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신문=주병국 기자] 정부가 매년 가정용(주택) 연료전지 분야에 수십억원의 지원금을 쏟고도, 관리 부실과 지원제도 부재로 설치 현장에서는 가동조차 하지 않아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2016년 이전 설치된 국내 가정용 1㎾ 연료전지는 대부분 운전을 멈췄거나, 철거 또는 일반 가스보일러로 전환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대당(1㎾) 2천만원이 넘는 제품이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보급사업 일환으로 주택에 보급되고 있지만 제기능을 못한 채 정부 지원금이 줄줄 새고 있는 셈이다.

▲ 2014년 용산더프라임 아파트 세대에 설치된 가정용 연료전지로 현재 일반가스보일러로 전환하여 가동을 멈춘 상태이다.

연료전지는 수소의 화학반응을 통해 열과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로 발전용, 건물용, 가정용 3개 분야로 나눠지며, 통상 가정용 연료전지 분야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사업 일환으로 태양광 보급사업 등과 함께 정부가 지난 2010년부터 매년 수십억원의 지원금을 통해 보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특히 정부는 올 1월 17일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한 후 수소경제를 선도할 분야로 수소차와 연료전지 분야를 선정, 양대 축으로 관련 산업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코자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올해 가정용 연료전지보급사업으로 150억원을 편성, 800대를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가정용 1㎾ 연료전지 분야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전국에 보급된 가정용 연료전지 보급실적은 2845대이다. 대부분 수도권 아파트와 단독주택 및 대형빌라 등에 설치된 것으로 파악되나, 설치 후 사용불편 등으로 철거한 세대도 적지 않아 정확한 실태파악은 안 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보급실적은 정부가 2010년부터 가정용 연료전지 보급 확대를 위해 1㎾ 1대당 많게는 4800만원, 적게는 2339만원이라는 보조금을 지원했기에 가능했다.

정부 지원금 통해 제품價 하락, 하지만 가동중단 너무 많아
정부의 예산집행 내역을 보면 2010년 100억원, 2011년 115억원, 2012년 100억원 2013년 70억원으로 예산 규모는 비록 매년 줄었지만 보급대수는 한해 200대 수준으로 이뤄졌다. 이는 2010년 당시만 하더라도 1㎾ 가정용 연료전지 생산단가가 5000만~6000만원 수준으로 웬만한 승용차 보다 비싼 고가의 제품이었으나,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에 힘입어 생산단가는 절반 이상인 260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표1>

 

현재 가정용 연료전지는 경제성 확보차원에서 최소 45평 이상 아파트 세대나 단독주택, 빌라 등에 보급되고 있다.하지만 문제는 보급된 가정용 연료전지 2845대 중 이미 소비자가 유지관리비용, 사용불편, 경제성 문제 등을 이유로 철거했거나 가동을 멈춘 곳이 전체 40% 수준이라는 것이다.

본지가 조사한 바 A사 공급권역 내 설치된 가정용 연료전지는 아파트 세대 등에 총 165대(세대)이며, 이중 현재 가동 중인 곳은 단 11세대에 불과했다. 또 B사의 경우도 공급권역 내 총 38대가 빌라에 설치됐지만 현재 단 한 곳도 가동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나마 가장 많이 보급된 C사의 경우 총 601대가 아파트와 단독주택에 보급됐고, 이중 20.6%인 124대는 가동을 멈춘 상태다. D사 역시 공급권역 내 272대가 설치됐지만 상황은 비슷하다.

정부가 가정용 연료전지 보급사업을 위해 2010년부터 600억원 이상의 예산을 지원했지만 정작 설치한 세대 중 현재까지 가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곳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관리 소홀에 소비자 불편, 지원제도도 전무
이처럼 가동률이 저조한 이유로는 무엇보다 정부의 관리 부실과 함께 제도적 보완책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정부가 지원금을 통해 보급에만 신경 쓸 뿐 실제 설치한 세대들이 가정용 연료전지를 철거 또는 일반 가스보일러로 전환했는지, 가동이 잘 되는지 등 실태조사마저 하지 않다보니 막대한 예산만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이 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예산지원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가정용 연료전지 설치세대에 대해 연간 의무 운전시간을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가동을 멈춘 또 다른 이유로는 스택교체 등 유지관리비가 많이 들고, 한전으로부터 전기를 받는 것보다 오히려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제품 가동 시 발생되는 소음과 온수(시간당 30리터) 문제 등으로 소비자의 불편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가정용에 보급되는 1㎾ 연료전지는 PEMFC(고분자전해질연료전지)로 가동시 55~60℃ 온수가 발생되며, 이 온수는 재활용되지 못한채 대부분 버려지고 있어 소비자의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다.

게다가 경제성 문제는 연료비(가스) 보다 전기 측면에서 발목을 잡고 있다.

1㎾ 가정용 연료전지가 전기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전기사용량이 600~700Wh 이상 쓰는 50평 이상의 공동주택이나 단독주택 등에 보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연료전지를 상시 가동시 발생하는 잉여전기를 가정용 태양광처럼 전기요금 상계처리가 가능토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많은 전문가들은 가정용 연료전지가 보급 확대되고, 제대로 가동되기 위해서는 중형평수가 많은 국내 주택 보급실정에 맞게 700w 이하의 제품개발과 함께 온수 문제와 전기 생산효율이 높은 SOFC(고체산화물연료전지) 개발에 나서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올해도 가정용 연료전지 보급확대를 위해 150억원의 예산을 편성, 총 800대를 보급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철저한 관리와 제도적 보완이 없는 한 가정용 연료전지 보급 사업은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운 실정이다.

연료전지 제조사 관계자는 “정부가 향후 먹거리 산업 그리고 새로운 신성장 동력으로 연료전지 분야를 육성하겠다면 지원금으로 보급을 확대하는 것보다 차라리 제조사에 우수한 제품을 개발하도록 R&D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가정용 보급사업에 더 큰 단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가스사 한 관계자는 “산업부가 5월부터 연료전지 전용요금제를 신설하면서 연료(가스)비 측면은 과거 대비 30% 이상의 저렴해졌지만 전기부문은 제도적 지원이 전혀 없고, 누진제마저 확대되면서 경제성은 호전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1㎾ 가정용 연료전지는 전기사용량이 700Wh 이상, 50평 이상의 주택에 적합한데, 이들 세대들은 전기요금에 민감하지 않다. 따라서 이보다 적은 용량의 가정용 연료전지 개발이 보급확대에 더 효과적이므로 제품개발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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