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크시장이 성숙단계를 넘어서면서 충전·판매사업자 간 유통영역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사진은 충전소 내의 벌크로리로 특정기사와 무관)

[가스신문=김재형 기자] LPG벌크산업의 유통영역 파괴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프로판충전소들은 입지가 축소되자 거래처유치와 구조조정 등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벌크판매사업자들은 대형거래처에 가스공급을 하고자 규제개선을 추진 중이다. 과거에는 소매, 도매사업자로 유통영역이 확연히 나눠 있었으나 이제는 변화의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이 같은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주요 원인과 LPG벌크시장이 지속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본다.

 

LPG벌크시장 현황

석유화학용의 인기로 LPG소비량은 다소 늘고 있지만 프로판유통사업자와 연관 있는 수치의 면면을 보면 실망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보고된 2018년 LPG용도별 소비현황<표1>을 보면 총 931만5000톤이 소비돼 전년 동기 898만6000톤보다 3.7% 증가했다. 프로판은 지난해 508만2000톤이 소비돼 전년 동기 492만톤보다 3.3% 늘었다. 이 가운데 가정·상업용은 154만3000톤으로 전년 동기보다 5.1% 늘었는데 정부의 소형LPG저장탱크 지원사업 등을 통해 신규 소비가 일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벌크사업자들의 시장개척으로 한때 소비량이 늘던 산업용은 76만2000톤으로 전년 동기보다 19.1% 감소하는 등 적신호가 켜졌다.

소형저장탱크의 검사수량도 줄어드는 시기로 접어들었다. 벌크사업자들은 소비처에 소형LPG저장탱크를 설치 후 가스를 공급하는데 최근 몇 년 간 꾸준히 늘었으나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지난해 검사실적을 보면 2만1450기로 전년 동기의 2만4940기보다 줄었다.

특히 프로판시장에서 충전소들은 갈수록 수익을 내기 힘들어지면서 유통영역 파괴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과거에는 충전소들이 용기충전을 통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였지만 벌크판매사업자들이 직접 벌크로리를 운행해 수입·정유사 기지에서 가격할인을 받고 있다.

이처럼 벌크시장은 경쟁이 심화되고 있으며 자칫하면 침체에 빠질 수 있는 실정에서 LPG산업 종사자들은 벌크산업의 활성화와 역행하려는 정부정책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정부는 소형저장탱크의 설치기준을 대폭 강화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다중이용시설, 가연성 건조물 등에 소형저장탱크 설치 시 개구부와 거리를 현행 기준의 2배로 강화(살수장치 또는 방화벽 설치 시 완화)하고, 가연성 물질 등은 소형저장탱크로부터 5m 이상 거리를 유지하려는 방침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정부가 소형저장탱크의 설치기준을 강화할 경우 소비자편익이 크게 감소하고 사업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 달성 관건

LPG벌크판매사업자들은 가스공급 범위를 기존 3톤 미만에서 10톤 이하로 조정되길 희망하고 있다. 벌크판매사업자가 3톤 이상의 저장탱크에 가스공급이 불가능하고 10톤 이상의 탱크로리를 보유할 수 없어 유통비용을 절감하는데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공정거래위원회에 꾸준히 건의해 왔고 국무조정실 규제총괄정책관실에서 LPG벌크판매사업자의 공급범위 확대를 본격 예고하면서 성사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LPG판매사업자의 안전관리능력 향상으로 공급범위를 안전하게 관리 가능한 10톤 이하 저장탱크까지 확대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정부도 예측하고 있다.

