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신문=남영태 기자] “1970년대 세계 오일파동 때 수소경제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죠. 당시부터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한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후발주자였고 1987년 당시 국내 기술력은 전무했죠. 처음 연료전지를 시작하면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뒤돌아보면 그간의 정부정책 도출, R&D과제 등이 헛되진 않았구나 생각됩니다.”

첫 직장이었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지난 1987년부터 맺은 인연으로 32년간 수소·연료전지 연구와 인력양성에 매진하고 있는 광주과학기술원(GIST) 홍성안 석좌교수(69)는 당시 국내 연료전지산업은 불모지였다고 회상한다.

그는 “1987년에는 도쿄프로토콜 등으로 온실가스 문제가 부각되면서 새로운 에너지로써 신재생에너지가 각광 받기 시작했다”며 “이에 우리정부도 대체에너지법을 제정하면서 수소·연료전지를 포함시켰으며, 지금의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법으로 변화했다”고 말했다.

미국생활 후 귀국해 KIST에서 연료전지연구를 시작한 홍 교수는 국내에서 연료전지를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해, 1988년 연료전지산업의 선진국 동향을 살펴보기 위한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

1주일 동안 총 11곳을 방문할 정도로 연료전지에 열정을 보였던 그는 당시 우리보다 앞서 연료전지를 설계·제작하고 있는 일본에 많은 부러움을 느꼈다고 했다.

맨땅에 헤딩하듯 연료전지를 공부하던 홍 교수는 당시 인산형연료전지(PAFC)를 개발 중이던 에너지기술연구원에 이어 1989년 국책과제에 선정되면서 용융탄산염연료전지(MCFC)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1980년대 후반 연구계에 연료전지 붐을 조성한 그는 1991년 정부가 과학기술 선진을 위해 추진한 G7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정부와 첫 인연을 맺는다. 당시 G7프로젝트 내 에너지분야에 포함된 연료전지분야를 홍 교수가 기획하게 된 것.

이후 홍 교수는 1990년대 후반 MCFC와 PAFC에 이어 고분자전해질연료전지(PEMFC) 개발도 추진했다고 밝혔다. 당시 연료전지자동차 개발에 필요성을 느껴 추진했지만 정작 완성차 기업들의 분위기는 시큰둥했다고.

그는 “연료전지차 개발을 위해 완성차 업체들과 회의를 진행했는데, 연료전지 기술이 어려워서 인지 쉽게 동참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며 “그러나 2000년대 들어와 현대자동차가 움직이기 시작해 국책과제 등으로 국내 첫 연료전지 개발 사업이 착수하게 됐다” 말했다.

특히 그는 2000년대 들어와 수소·연료전지에 대한 정부의 강한 정책방향을 이끌어내는데 일조했다. 2003년부터 약 1년간의 준비작업 끝에 ‘수소연료전지사업단’을 태동시켜 사업단장을 역임하는 한편, 2005년 정부의 수소경제 마스터플랜도 수립하는 등 업적을 남겼다.

그는 수소연료전지사업단은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 연구회에서 시작했다고 했다. 정부와 산업계의 가교역할을 했던 연구회를 중심으로 수소연료전지, 태양광, 풍력을 특화시켜 보자는 취지에서 사업단을 제의, 연구회의 기본 개념을 발전시켜 3개 사업단이 태동했다고.

“사업단 내 단장을 비롯한 전문가들이 집결되어 있는 만큼 정부와 산업계의 연결고리 역할이 강화됐습니다. 또 당시 과제기획·도출부터 평가, 예산관리까지 사업단장이 총괄하고 있었죠. 때문에 가정·건물·발전·수송용에 대한 모든 과제를 총괄한 만큼 현재 수소·연료전지분야에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들의 모태가 됐습니다.”

그는 대표적으로 가정용 연료전지 모니터링 사업과 연료전지차 모니터링 사업을 성과로 꼽았다. 당시 30대의 연료전지차와 수소버스 2대를 제작해 실증했고, 1㎾급 연료전지 수백 대를 제작해 실증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이 사업에는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퓨얼셀파워, GS퓨얼셀, 한국가스공사 등이 참여했다고.

홍 교수는 “특히 연료전지자동차를 만들다 보니 수소충전소도 필요해 3개소 건설사업도 병행했다”며 “향후 많은 중소기업 참여를 유도키 위해 대기업인 SK와 GS를 당시 충전인프라 사업에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업적을 달성한 사업단이 있었기에 지금의 수소전기차가 출시됐고, 세계 최고 수준의 연료전지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자부했다.

이와 함께 홍 교수는 수소경제 마스터플랜 수립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세계적 트렌드였다고 회상했다.

2040년까지 정부의 목표와 비전이 담긴 마스터플랜이 발표되자 많은 에너지전문가들이 ‘수소경제는 허구, 태양경제다’라고 홍 교수에게 질의했다고 한다. 그때마다 홍 교수는 “수소경제나 태양경제나 일맥상통한 의미이며, 수소경제에서 말하는 수소생산은 재생에너지에서 전력망에 연결시키지 못한 전기를 활용해 만드는 것”이라고 반박했다고.

이처럼 국내 수소·연료전지산업의 근현대사를 꿰뚫고 있는 홍성안 교수. 그는 올해 정부가 다시 한 번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한 만큼, 시장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의지를 표명한데 이어 산업계가 믿고 따라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2005년 당시 수소경제 마스터플랜에 여러 가지 이유로 제안되지 못했던 사안들이 이번 정부의 로드맵에는 담겨져 있다”며 “이 같은 로드맵을 추진하기 위해선 시장에서 자발적으로 수소경제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정부가 조성해 주는 것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국내 기술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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