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가 창간된 1989년 고압가스판매사업자들의 단체인 전국일반고압가스협회가 설립된 것을 매우 의미 있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 협회는 10년 이상 전혀 활동하지 않아 그 이름마저 생소해진 실정이다. 국내 고압가스판매단계의 시장규모가 매우 미미한 수준으로 감소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반해 그동안 산업특수가스제조분야, 고압가스충전 및 의료용가스분야 등의 단체들이 속속 등장, 활발한 활동하고 있다. 이와 함께 1993년 본지가 집계한 국내 고압가스메이커 4개사의 매출액 총액이 1200억원인데 반해 지난해 고압가스메이커들이 올린 매출액은 무려 2조원을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불과 15년 새 20배 이상 신장하는 대기록을 남겼다. 산소, 질소, 아르곤 등 기존 에어가스 외에 수소, 탄산 그리고 반도체용 특수가스까지 포함한 산업특수가스시장은 무려 30배 이상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국내 고압가스시장은 하부단계로 내려갈수록 허약한 체질을 보이는 등 가분수의 모양을 나타내고 있다. 본지는 이처럼 기형적으로 성장해온 고압가스시장을 전문가들의 견해와 함께 진단하고 그 해결책에 대해 총 4회에 걸쳐 기획연재로 보도한다. <편집자 주>

<연재순서>

1. 양극화로 치닫는 고압가스유통단계

2. 현실과 동떨어진 고법 개선할 것은

3. 지나친 저자세 영업으론 발전 없다

4. 과거의 앙금 털어내고 미래로 가자

 

[가스신문=한상열 기자] 그동안 고압가스업계를 대상으로 취재해 오면서 사업자들이 온전하게 한목소리를 내며 협력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 매우 아쉬웠다. 고압가스사업자들이 정부 정책 및 관련 제도를 놓고 논의하는 자리에서 무엇이 자신들의 위상 및 권익을 보호하는 길인지를 가리는 가운데에서도 갑론을박에 그칠 뿐 대승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각각의 견해가 달라 나타나는 매우 정상적인 형태가 아니라 경쟁업체에 이익이 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무조건 반대하는 경향이 크다는 것이다. 그 면면에는 의견이 다른 업체들끼리 과거에 가스사용업체를 놓고 뺏고 빼앗기는 등 심한 경쟁의 관계였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견해가 다른 것이야말로 있을 수 있는 일이고,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얼마든지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고압가스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불신 풍조가 국내 고압가스업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하루속히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그동안 고압가스업계에 만연돼 있던 불신의 뿌리는 소모적인 경쟁 즉, 소탐대실의 후유증이라 할 수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빼앗긴 업체는 판매량 감소와 같은 경영실적의 손실은 물론 마음의 상처까지 입었기 때문에 결코 그 일을 잊지 않고 있으며, 기회가 찾아오면 앙갚음하는 사례가 많았다.

출혈경쟁은 훗날 엄청난 전쟁(?) 즉, 또 다른 경쟁을 부른다. 아직도 과당경쟁으로 인해 척을 지며 지내는 회사들이 많다. 이 같은 불신의 분위기 속에서는 아무리 화합을 외쳐도 하나로 뭉쳐질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수도권의 한 고압가스충전사업자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고압가스업계도 벌크공급방식 등으로 가스공급시스템의 선진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사업자들은 소득이 거의 없는 경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앞으로는 저가 경쟁의 유혹을 떨쳐 버리는 등 경쟁업체의 영역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풍토가 자리 잡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고압가스업계도 사업자들의 권익을 신장하기 위해 많은 단체가 생겨났다. 고압가스메이커들 중심으로 한 산업특수가스협회가 있고, 고압가스충전사업자들은 고압가스제조충전안전협회와 고압가스협동조합연합회 등 2개 단체를 설립해 함께 운용하고 있다.

이밖에 의료용고압가스협회, 탄산공업협동조합이 있으며, 고압가스판매사업자들의 단체인 전국일반고압가스협회는 유명무실해지며 소멸한 상태다.

여기에서 고압가스유통단계에 따라 어떤 단체는 뜨고, 또 어떤 단체는 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이를 뒤집어 생각해보면 단체가 역할을 하지 못하면 업계도 쇠락하게 된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사업자들은 과거의 앙금을 털어내고 단체를 중심으로 하나로 뭉쳐야 시장환경 개선 등 밝은 미래를 열 수 있다.

자사의 이익도 중요하나 시장 전체에 득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하는 등 높은 의식 수준이 필요한 시점이다. 수요 창출을 위한 연구개발, 과도한 규제의 완화 등 단체가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고압가스연합회와 협회의 기능 및 역할이 서로 다르며, 이를 잘 활용하면 막혔던 일을 얼마든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로 끝나는 것이 아닌, 실사구시에 입각,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 이슈가 생길 때마다 고압가스업체에 근무하는 실무자를 모아 TF팀을 가동하고 때에 따라 가스안전공사 등 전문가도 참여시켜야 한다.

불신으로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서로 신뢰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단체에 둘러앉아 현안을 풀어갈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세워 차근차근 해결할 때 비로소 미래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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