다만 이를 바라보는 충전사업자들의 시선은 곱지 못하다. 대형 LPG소비처에 가스를 공급하던 충전사업자들은 벌크판매사업자들과 경쟁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프로판충전으로는 수익을 내기 힘들만큼 LPG충전소들도 직거래처를 확보하기 위해 나서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소형저장탱크 지원사업에 가스공급자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충전·판매사업자 간 컨소시엄을 구성해야하기 때문에 새로운 유통형태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지역에서는 수익을 내기 힘들지만 도시가스에 LPG시장을 송두리째 빼앗기는 것보다 낫다는 평가도 나와 어떤 방식으로 진화할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물류의 효율화를 꾀하기 위해 일부 충전 또는 판매사업자들은 프로판배송센터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정부도 LPG충전·판매업의 대형·집단화를 목표로 연구용역을 진행할 예정이다. LPG충전소와 판매업소의 대형화를 비롯해 집단화단지를 구축해 효과적인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 LPG판매물량이 감소한 반면 충전·판매업소는 꾸준히 늘어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벌크사업의 확대로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하는 충전소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지방의 판매소들은 물량이 5톤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영세해지고 있다. 이 같은 실정에서는 도저히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없어 결국 유통비용의 증가로 LPG의 경쟁력이 뒤쳐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향후 발전방향

 

프로판의 유통영역이 파괴되는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정부의 LPG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통사업자 간 경쟁심화는 자칫하면 가스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무허가 벌크사업자와 완성검사를 받지 않는 탱크도 여전해 불법시설에 대한 점검이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 특히 안전강화를 이유로 소형저장탱크의 이격거리를 늘리는 것은 부작용이 심각할 전망이다. 따라서 면밀한 검토 없이 소형탱크의 설치거리를 늘리는 것보다 LPG소비자를 위해 안전과 경제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 예를 들어 벌크산업의 육성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1톤 미만의 소형저장탱크만이라도 현행 기준을 유지할 경우 도움이 될 것으로 벌크사업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소형저장탱크 500kg 미만은 용기처럼 취급해 편리하게 설치하자는 의견을 개진하는 사례도 있다. 강화된 이격거리 예외 조항으로 살수장치, 방화벽 설치 시 외에도 방호포와 방화페인트 등을 갖추는 것까지 확대·적용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소형저장탱크의 설치대수가 일정 규모에 다다르면 가스잔량 원격검침기가 도움이 된다. 소형LPG저장탱크의 가스잔량을 핸드폰과 PC 등으로 실시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원격검침기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는 인건비 절감은 물론 수기로 작성하던 업무를 전산화하면서 오차 등을 줄일 수 있다. 가스가 끊겨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을 일이 줄고 가스공급 권역별로 계획배달을 실시하면서 각종 운송비를 절감하고 있다. 원격검침기가 설치된 곳에는 계량기검침기까지 업무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 가스잔량 발신기 공급업체들이 그간 기술개발에 매진하면서 설치도 간편해졌으며 경량화와 소형화에 성공했다. 더욱이 기존 가스잔량 발신기를 이용 시 별다른 추가요금도 없어 가스공급자들은 이제 사무실 내에서 가스잔량 감지는 물론 고객의 사용요금도 부과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안전관리 업무에 더욱 매진하고 최소의 인원으로 최대의 가스공급을 할 수 있다.

충전·판매사업자들이 대형화된 통합법인 내에서 사업을 할 경우 △충전사업부 △판매사업부 △배송사업부 등의 형태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각자의 업무영역을 살리고 기존 사업자들을 참여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마련이 절실하다. 더욱이 대형화된 통합법인이 불공정거래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더욱이 최근 강릉 산불을 비롯해 지진 등 재난 시 LPG는 복원이 빠른 만큼 국가적으로 LPG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의 고베시는 롯코산 초등학교에 LP가스 비상용 발전기와 재해 대응형 300kg 소형저장탱크를 도입했다. 재해가 발생하면 고립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발전 설비 등을 도입한 것으로 정전이 발생하면 체육관 조명용으로 사용하며 72시간 가동이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LPG를 이용한 가스히트펌프(GHP)가 농업용 에너지통합 냉난방시스템으로 개발돼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냉난방과 원예 탄산시비(원예작물 등 시설재배를 위한 탄산가스 투입)가 동시에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GHP 적용 시 운용비용을 기존 냉난방 시설의 절반 수준으로 낮출 수 있으며 기존 난방연료(등유)의 맹점인 효율문제도 크게 보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친환경적인 LPG의 특징을 활용한 제품을 국가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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