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셰일가스로 에너지자립을 넘어 사우디아라비아를 넘어서는 원유 수출국이 되었다. 참 터는 잘 잡은 복 받은 나라다. 석탄도 많은데다가 이제는 셰일가스 덕에 원유와 천연가스가 넘치고, 기술과 자본도 있으니. 다른 지하자원으로 보아도 희토류 광물만 좀 없을까 다 있다고 보면 된다. 이에 비해서 농담 삼아 한국은 짱돌과 사람밖에 없다고 말하곤 했다. 지하자원 없는 건 할 수 없으니 있는 걸 잘 활용할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과 비슷한 상황인 국가로 네델란드와 덴마크가 있다. 이 두 나라의 특징은 주변 독일, 영국보다 매우 다양한 에너지 신기술에 대학, 연구소 차원의 투자를 하고 있다. 기술기반의 가스 생산 등 새로운 기술을 발굴하고 파일롯급으로 실용적 기술을 만드는데 두각을 보이는 이들 국가의 연구소와 대학이 많은 건 당연한 귀결이다.

60년대부터 과학백과사전과 미래 예측기술에 21세기가 되면 인류는 에너지문제를 수소를 통해 해결할 거라고 되어 있었던 걸 기억한다. 바닷물로부터 무한한 수소를 생산해서 에너지로 쓰는 사회가 된다고 말이다. 미래에너지 방향은 확실했는데, 그 동안 원유가 저렴하니 수소기술 개발의 동력이 약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CO₂를 줄여야 하고 미세먼지 등 공해문제도 겹치니 사회적으로 이제는 무언가는 바꾸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원유 수송로도 해당국가가 책임을 지고 보호하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장기적으로 최악의 에너지원 시나리오도 준비할 때가 되지 않았나?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세상이 오고 있다. 당장 10년 내에는 쉽지 않겠지만, 이왕 올 거라면 과감히 방향을 정하고 도전할 때로 보인다. 사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기술을 통해 가스자원을 만들 수 있다. 대상 가스자원은 합성가스, 바이오가스, 궁극적으로는 수소다. 당연한 얘기지만 채굴하는 대신 기술로 만드니 비싸다. 이를 극복하면 큰 경제적 보상도 당연하다. 이 보상을 누가 가져갈 것인가가 중요한데, 바라건대 한국 기반의 회사나 연구소 등이 해당되기를 기원한다.

이미 호주, 뉴질랜드는 확실히 수소를 생산해서 수출하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호주는 지금까지 석탄과 천연가스 수출이 큰 산업이었는데, 태양광에 유리한 자국 내륙에서 태양광전기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이를 물분해에 적용해서 수소를 만들어 해외에 수출하는 사업모델에 집중 투자하기 시작했다. 일본이 이들 국가와 주도적으로 협력을 하고 있는데, 일본과 에너지원 사정이 비슷한 한국은 아직은 수소를 싸게 만들어오면 사주겠다는 식으로 수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 같다. 수소도 언젠가는 범용재가 되겠지만, 적어도 2030년대 중반까지는 생산자 우위 시장으로 예상된다. 사고 싶다고 맘껏 살 곳이 있지 않다는 의미이다.

초기효율은 낮아도 시도를 먼저 하는 팀이 이길 확률이 높다. 기술기반의 가스자원 생산에 대한 기술은 이미 조각조각으로는 다 알려져 있다. 수소에 대한 님비 현상과 기술적 난제들을 극복하고 한번 무식하게라도 전체를 묶어 상용화에 도전할 필요가 있다. 하려면 먼저 해야 선점효과라도 있다. 기술이 부족하면 비싸지 않을 때 해외에서 빨리 구하면 된다. 다행히도 전 세계가 모두 2030년대를 바라보고 있는 시점이다. 시간이 조금은 있다. 과감하게 상용으로 가기 전단계인 실증을 시도해야 한다. 일본이 이런 실증 전략에 가장 앞서 있다. 한국은 그 단계를 답습하는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는 국내시장에 해외제품만 깔리고 해외수출은 언감생심으로 남 좋은 일만 해주는 결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마침 범부처 수소기획도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으니 실제 실현으로 이어지도록 관심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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