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벽등반 도중 포즈를 취하고 있는 홍성렬 지회장

[가스신문=정두현 기자] 안전장치에 의존한다 해도 암벽등반의 위험 수위는 다른 운동과는 그 수준이 다르다.

내 생명을 로프 하나에 의지하기 때문에 자칫 장비에 문제라도 생기면 바로 생사의 갈림길에 놓일 수 있다. 그럼에도 암벽등반이나 스포츠 클라이밍을 전문적으로 배우려는 인구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전국보일러설비협회 홍성렬 강서동부지회장(72)은 암벽타기를 통해 활력소를 얻는 이들 중 하나다. 평범한 일상을 벗어나 짜릿한 경험을 즐기기 위해 암벽을 탄 세월이 어느덧 17년째다. 야외 암벽등반 동호회인 ‘검은돌 산악회’와의 인연으로 로프 하나에 의지해 전국의 유명 암벽을 점령했다고 자부하는 그는 바위벽을 오르며 자신과의 싸움에 몰두해왔다.

“암벽등반의 진정한 매력은 정상에 올랐을 때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다는 성취감과 굳건한 바윗돌을 정복했을 때 얻는 삶의 활력이겠죠. 처음에는 10미터만 올라도 다리에 힘이 풀릴 만큼 무서웠죠. 그러나 한 번 정상을 오르고 나서부터는 고소공포를 완전히 극복할 수 있었죠.”

홍 지회장은 암벽등반 입문 초창기 3년 동안 관련 서적을 수없이 독학하며 암벽등반 연구에 매진했다. 그러나 책으로 배우는 등반은 한계가 있었다. 무엇보다 높은 장소에서 생기는 막연한 두려움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았고, 홀로 암벽을 타는 것은 외로웠다. 그가 ‘검은돌 산악회’의 일원이 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검은돌 산악회 동호회원들과 서로 의지하며 등반하다 보니 자연스레 높은 암벽에 익숙해졌고 단체 암벽등반은 선등(先登)과 후등(後登)의 역할분담이 확실해 팀워크의 재미를 알게 되었다”며 “담배를 피운 지 수십 년이 지나도 아직 끊지 못하고 있는데 암벽등반도 이와 같다”고 겸연쩍게 웃었다.

매주 일요일 흔히 암벽등반의 꽃이라 불리는 북한산 인수봉을 비롯해 여러 암벽코스를 섭렵 중인 그는 동호회에서 위험상황에 능숙하게 대처하는 선등 역할을 도맡고 있다. 또 장비가 없어 갇힌 다른 등반객도 종종 구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암벽등반을 하면서 위기 대처능력을 많이 배웁니다. 나와 우리 팀원의 위기뿐 아니라 다른 등반객들의 어려움도 외면하지 않는 여유가 어느덧 생긴 것 같네요.”

몸이 따라주는 한 평생 암벽등반을 하겠다는 홍 지회장은 머지않아 세계 명산으로 꼽히는 에베레스트 등반도 꼭 도전해보고 싶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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