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북아 가스시장에서 LNG현물가격이 한때 절반 수준으로 폭락하였다. 미국, 호주 등에서의 공급량 증가로 인해 최근 세계 LNG시장에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기 때문이다.

중국을 비롯한 신규시장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주요 수입국인 일본, 한국, 대만 등의 수요 정체가 주된 이유로 풀이된다.

가장 최근 LNG시장 소식에 의하면 호주가 곧 ‘카타르’를 제치고 세계 1위 수출국이 될 것이라고 한다. 호주의 수출능력은 하루 26억 입방‘피트’(Bcf/d)에서 올해 안에 114억Bcf/d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란다.

따라서 새로운 LNG시장, 예컨대 유럽이나 미국 내륙 등 개발이 본격화되기까지는 이러한 시장의 약세는 지속될 것 같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자료에 의하면 국제 LNG시장에서 공급과잉은 2022년쯤 해소되었다가 2025년경에 다시 공급과잉 상황이 올 것이란다.

청정에너지로 자부해온 천연가스 시장 상황이 기대만큼 좋은 것이 아닌 것 같다. 필자도 영국에서 대형 가스복합발전 신규건설에 자문을 하고 있으나 최근 런던 대정전 이후에도 환경론자들의 극성스러운 요구는 그치지 않고 있다.

만약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브렉시트(Brexit)’가 시현되고, 환경론자들의 횡포가 지속된다면 조만간 영국 전력시스템이 붕괴될 것이라는 분석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당연히 필자의 자문사업 진전이 더디다.

이러한 때에 생각나는 말이 고위 에너지 관료를 거친 제 지인의 칼럼에 나오는 ‘거안사위(居安思危)’이다. 평안할 때일수록 가까운 미래에 위험과 곤란이 닥칠 것을 생각하며 미리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이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나 ‘잘 나갈 때 몸조심하자’는 말과도 같은 뜻이란다. 저의 지인의 말씀은 지극히 타당하나 그분이 정부에 계실 때 이 말씀을 실천하셨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큰 국민 부담이 된 해외 가스자원 투자를 막고, 나아가 우리 가스산업 육성과정에서 배타적이고 소극적인 업무 관행을 방지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이러한 시기에 우리가 가장 먼저 할 일은 국제 LNG시장 변화에의 선도적 적응이다. 우리에게 가장 큰 변화는 장기계약 방식에서 가스가격의 국제유가 연동의 약화이다. 가스의 유가연동이 가장 큰 곳이 우리나라,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장이다.

가스자원이 부족한 동북아 국가들은 경제성장과 복지 제고를 위해 청정가스 공급과정에서 장기 안전보장비용을 기꺼이 추가 지불하여 왔다. 그 결과 우리 가스공사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도입가격을 지불한다는 오해를 받았다.

가스전 해외투자가 애국의 길이라는 잘못된 에너지정책이 구현되었다. 결국 세계가스시장은 불확실한 시장 상황을 반영한 계약기간의 단기화, 구매량의 소량화, 단기거래량의 증가, 시장 자유화에 따른 계약 유연성 요구 증대 등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의 연장은 점차 전통적인 장기계약방식이 줄어들고, 유연화된 상업적인 지역 특화거래시장으로 변해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유연화된 시장은 LNG 시장가격의 불안정성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분석하고 있다. 시장가격 연동형 장기계약이 일반화될 경우에는 가격 리스크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때문이다.

물론 가격관리능력을 높일 경우 우리 가스산업은 내수산업의 범주에서 벗어나 다국적기업으로 진화할 수 있다, 이미 포화한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당연히 지역-영역 독점체제는 민간경쟁체제로 바뀔 것이다. 가스산업은 한 번 정부승인을 받으면 3대가 잘 산다는 기존 관념을 완전히 깰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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