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신문=한상열 기자] 국내 고압용기유통시장이 심상찮다.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고압용기의 수요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압용기 전문유통업체가 너무 많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고압용기 수요가 많았던 2000년 초까지만 해도 국내 고압용기유통시장은 중부지역과 영남지역을 양분해 지티코리아, 천해고압용기 등 2개사가 각각 점유해왔다. 하지만 요즘은 고압용기 전문유통업체만 11개사로 늘어나는 등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영남지역이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 과당경쟁에 노출되고 있다. 부산 소재의 ㈜천해고압용기에서 근무하던 J씨가 퇴직 후 경남 김해에 사업장을 마련, ㈜만복고압용기를 설립하면서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천해고압용기와 만복고압용기가 자존심을 건 승부를 벌이는 바람에 고압용기업계에서는 자칫 시장에서 가격이 하락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하고 있다. 특히 만복고압용기는 가스전문검사기관인 대진산업이 판매하고 있는 중국의 진둔고압의 용기를 판매하고 있다. 천해고압용기도 이에 뒤질세라 저가경쟁으로 응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국내 고압용기메이커인 이엔케이의 출신인 한 사업자가 부산에서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아 고압용기 및 소화용기 판매업에 진출하기로 해 관심을 끌고 있다.

고압용기유통업체는 중부지역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도 늘어났다. 일찍이 고압용기유통업계에 뛰어든 지티코리아(경기도 광주)와 엔케이 제품을 판매는 엔케이텍이 대표적이었다.

이후 부산의 천해고압용기가 경기도 이천에 수도권지점을 개설했고, 북경천해공업의 용기를 취급하는 글로벌가스텍(경기도 남양주)이 가세했다.

한편 소방전문업체인 한성소방도 지난 2010년 중국 진둔사로부터 산업용 고압용기를 들여와 취급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가스안전공사가 대신하이테크를 통해 중국 진둔사를 이중으로 공장등록을 해 줌으로써 최근 새로운 브랜드의 중국산 용기를 들여와 판매하기로 했다.

이밖에 2015년 마스테코가 한국HPC를 인수하면서 산업용가스공급업체인 경인에코화학(현 태경에코)가 한국HPC의 용기를 취급하기 시작했고, 경기도 광주의 동양산업가스 관계사인 화인실텍도 글로벌가스텍과 같은 중국의 북경천해공업이 제조한 용기를 함께 판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충북 청주의 대진산업도 지난해부터 대신하이테크를 통해 들여온 중국산 진둔용기를 자체 판매하고, 김해 만복고압용기에 공급하고 있다. 이로써 고압용기유통전문업체는 중부지역 8개사, 영남지역 3개사 등 총 11개사이며, 국내 용기메이커인 이엔케이와 한국HPC까지 포함하면 무려 13개사가 경쟁하고 있다.

수도권 소재 고압용기유통업체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고압용기유통업체가 이처럼 필요 이상으로 증가하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면서 “공급이 넘쳐 시장이 과열되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체부터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에 고압용기유통업체가 이처럼 많이 늘어나는 것은 중국산 고압용기를 취급하면서 국내 메이커들을 견제할 수 있을 정도로 가격경쟁력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고압용기시장에서는 하나의 업체가 여러 지역을 넘나들며 경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일부 고압용기유통업체는 상대 지역에 진출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등 맞불작전으로 과당경쟁을 견제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최근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고압용기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유통업체만 늘어나게 될 경우 과당경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그 어느 때보다 시장질서를 잘 지켜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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