질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결과라 생각되고 최초의 가스용품 제조업체라는 수식어에 걸맞는 업체가 되도록 연구개발을 게을리 하지 않겠습니다.

△주물가스버너의 장점은 무엇인가?

- 주물버너는 무엇보다 소재가 쇠인 주물이므로 제품 자체가 튼튼합니다. 특히 주물버너는 주방에서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넘치는 국물 등으로 쉽게 부식되지 않아야 하고 높은 열에서 사용하므로 두껍고 무거워야만 내구성을 가질 수 있고 좋은 제품으로 인정받습니다.

저희가 생산하는 제품은 타사 제품들보다 소재를 많이 사용해 두껍고 무겁습니다. 실례로 동일한 간택기의 경우 타사 제품은 그레이트(석쇠) 무게가 17kg인 반면 저희는 26kg이며 버너도 타사는 11kg이지만 저희는 15kg입니다. 가격경쟁력에서 불리하지만 품질이 우선이므로 어쩔 수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주물의 수명이 적게는 2∼5배까지 차이가 날 수 있죠. 또한 주물버너의 장점은 화력이 매우 뛰어나므로 우리나라의 음식문화에 가장 적합한 제품입니다.

△주물가스버너는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가. 그리고 생산 품목은 몇가지나 되며 지적재산권수는?

- 초창기 주물버너는 주로 가정집 부뚜막에서 취사용으로 사용되다가 영업용 식탁, 영업용 주방에서 다시 업무용대형연소기의 부품으로 변화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주물버너 자체만으로 사용하는 음식점이 많으며 대형연소기의 부품으로도 꾸준하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저희 회사가 개발, 생산하는 주물버너는 약 300종이 넘습니다. 특허등록이 16건, 디자인 86건, 상표 10건 해외특허 1건 등 모두 113건의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있죠. 이러한 지적재산권을 관리하는데 연간 약 3천만원의 비용이 들어갑니다. 이처럼 많은 제품 중 연간 소비량이 20개도 안 되는 제품도 있지만 고객들이 찾기에 단종을 할 수 없습니다.

△많은 개발 제품 중 몇 가지 사례를 든다면?

- 저희가 개발, 생산한 다양한 주물버너는 내수시장 외 1973년도에는 최초로 미국과 일본으로 소량씩 수출을 시작했습니다.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으면서 1980년 후반부터 2000년 초반까지는 굉장히 많이 수출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산 제품이 국제시장으로 조금씩 공급되면서 수출은 중단되었습니다만 연구개발은 계속했죠. 1998년에는 사용자의 부주의에 의한 가스밸브 열림을 방지하기 위해 예비동작이 부가된 노즐콕을 최초로 개발해 주물버너에 적용함으로써 가스안전에 앞장섰습니다. 야외용 가스난방기인 ‘삿갓난로’도 개발해 지금도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2007년에는 반자동점화장치가 부착된 주물버너도 개발했고, 2010년에는 안전 타이머기능이 있는 업무용 대형연소기도 개발했습니다.

송풍기 부착형 업무용대형연소기도 최초로 개발해 중화식당 연소기의 열효율 향상에 기여했다고 자부합니다. 아울러 보급형인 반자동점화장치는 5월 안으로 저희가 생산하는 모든 업무용 대형연소기에 적용함으로써 고객들에게 편리를 제공할 것입니다.

△극동주공이 장수할 수 있는 비결은?

- 가스용품은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제품을 잘 만들어야 하며 편리성, 내구성을 갖추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많이 판매하려면 싸구려 제품을 출시하면 되지만 오랜 고객들을 생각할 때 품질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가격경쟁을 해보지 않았습니다. 저의 경영방식이자 고집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오랜 전통을 손상시키지 않기 위해 품질만을 강조해 나갈 것입니다. 고객들과 소비자들의 관심과 사랑이 극동주공이 장수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봅니다.

△현재 연소기 등 많은 가스용품에 대해 5년 주기로 다시 설계단계검사를 받도록 한다. 기업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가?

- 가스용품의 품질향상을 위한 기술개발은 제조업체들의 몫입니다. 따라서 제조업체들이 품질관리도 잘 한다고 보지만 검사기관에서 5년 주기로 설계단계검사를 다시 함으로써 품질확보에 더 도움이 된다고 보기에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중소제조업체들 입장에서는 검사비가 너무 부담이 된다는 것이죠. 특히 저희 같이 생산품목이 많을 경우에는 부담이 되므로 5년 주기 설계단계검사도 연수에 따라 차등화해서 검사수수료를 낮춰준다면 제조업체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주물버너시장의 향후 전망은?

- 한 마디로 괜찮다고 봅니다. 고화력이라는 장점으로 아직도 주물버너만 단독으로 사용하는 식당이 많이 있으며 업무용대형연소기 시장도 계속 발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많은 연소기 업체들의 노력으로 좋은 제품이 나오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전망이 밝다는 뜻입니다. 특히 고급 호텔이나 레스토랑은 아직도 수입품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러한 시장을 국산 제품들이 대체해야 하므로 더 많은 연구와 노력이 뒤따른다면 머지않아 수입대체화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유통과정에서 지나치게 저가의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에 제조사들이 고전하고 있습니다. 유통업체나 가스공급사들에게 끌려가는 풍토가 지속된다면, 좋은 인력확보가 어려워 기술발전을 기대하기 어렵고 제조사의 앞날도 힘들어집니다. 제조사들이 제 가격을 받아야 하는 이유라 봅니다.

△정부나 검사기관에 바라는 점과 앞으로의 계획은?

- 전국의 가정이나 요식업소 등에 가스공급률 100%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와 가스안전공사는 가스안전관리를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제조업체들이 더 나은 제품을 개발, 보급할 수 있도록 제조업체들에 대한 혜택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극동주공은 대한민국 최초의 가스용품업체에 부끄럽지 않게 앞으로도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소비자가 필요한 제품, 안전하고 튼튼한 제품만을 생산, 보급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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