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순서>
1. 중앙공급식 산소발생기
2. 협회가 운영하는 MGR제
3. 합리적인 보험수가체계


[가스신문=한상열 기자] 올해 초 정부가 규제샌드박스 차원에서 중앙공급식 산소발생기에서 나오는 93%의 산소도 의약품으로 인정하겠다고 나서자 국내 의료가스업계 관계자들이 식약처를 방문, 액화공정을 통해 제조된 산소의 품질기준에 크게 미달하는 점을 지적하는 등 강력하게 반대한 바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일본의 경우 발생기를 통해 나온 93%의 산소는 의약품이 아니므로 병원 등 의료기관에 설치한 사례가 한 곳도 없다고 한다. 전국의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수백 대를 설치, 사용하는 우리와는 큰 대조를 보였다.

이는 지난 6월 12일부터 15일까지 본지와 한국의료용고압가스협회가 공동주관한 일본의료가스산업시찰 중 일본산업의료가스협회 및 일본의료가스학회를 통해 확인했다.

일본 정부는 중앙공급식 산소발생기에서 나오는 93%의 산소를, 배관을 통해 병실의 환자에게 공급하는 것을 아예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당연히 요양급여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

다만, 개인용 소형 산소발생기를 가정에서 재택산소요법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소형 산소발생기는 대부분 가스공급업체들이 렌탈제를 통해 활발히 공급하고 있다.

본지는 중앙공급식 산소발생기 외에도 일본의료가스산업시찰 중 파악한 일본산업의료가스협회가 운영하는 MGR제도, 합리적인 보험수가체계 등 일본의 의료용가스시장환경 및 제도와 관련된 내용을 중심으로 3회에 걸쳐 연재하고자 한다.

 

우리는 GMP 엄격, 발생기 방치

일본은 의료용가스를 약기법(藥機法 : 의약품, 의료기기 등의 품질 유효성 및 안전성의 확보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의약품으로 취급하고 있다.

물론 일본도 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PIC/S)에 가입했으나 후생노동성 장관령으로 의료가스를 GMP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일본산업의료가스협회(JIMGA)가 제정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관리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대한약전에 명시된 산소농도는 99.5~101.0vol%다. 하지만 국내 요양병원 등에 설치, 가동하는 중앙공급식 산소발생기 공급업체들은 산소농도 93%±3%라고 표기해놓고 있다. 대한약전의 품질기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다.

하지만 액화공정을 통해 제조된 산소의 경우 대부분 99.5% 이상의 농도를 충족하고 있으며 특히 GMP를 적용함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된 제품만 의약품으로 공급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2월 산업부, 식약처 등이 참여한 규제특례심의위원회에서는 중앙공급식 산소발생기에서 나오는 순도 93%의 산소까지 의약품으로 허가하겠다는 것이어서 국민의 생명을 크게 위협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3%의 산소를 의약품으로 인정할 경우 요양급여까지 받을 수 있게 돼 의료용가스시장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국민 건강을 최우선으로 둬야 할 정부가 오히려 규제 완화라는 미명(美名) 아래 충분한 검토 없이 밀어붙이고 있어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용고압가스업계의 한 관계자는 “식약처의 의약품품질과에서는 GMP 적용을 통해 의료용고압가스를 엄격하게 관리하는 반면 의약품정책과에서는 대한약전의 산소농도기준을 무시하고 산소발생기를 통해 나오는 93%의 산소를 의약품으로 허가하겠다는 것은 이율배반”이라면서 “기준 미달의 산소를 환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공급할 수 있으므로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거꾸로 가는 정부정책 비판

특히 산소발생기의 경우 병원의 지하실 등 부적절한 공간에 설치, 가동하는 사례가 많아 산소의 품질을 전혀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정부가 잘 알고 있으면서 의약품으로 허가하겠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수도권의 한 의료용가스사업자도 “발생기에서 나오는 산소도 GMP에 따른 절차 및 품질기준을 모두 적용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용기 및 저장탱크를 통해 공급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GMP 등을 통해 엄격한 관리를 요구하면서 산소발생기에 대해 파격적으로 규제를 풀어주는 것은 형평성에도 크게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요양병원 등에 초저온용기(LGC)를 통해 공급하던 의료용산소를 산소발생기로 대체하는 사례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데 이를 하루속히 제한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다행히 지난 8일 의료용고압가스 등재방식과 관련한 회의에서 복지부 관계자가 “93%의 산소를 의약품으로 지정하는 문제에 대해 식약처의 검토가 늦어지는 걸 보면 백지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해 한숨 놓을 수 있게 됐으며 “앞으로 의약품 지정 추진 철회뿐만 아니라 현재 요양병원에 설치된 발생기까지 회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가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